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서연의 쪽지

학교 라운지의 창가 자리. 유자차 두 잔 사이에 과제 종이와 노트북이 펼쳐져 있다. 민준의 화면 한쪽에는 게임 속 캐릭터 루나의 대사 파일이 열려 있다.

민준아.

응, 잠깐만. 루나 아침 인사만 고치고. 루나 말도 결국 다음 글자를 제일 그럴듯하게 고르는 거라서 그런가, 맨날 「좋은 아침이야, 마스터!」 하나야. 이제는 듣기도 전에 다 알겠어.

…그럼 이건 모를걸.
서연이 접은 쪽지를 노트북 옆으로 밀었다. 다섯 글자씩 끊은 대문자가 적혀 있다.
OZLZU DTNQV EOWOS PJUJ

오, 암호야? 아무 글자나 막 친 것 같은데. 훑어봐도 자주 나오는 글자가 따로 없네.

아무 글자는 아니야. 아까 그 이니그마 위젯으로 친 거야. 로터는 처음 순서 그대로, 링도 안 건드렸고, 플러그는 하나도 안 꽂았어.

그럼 시작 글자 세 개만 알면 되네. 힌트는?

…네 이름.

민준 김, MJK. 쳐 볼게. D, C, G, H, A… 아까보다 더 엉망인데?

한국 사람 이름을 왜 거꾸로 쓰는데.

아, 김민준. KMJ. L, U, N, A… 루나? 루나 말고… 나도… 좀… 봐.
서연은 찻잔만 내려다보았다. 귀 끝이 조금 뜨거웠다.

아, 미안! 내가 루나만 붙잡고 있어서, 네 과제 봐 준다던 거 까먹었지? 루나 말고 나도 좀 봐 달라는 거잖아. 어느 문제야?
서연은 숨을 내쉬었다.

…응, 그거. 셋째 문제.

그런데 이거 재밌다. 루나 인사는 다 외웠는데, 네 쪽지는 첫 글자부터 하나도 예상을 못 했어.

예상 못 한 게 그 글자들뿐이면 좋겠네.

응? 무슨 뜻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문제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