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 열 방정식과 확산

확산 계수: 단위 시간에 퍼지는 넓이

열핵의 넓이는 σ² = 2Dt로 자라므로,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는 D 하나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D는 무엇을 재는 양이고, 실제 물질에서는 얼마나 클까?

역사: 픽의 소금물

1855년 독일의 생리학자 아돌프 픽은 소금이 물속에서 퍼지는 현상을 푸리에의 열전도와 같은 방정식으로 나타냈다. 그는 학창 시절 푸리에의 수학에 빠져 수학을 공부하려다 의학으로 옮긴 사람이었고, 이 무렵 취리히 대학에서 해부학 조교로 일하며 물리학의 개념과 방법으로 생물의 몸을 연구하고 있었다. 몸속에서는 녹아 있는 물질이 세포막 같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오가므로, 그 움직임을 다스리는 법칙이 필요했다.

그는 앞서 그레이엄이 소금물의 확산을 잰 장치를 썼다. 세로로 세운 유리 원통 바닥에 소금 결정을 깔고 위에는 많은 물을 두어 이따금 새 물로 갈아 주면, 바닥은 늘 소금으로 가득 차 있고 꼭대기는 늘 거의 맑은 물이라 오래 두면 원통 안의 농도가 더는 변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픽은 저울 팔에 매단 작은 유리구를 여러 깊이에 담가 용액의 밀도를 재고, 그 밀도로 소금의 농도를 읽었다. 소금의 흐름이 농도의 기울기에 비례한다면 이 상태의 농도는 높이에 따라 곧게 줄어야 하는데, 원통에서 잰 농도가 그렇게 나왔다. 단면이 높이에 따라 넓어지는 깔때기에서는 곧은 선이 아닌 다른 꼴을 예측해 견주었다. 소금의 흐름이 농도의 기울기에 비례한다는 이 법칙은 픽의 법칙이라 불린다. 온도 대신 농도를 넣었을 뿐 방정식은 같아서, 이 방정식은 열 방정식과 확산 방정식이라는 두 이름을 함께 갖게 되었다.

픽의 원통 실험을 다시 그린 모식도. 유리 원통 바닥에 소금 결정을 깔고 위의 물을 이따금 갈아 주면 원통 안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저울 팔에 매단 유리구로 깊이마다 용액의 밀도를 재면, 농도는 바닥의 포화 농도에서 꼭대기의 0까지 높이에 따라 곧게 줄어든다(오른쪽). 치수와 유리구의 모양은 단순하게 그렸다.
픽의 원통 실험을 다시 그린 모식도. 유리 원통 바닥에 소금 결정을 깔고 위의 물을 이따금 갈아 주면 원통 안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저울 팔에 매단 유리구로 깊이마다 용액의 밀도를 재면, 농도는 바닥의 포화 농도에서 꼭대기의 0까지 높이에 따라 곧게 줄어든다(오른쪽). 치수와 유리구의 모양은 단순하게 그렸다.
아돌프 픽(1829–1901). 안톤 클람로트의 1897년 파스텔화. 출처: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아돌프 픽(1829–1901). 안톤 클람로트의 1897년 파스텔화. 출처: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커피 속 설탕과 쇠막대

σ²가 넓이이고 t가 시간이므로 D의 단위는 m²/s이다. 이 D를 확산 계수 (단위 시간에 퍼지는 넓이, diffusion coefficient)라 하며, 이웃 평균 격자에서는 a = τ = 1이므로 D = 1/4이다.

젓지 않은 커피 바닥에서 설탕이 녹아 퍼지는 것이 이 과정이다. 물속 설탕 분자의 확산 계수는 25 °C에서 약 5.2 × 10⁻¹⁰ m²/s여서 한 축 방향으로 1 mm 퍼지는 데는 16분쯤 걸리지만, 1 cm 퍼지려면 그 100배인 하루 남짓이 걸린다. 설탕을 넣고 젓는 까닭은 먼 거리를 확산에 맡기지 않고 물의 흐름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한쪽 끝을 불에 대 일정한 온도로 두는 쇠막대도 같다. 쇠의 열확산 계수는 약 2.3 × 10⁻⁵ m²/s이고, 공기로 새는 열을 무시하면 온도가 끝의 절반만큼 오른 지점은 0.95√(Dt)로 나아간다. 0.95는 끝 온도를 고정한 긴 막대의 열 방정식 해에서 온도가 끝의 절반이 되는 자리를 계산하면 나오는 수다. 10 cm까지는 8분이지만 20 cm까지는 32분, 1 m까지는 반나절이 넘게 걸린다.

