연속 상태의 경우의 수: 위상공간의 부피로 센다
동전처럼 상태가 셀 수 있게 나뉘어 있으면 경우의 수는 상태를 하나씩 세면 된다. 하지만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처럼 연속으로 변하는 양에서는 「몇 개」를 셀 수 없으므로 부피로 대신해야 하는데, 문제는 무엇의 부피를 재느냐다.
왜 위상공간의 부피인가
계의 상태를 빠짐없이 적은 것 하나하나(동전 넷이라면 「앞뒤앞앞」 같은 한 가지)를 미시상태라 한다. 경우의 수는 조건에 맞는 미시상태의 개수이고, 이 셈은 모든 미시상태를 똑같이 대접한다는 등확률 가정 위에 서 있다. 연속 상태에서 이 가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오늘 같은 부피를 차지하던 상태들의 모임이 내일도 같은 부피를 차지해야 한다. 리우빌 정리가 바로 그것을 보장하므로, 연속 상태를 세는 자연스러운 방법은 위상공간의 부피를 재는 것이다. 부피를 개수로 바꾸려면 위상공간을 잘게 나눈 칸 하나의 크기를 정해야 한다. 다만 칸의 크기는 경우의 수에 상수를 곱할 뿐이라, 로그를 취해 에너지로 미분하는 온도 계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역사: 칸의 크기를 수은 증기로 재다
온도 계산에 상관없다고 해서 칸의 크기가 아무래도 좋은 것은 아니었다. 칸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엔트로피의 값 자체가 상수만큼 오르내리므로, 고전 물리학만으로는 기체의 엔트로피에 붙는 상수를 끝내 정할 수 없었다. 1911~1912년 독일의 자쿠어와 네덜란드의 테트로데는 따로따로, 위치와 운동량의 짝 하나마다 칸의 넓이를 플랑크 상수 h(빛 에너지의 알갱이 크기를 정하는 상수, 약 6.6 × 10⁻³⁴ J·s)로 잡자는 대담한 가정을 내놓았다. 빛에서 나온 상수가 원자가 날아다니는 위상공간의 칸 크기가 되어야 할 까닭은 그때 아무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원자 하나로 된 기체처럼 행동하는 수은 증기의 증기압 자료에 자기 식을 맞춰 보았다. 테트로데는 칸의 넓이를 (z × h)로 두고 자료로 z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계산 실수로 z ≈ 0.07을 얻었다가 몇 달 뒤 정정문에서 z가 거의 1이라고 바로잡았다. 자쿠어도 수은 자료와 약 30% 안에서 맞는 결과를 얻었다. 양자역학이 나오기 십여 년 전에, 플랑크 상수는 빛만이 아니라 원자의 경우의 수를 세는 데도 쓰이는 수가 되었다.
그네 N개 세어 보기
간단한 예로 그네 N개가 모인 계를 세어 보자. 그네 하나에서 에너지가 E 이하인 상태들은 위상공간에서 타원 p²/(2m) + mω²q²/2 ≤ E의 안쪽이고, 두 반지름이 √(2mE)와 √(2E/(mω²))이므로 넓이는 2πE/ω다. 질량과 각진동수를 1로 두면 넓이는 2πE이고, E를 두 배로 하면 넓이도 두 배, 곧 그 안에 드는 칸의 수도 두 배다.
그네가 여럿이면 위상공간의 차원이 늘어난다. 그네 N개의 위상공간은 2N차원이고, 에너지가 E 이하인 영역은 2N차원의 공(질량과 각진동수가 1일 때)이다. 그 부피는 (2πE)^N/N!로 셈할 수 있다.
| 그네의 수 N | 위상공간의 차원 | E = 1 이하의 부피 | E = 2 이하의 부피 | E를 두 배로 하면 |
|---|---|---|---|---|
| 1 | 2 | 6.28 | 12.57 | 2배 |
| 2 | 4 | 19.74 | 78.96 | 4배 |
| 3 | 6 | 41.34 | 330.73 | 8배 |
에너지를 두 배로 할 때마다 부피가 2^N배가 되므로, 부피는 E^N에 비례한다. 경우의 수의 로그에 볼츠만 상수를 곱한 것이 엔트로피이고, 엔트로피를 에너지로 미분한 값이 온도의 역수이므로 다음을 얻는다.
곧 E = NkT이고, 온도가 T인 그네 하나는 평균적으로 kT만큼의 에너지를 갖는다. 상태가 나뉘어 있는 계에서 쓰는 「경우의 수를 세고, 로그를 취하고, 에너지로 미분한다」는 순서가 연속 상태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달라진 것은 세는 대상이 위상공간의 부피라는 점 하나다.
문제 10. 이상기체의 경우의 수
부피 V인 상자에 질량 m인 원자 N개가 들어 있고, 원자끼리는 힘을 주고받지 않아(이상기체, ideal gas)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의 합 E = Σ‖pᵢ‖²/(2m)뿐이다. 에너지가 E 이하인 상태들의 위상공간 부피로 경우의 수 W(E, V)를 세고, 엔트로피 S = k ln W에서 온도와 압력을 구하라.

