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자는 계산하기 편하지만, 실제 잉크나 쇠막대에는 칸도 정해진 갱신 시각도 없다. 커피 속 설탕이 몇 분 뒤 어디까지 퍼질지, 데운 막대의 한가운데가 언제 따뜻해질지 알려면 칸 크기와 갱신 간격에 기대지 않는 법칙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칸을 한없이 잘게 나누고 갱신을 한없이 자주 하면, 이웃 넷의 평균을 내는 규칙은 어떤 방정식이 될까?
역사: 그르노블의 도지사 푸리에
열이 퍼지는 법칙을 처음 방정식으로 적은 사람은 나폴레옹이 임명한 지방 행정관이었다. 조제프 푸리에는 1768년 프랑스 오세르에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홉 살에 어머니를, 이듬해 아버지를 잃었다.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과학 자문으로 따라갔고, 돌아온 뒤 나폴레옹의 임명으로 그르노블이 있는 이제르 도의 도지사가 되었다. 도로 공사 같은 행정 일 틈틈이 그가 붙든 것은 땅속 온도 같은 물음이었다. 지표의 온도는 계절마다 크게 오르내리는데, 땅속으로 들어갈수록 그 오르내림이 왜 점점 작아지고 늦어지는지를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같은 물음에 먼저 손댄 사람은 비오였다. 그는 한쪽 끝을 데운 막대에서, 떨어진 조각들이 서로 직접 열을 주고받는다는 생각과 표면으로 열이 새는 뉴턴의 냉각 법칙을 써서 방정식을 세우려 했지만, 막대 안에서 열이 흐르는 법칙을 끝내 적지 못했다. 푸리에도 같은 길에서 출발했다가 맞지 않는 결과를 얻은 뒤 생각을 바꾸었다. 온도는 막대를 따라 끊기지 않고 이어지며, 이웃한 두 단면 사이로 흐르는 열은 두 단면의 온도 차이에 비례한다고 본 것이다. 이론이 맞는지 보려고 실험도 했다. 지름이 약 0.35 m인 쇠고리의 한 곳을 램프로 데우고, 고리를 따라 같은 간격으로 뚫은 구멍 여섯 곳에 온도계를 꽂아 온도가 자리를 잡은 뒤의 분포를 쟀다. 그의 이론은 양옆 두 온도계 값의 합을 가운데 온도계 값으로 나눈 비가 고리의 어느 자리에서나 같아야 한다고 예측했고, 측정이 그 예측과 맞았다.
푸리에의 쇠고리 실험을 다시 그린 모식도. 지름 약 0.35 m인 쇠고리의 한 곳을 램프로 데우고, 같은 간격으로 뚫은 구멍 여섯 곳에 온도계를 꽂아 온도가 자리를 잡은 뒤의 분포를 쟀다. 양옆 두 온도계 값의 합을 가운데 값으로 나눈 비가 어디서나 같다는 이론의 예측을 확인했다. 온도계의 정확한 자리와 고리의 단면은 단순하게 그렸다.
1807년 12월 21일 그는 파리 학사원에 「고체 속 열의 전파에 관하여」를 제출했지만, 심사를 맡은 라그랑주, 라플라스, 몽주, 라크루아 가운데 라그랑주와 라플라스가 함수를 삼각급수로 펼치는 부분에 반대해 논문은 출간되지 못했다. 학사원은 1811년 고체 속 열의 전파를 상금을 건 공모 주제로 내걸었고 푸리에가 상을 받았는데, 심사평에는 「저자가 방정식에 이르는 방식은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붙었다. 그는 1822년에야 『열의 해석적 이론』으로 이 연구를 펴냈는데, 이 책에는 실험 결과를 싣지 않고 수학만 남겼다.
조제프 푸리에(1768–1830). 쥘리앵레오폴 부아이가 그리고 제유가 새긴 판화. 출처: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푸리에는 열이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그 흐름의 크기가 온도의 기울기에 비례한다는 법칙에서 출발해, 한 점의 온도가 변하는 빠르기는 둘레 온도의 평균과 자기 온도의 차이에 비례한다는 방정식을 얻었다.
칸을 잘게, 갱신을 자주
칸 간격을 a, 한 번 갱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τ라 하자. 한 번 갱신할 때의 변화는 「이웃 넷의 평균 − 자기 값」, 곧 「(이웃 넷의 합) − 4 × 자기 값」의 1/4이다. 이웃 넷의 값을 테일러 전개해 더하면 1차 항은 좌우와 상하로 상쇄되고 2차 항만 남아서, 이 차이는 a² × (가로로 두 번 미분한 값 + 세로로 두 번 미분한 값)에 가까워진다. 양변을 τ로 나누고 a와 τ를 0으로 보내면 다음 방정식이 나온다.
