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계수: 단위 시간에 퍼지는 넓이
열핵의 넓이는 σ² = 2Dt로 자라므로,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는 D 하나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D는 무엇을 재는 양이고, 실제 물질에서는 얼마나 클까?
역사: 픽의 소금물
1855년 독일의 생리학자 아돌프 픽은 소금이 물속에서 퍼지는 현상을 푸리에의 열전도와 같은 방정식으로 나타냈다. 그는 학창 시절 푸리에의 수학에 빠져 수학을 공부하려다 의학으로 옮긴 사람이었고, 이 무렵 취리히 대학에서 해부학 조교로 일하며 물리학의 개념과 방법으로 생물의 몸을 연구하고 있었다. 몸속에서는 녹아 있는 물질이 세포막 같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오가므로, 그 움직임을 다스리는 법칙이 필요했다.
그는 앞서 그레이엄이 소금물의 확산을 잰 장치를 썼다. 세로로 세운 유리 원통 바닥에 소금 결정을 깔고 위에는 많은 물을 두어 이따금 새 물로 갈아 주면, 바닥은 늘 소금으로 가득 차 있고 꼭대기는 늘 거의 맑은 물이라 오래 두면 원통 안의 농도가 더는 변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픽은 저울 팔에 매단 작은 유리구를 여러 깊이에 담가 용액의 밀도를 재고, 그 밀도로 소금의 농도를 읽었다. 소금의 흐름이 농도 그래디언트(이 원통에서는 높이에 따라 농도가 변하는 비율)에 비례한다면 이 상태의 농도는 높이에 따라 곧게 줄어야 하는데, 원통에서 잰 농도가 그렇게 나왔다. 단면이 높이에 따라 넓어지는 깔때기에서는 곧은 선이 아닌 다른 꼴을 예측해 견주었다. 소금의 흐름이 농도 그래디언트에 비례한다는 이 법칙은 픽의 법칙이라 불린다. 온도 대신 농도를 넣었을 뿐 방정식은 같아서, 이 방정식은 열 방정식과 확산 방정식이라는 두 이름을 함께 갖게 되었다.


깊이마다 농도를 재려면 물을 조금씩 떠서 소금을 말려 무게를 달면 될 것 같은데, 픽은 왜 저울에 유리구를 매달았어요?

짐작이지만, 물을 떠내면 떠낸 깊이의 농도가 흐트러지잖아요. 오래 기다려 겨우 자리 잡은 원통을 건드리지 않고 재야 했을 거예요. 유리구가 받는 뜨는 힘은 그 깊이의 용액 밀도로 정해지니까, 저울 눈금에서 밀도를, 밀도에서 농도를 읽은 거예요.

농도 그래프 하나에 원통이 자리 잡기를 기다리고 깊이마다 저울질이라니요. 지금은 센서를 넣으면 몇 초마다 값이 찍히는데요.

더 큰 벽은 따로 있었어요. 소금이 왜 진한 데서 묽은 데로 가는지, 분자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여서 그렇게 되는지는 픽이 답하지 못했어요. 액체 속에서 분자의 무작위 운동과 확산 계수를 식으로 이은 건 1905년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 논문이에요. 픽보다 50년 뒤예요.

그러면 픽은 이유는 모른 채 흐름이 농도 그래디언트에 비례한다는 규칙만 세운 거네요. 깔때기에서 다른 꼴을 미리 예측해 견준 것도 그래서였겠어요.

그래요. 규칙 하나로 서로 다른 두 모양을 미리 말할 수 있어야 시험이 되니까요. 대신 그 규칙에는 물질마다 다른 비례 상수 하나가 남았어요.