원자 하나는 상자 안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니까 위치의 부피가 V예요. 원자가 N개면 V^N이고, S = Nk ln V. 부피로 미분하면 P/T = Nk/V, PV = NkT가 바로 나와요. 쉽네요.

압력은 맞았어요. 그럼 온도는요?

1/T = ∂S/∂E인데… S에 E가 없어요. 0이면 1/T = 0이고, 온도가 무한대예요. 어떤 기체든 온도가 무한대일 리는 없는데.

서연아, 너 위상공간이 아니라 위치 공간(배치 공간)만 셌어. 운동량 축을 통째로 빼먹었잖아.

아… 에너지가 들어 있는 건 운동량 쪽인데 그쪽을 안 셌네. 위치만 세면 에너지가 얼마든 경우의 수가 같으니까 온도가 정의될 수가 없었던 거고.

그게 이 문제의 함정이에요. 민준 학생, 운동량 쪽을 세 볼래요?

원자 N개의 운동량은 3N개의 숫자고, Σ‖pᵢ‖² ≤ 2mE는 3N차원 공간에서 반지름 √(2mE)인 공이에요. 공의 부피는 반지름의 3N제곱에 비례하니까 (2mE)^(3N/2)에 비례하고요. 그럼 W ∝ V^N E^(3N/2)예요.

잠깐, 에너지가 「E 이하」가 아니라 「정확히 E」인 상태만 세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공이 아니라 얇은 껍질이잖아.

그거 가우시안 껍질 할 때 봤던 거잖아. 차원이 높으면 공의 부피가 거의 다 껍질에 몰려 있다며. 3N이 300만 돼도 바깥 1% 두께 껍질에 부피의 95%가 들어 있어.

그래서 원자가 많으면 공으로 세든 껍질로 세든 ln W의 차이는 N에 비해 무시할 만큼 작아요. 이제 엔트로피를 써 봐요.

S = Nk ln V + (3N/2)k ln E + (상수). 에너지로 미분하면 1/T = 3Nk/(2E)니까 E = (3/2)NkT, 원자 하나에 (3/2)kT예요. 이거, 온도를 처음 정의할 때 결과만 빌려 썼던 이상기체 엔트로피랑 똑같은 식이네요. 드디어 어디서 왔는지 알았어요.

근데 그네 하나는 kT였는데 원자 하나는 (3/2)kT네요. 그네는 제곱 항이 p²하고 q² 두 개, 원자는 운동량 성분의 제곱 항이 세 개… 제곱 항 하나에 ½kT씩인가요?

좋은 추측이에요. 그 추측이 언제 맞는지는 숙제로 남겨 둘게요.
문제 11. 속도로 세면 안 되는 까닭
위상공간의 부피는 위치와 운동량으로 잰다. 속도로 재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평면 위를 힘 없이 날아가는 질량 m인 입자 하나를 극좌표(원점에서의 거리 r과 각도 θ)로 적고, 속도 (ṙ, θ̇)로 잰 작은 부피와 운동량 (p_r, p_θ)로 잰 작은 부피를 견주어라. 입자가 원점에서 멀어져 r이 두 배가 되면 각각은 어떻게 되는가?

하나 더 궁금해요. 왜 속도가 아니라 운동량으로 세야 하죠? 이상기체에서는 p = mv라서 m^(3N)이라는 상수만 다르고, 상수는 미분하면 사라지잖아요.

직교좌표에서는 그래요. 이번엔 평면 위를 힘 없이 날아가는 입자 하나를 극좌표 (r, θ)로 적어 봐요. 각도 쪽 운동량은 얼마죠?

라그랑지안이 ½m(ṙ² + r²θ̇²)이니까 θ̇으로 미분하면 p_θ = mr²θ̇이에요. 그럼 dp_r dp_θ = m²r² dṙ dθ̇… 아, r²이 붙어요. 속도로 잰 부피는 운동량으로 잰 부피를 m²r²으로 나눈 거라서, 입자가 멀어져 r이 두 배가 되면 속도로 잰 부피는 4분의 1로 줄어요.

운동량으로 잰 부피는 리우빌 정리로 그대로인데, 속도로 잰 부피는 좌표에 따라 늘고 줄어요. 속도로 세면 같은 상태들의 모임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우의 수가 바뀌는」 셈이라 등확률 가정을 세울 수 없어요. 운동량이 경우의 수를 세는 올바른 축인 이유가 그거예요.

해석학에서 변수를 바꾸면 적분에 야코비 행렬식이 붙는 거랑 같네요. 운동량은 그 행렬식이 시간이 지나도 1로 유지되는 좌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