축마다 두 번 미분한 값을 더한 연산자 ∇²(나블라 제곱으로 읽는다)는 한 점의 값이 둘레 평균보다 얼마나 낮은지를 재는데, 이것을 라플라시안(Laplacian)이라 부른다. 그리고 ∂u/∂t = D∇²u를 열 방정식 (값이 둘레 평균과의 차이에 비례하는 빠르기로 바뀌는 방정식, heat equation)이라 한다. u가 물질의 농도나 확률밀도이면 같은 식을 확산 방정식(diffusion equation)이라고도 부른다. 한 점의 값이 둘레 평균보다 낮으면 ∇²u가 양수라 값이 오르고, 높으면 내려간다. 둘레와 같아질 때까지 움직이므로 열 방정식은 고르게 만드는 방정식이다.
열 방정식을 따라 고르게 되어 가는 1차원 온도(D = 1/4). 처음에는 가운데 폭 10에만 온도 1이 있다. 둘레보다 높은 어깨(∇²u < 0)는 내려가고 둘레보다 낮은 발치(∇²u > 0)는 올라가서, t = 4, 16, 64로 갈수록 모서리가 무뎌지고 넓게 퍼진다. 넓이(온도의 합)는 그대로다.
한 점에 둔 1의 해
격자에서는 한 칸에 둔 1이 퍼진 거리가 정확히 횟수의 제곱근을 따랐고, 모양은 가우시안에 가까워졌다. 그렇다면 연속인 열 방정식에서 한 점에 둔 1은 정확히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넓게 퍼질까? 방정식에 넣어 확인해 보면 답은 가우시안이다.
이 해를 열핵(한 점에 둔 값이 시간 t 뒤 퍼진 모양, heat kernel)이라 한다. 한 축 방향의 분산이 σ² = 2Dt이므로, 격자에서 D = 1/4, t = n이면 가로 분산이 n/2, 2차원 거리 제곱의 평균이 n으로 격자에서 센 결과와 정확히 맞는다. 처음 값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해는 곳곳에 둔 열핵을 그 값으로 가중해 더한 것, 곧 처음 모양과 가우시안의 합성곱이다. 방정식이 선형이라 한 점에서 출발한 해들을 겹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원 열핵(D = 1/4). 원점에 둔 1이 t = 2, 8, 32 뒤에 퍼진 모양이다. 표준편차 σ = √(2Dt)는 1, 2, 4로 시간이 네 배일 때마다 두 배가 되고, 봉우리 높이는 그만큼 낮아져 넓이는 늘 1이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가우시안 블러는 이미지와 가우시안의 합성곱이다. 그러니 표준편차 σ인 가우시안 블러는 픽셀 평면에서 열 방정식을 σ² = 2Dt가 되는 시간 t만큼 돌린 것과 같고, 블러를 세게 거는 것은 열이 더 오래 퍼지게 두는 것이다.
문제 3. 블러를 두 번 걸면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표준편차 3픽셀인 가우시안 블러를 한 번 걸고, 같은 블러를 한 번 더 걸었다. (가) 결과는 표준편차 몇 픽셀인 가우시안 블러를 한 번 건 것과 같은가? (나) 가우시안 블러 대신 3 × 3 박스 블러(자기 칸을 포함한 아홉 칸의 평균)를 되풀이해 표준편차 3픽셀을 흉내 내려면 몇 번 걸어야 하는가?
김민준
3픽셀만큼 번지게 하고 3픽셀만큼 더 번지게 했으니 6픽셀이요.
선생님
열 방정식으로 보면 블러 한 번은 시간을 얼마나 흘려 보낸 거죠? 두 번이면요?
이서연
σ² = 2Dt니까 σ = 3은 2Dt = 9만큼 흘린 거예요. 두 번이면 시간이 더해져서 2Dt = 18, σ = √18 = 4.24픽셀이에요. 더해지는 건 표준편차가 아니라 분산이네요.
김민준
아, 격자에서 거리가 아니라 거리 제곱이 쌓였던 거랑 같구나. 6픽셀이 되려면 분산이 36이어야 하니까 같은 블러를 네 번 걸어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