젓지 않은 커피 바닥의 설탕(D ≈ 5 × 10⁻¹⁰ m²/s). 한 축 방향으로 퍼진 폭 σ = √(2Dt)는 약 16분에 1 mm, 그 100배인 하루 남짓에 1 cm가 된다. 잔 바닥 4 cm를 실제 비율로 그렸다.
젓지 않은 커피 바닥의 설탕(D ≈ 5 × 10⁻¹⁰ m²/s). 한 축 방향으로 퍼진 폭 σ = √(2Dt)는 약 16분에 1 mm, 그 100배인 하루 남짓에 1 cm가 된다. 잔 바닥 4 cm를 실제 비율로 그렸다.
한쪽 끝을 불에 댄 쇠막대(열확산 계수 약 2.3 × 10⁻⁵ m²/s, 공기로 새는 열은 무시). 온도가 끝의 절반인 지점 0.95√(Dt)는 8분에 10 cm, 32분에 20 cm, 약 13시간에 1 m에 이른다.
한쪽 끝을 불에 댄 쇠막대(열확산 계수 약 2.3 × 10⁻⁵ m²/s, 공기로 새는 열은 무시). 온도가 끝의 절반인 지점 0.95√(Dt)는 8분에 10 cm, 32분에 20 cm, 약 13시간에 1 m에 이른다.

문제 4. 젓지 않은 커피의 설탕

물속 설탕 분자의 확산 계수를 D = 5.2 × 10⁻¹⁰ m²/s로 두고, 젓지 않은 커피 바닥에서 설탕이 한 축 방향으로 퍼진 폭을 σ = √(2Dt)로 잰다. 1 mm 퍼지는 데는 16분쯤 걸린다. (가) 설탕을 넣고 5분 뒤에 마시면, 설탕은 바닥에서 몇 mm 위까지 퍼져 있는가? (나) 높이 8 cm인 잔 전체로 퍼지려면 며칠쯤 걸리는가? (다) 설탕을 저으면 왜 금방 고르게 달아지는가?

김민준 M11
김민준

16분에 1 mm니까 5분이면 5/16 mm, 0.31 mm요. 거의 바닥에만 있네요.

선생님 T02
선생님

같은 셈법이면 1 cm는 몇 분 걸려요? 본문에서는 하루 남짓이라고 했죠.

김민준 M05
김민준

160분이니까… 하루랑 안 맞네요. 거리가 시간에 비례하는 게 아니었어요. σ = √(2Dt)에 넣으면 √(2 × 5.2 × 10⁻¹⁰ × 300) = 5.6 × 10⁻⁴ m, 0.56 mm예요. 비례로 셈한 것의 거의 두 배요.

이서연 S06
이서연

시간이 3분의 1쯤이면 거리는 √3분의 1쯤이니까, 짧게 볼수록 비례로 셈한 것보다 멀리 가 있는 거네. 그럼 (나)는 t = σ²/(2D) = 0.0064 ÷ (1.04 × 10⁻⁹) = 6.2 × 10⁶초, 71일이야.

김민준 M05
김민준

커피 한 잔이 저절로 달아지려면 두 달이 넘게 걸린다고요?

선생님 T14
선생님

처음 몇 분 동안은 생각보다 멀리 가고, 먼 거리는 한없이 느린 거예요. 격자에서 되풀이 횟수를 네 배로 늘려야 두 배 멀리 갔던 것과 같은 이야기죠. 그럼 이 성질로 저었을 때를 설명해 볼까요?

이서연 S11
이서연

저으면 설탕물이 물줄기에 끌려 늘어나면서 얇은 층들로 섞이잖아요. 층 두께가 0.1 mm라면 확산이 메울 거리가 0.1 mm뿐이니까 10초면 돼요.

선생님 T13
선생님

그래요. 확산은 짧은 거리에서는 빠르고 긴 거리에서는 한없이 느려요. 젓기는 먼 거리를 흐름으로 옮겨 주고, 확산에는 짧은 거리만 남겨 두는 거예요.

김민준 M07
김민준

과제 자료 전체를 혼자 처음부터 읽으면 한참 걸리는데, 조원끼리 나눠서 각자 몇 쪽씩만 읽으면 금방 끝나는 거랑 같네요. 저어서 거리를 잘게 나눠 주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