그 상수가 D라면, 커피에 넣은 설탕은 D가 얼마고 실제로 몇 분이면 얼마나 퍼져요?
커피 속 설탕과 쇠막대
σ²가 넓이이고 t가 시간이므로 D의 단위는 m²/s이다. 이 D를 확산 계수 (단위 시간에 퍼지는 넓이, diffusion coefficient)라 하며, 이웃 평균 격자에서는 a = τ = 1이므로 D = 1/4이다.
젓지 않은 커피 바닥에서 설탕이 녹아 퍼지는 것이 이 과정이다. 물속 설탕 분자의 확산 계수는 25 °C에서 약 5.2 × 10⁻¹⁰ m²/s여서 한 축 방향으로 1 mm 퍼지는 데는 16분쯤 걸리지만, 1 cm 퍼지려면 그 100배인 하루 남짓이 걸린다. 설탕을 넣고 젓는 것은 먼 거리를 확산에 맡기지 않고 물의 흐름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한쪽 끝을 불에 대 일정한 온도로 두는 쇠막대도 같다. 쇠의 열확산 계수는 약 2.3 × 10⁻⁵ m²/s이고, 공기로 새는 열을 무시하면 온도가 끝의 절반만큼 오른 지점은 0.95√(Dt)로 나아간다. 0.95는 끝 온도를 고정한 긴 막대의 열 방정식 해에서 온도가 끝의 절반이 되는 자리를 계산하면 나오는 수다. 10 cm까지는 8분이지만 20 cm까지는 32분, 1 m까지는 반나절이 넘게 걸린다.


문제 4. 젓지 않은 커피의 설탕
물속 설탕 분자의 확산 계수를 D = 5.2 × 10⁻¹⁰ m²/s로 두고, 젓지 않은 커피 바닥에서 설탕이 한 축 방향으로 퍼진 폭을 σ = √(2Dt)로 잰다. 1 mm 퍼지는 데는 16분쯤 걸린다. (가) 설탕을 넣고 5분 뒤에 마시면, 설탕은 바닥에서 몇 mm 위까지 퍼져 있는가? (나) 높이 8 cm인 잔 전체로 퍼지려면 며칠쯤 걸리는가? (다) 설탕을 저으면 왜 금방 고르게 달아지는가?


16분에 1 mm니까 5분이면 5/16 mm, 0.31 mm요. 거의 바닥에만 있네요.

같은 셈법이면 1 cm는 몇 분 걸려요? 본문에서는 하루 남짓이라고 했죠.

160분이니까… 하루랑 안 맞네요. 거리가 시간에 비례하는 게 아니었어요. σ = √(2Dt)에 넣으면 √(2 × 5.2 × 10⁻¹⁰ × 300) = 5.6 × 10⁻⁴ m, 0.56 mm예요. 비례로 셈한 것의 거의 두 배요.

시간이 3분의 1쯤이면 거리는 √3분의 1쯤이니까, 짧게 볼수록 비례로 셈한 것보다 멀리 가 있는 거네.

(나)는요? 8 cm 퍼지는 시간을 σ = √(2Dt)에서 거꾸로 풀어 봐요.

t = σ²/(2D) = 0.0064 ÷ (1.04 × 10⁻⁹) = 6.2 × 10⁶초… 71일이에요.

커피 한 잔이 저절로 달아지려면 두 달이 넘게 걸린다고요?

처음 몇 분 동안은 생각보다 멀리 가고, 먼 거리는 한없이 느린 거예요. 격자에서 되풀이 횟수를 네 배로 늘려야 두 배 멀리 갔던 것과 같은 이야기죠. 그럼 거리가 시간의 제곱근으로만 느는 성질로 저었을 때를 설명해 볼까요?

저으면 설탕물이 물줄기에 끌려 늘어나면서 얇은 층들로 섞이잖아요. 층 두께가 0.1 mm라면 확산이 메울 거리가 0.1 mm뿐이니까 10초면 돼요.

그래요. 확산은 짧은 거리에서는 빠르고 긴 거리에서는 한없이 느려요. 젓기는 먼 거리를 흐름으로 옮겨 주고, 확산에는 짧은 거리만 남겨 두는 거예요.

과제 자료 전체를 혼자 처음부터 읽으면 한참 걸리는데, 조원끼리 나눠서 각자 몇 쪽씩만 읽으면 금방 끝나는 거랑 같네요. 저어서 거리를 잘게 나눠 주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