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이: 스핀이 많을수록 날카로워지는 경계
이제 스핀 100개에서 본 급격한 변화로 돌아가자. 모든 쌍을 같은 결합 J/N으로 묶은 스핀 1만 개에서 βJ = 0.9와 1.1은 전혀 다른 계였고, 스핀 하나당 점수의 곡률을 비교하면 그 경계는 βJ = 1이었다. 그런데 스핀 100개에서는 같은 변화가 완만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 경계는 스핀 수가 적으면 흐려지는 우연한 모양일까, 아니면 계가 원래 가진 성질일까?
역사: 평면에서는 일어난다
이징의 결론을 뒤집은 것은 2차원이었다. 1936년 파이얼스는 「이징의 강자성 모형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2차원이나 3차원 격자라면 온도가 충분히 낮을 때 자성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간단한 논증을 내놓았다. 훗날 그 논증의 한 단계가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결론과 방법은 맞아서, 지금도 「파이얼스 논증」이라는 이름으로 쓰인다. 전환이 일어나는 온도를 처음 정확히 짚은 것은 1941년의 크라머르스와 바니에였다. 정사각 격자의 분배함수를 높은 온도 쪽에서 전개한 것과 낮은 온도 쪽에서 전개한 것이 서로 같은 모양이라는 대칭을 찾아, 두 쪽이 맞물리는 온도를 계산해 냈다.
1942년 2월 뉴욕 과학 아카데미 모임에서 바니에가 이 결과를 발표하자, 듣고 있던 온사거가 토론 시간에 일어나 2차원 정사각 격자 모형을 정확히 풀었다고 알렸다. 수학의 빈틈을 모두 메울 때까지 발표를 미루는 버릇대로, 그는 그 풀이를 2년 뒤인 1944년에야 논문으로 냈다. 낮은 온도에서 자화가 실제로 0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자화의 공식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48년 코넬 대학의 한 강연이 끝나자 온사거는 칠판으로 걸어가 브루리아 카우프만과 함께 이 문제를 풀었다며 공식을 적었고, 이듬해 피렌체 학회에서도 같은 말을 했지만 유도는 끝내 발표하지 않았다. 그 공식을 처음으로 증명해 출판한 사람은 1952년의 양전닝이다.
급격한 변화에 붙이는 이름
이 급격한 변화에 이름을 붙이자. 온도나 결합 같은 조건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계의 전형적인 모습이 한 값을 경계로 달라지는 것을 상전이 (조건이 한 값을 지날 때 계의 전형적인 상태가 갑자기 바뀌는 현상, phase transition)라 하고, 그 경계가 되는 조건의 값을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한다. 여기서 상(相, phase)은 얼음·물·수증기처럼 같은 물질이 띠는 서로 다른 모습이고, 자석에서는 자화된 모습과 자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완전 연결 이징 모형의 임계점은 βJ = 1, 곧 kT = J이다.
유한한 N에서는 Z가 매끄러운 항 유한 개의 합이라 모든 양이 조건에 따라 매끄럽게 변하고, 칼로 자른 듯한 경계는 N을 한없이 키운 극한에서만 나타난다. 그래도 모든 쌍을 묶은 스핀 1000개에서 평균 방향이 0 근처(−0.1 < m < 0.1)에 있을 확률이 βJ = 0.9에서는 0.690, 1.1에서는 0.001이었듯 스핀 1000개면 이미 경계가 뚜렷하고, 원자가 10²³개쯤인 실제 자석에서는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다.
결합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임계점은 달라지고,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온사거가 푼 2차원 정사각 격자에서 이웃한 쌍마다 결합 J를 주면 임계 온도는 kT = 2J/ln(1 + √2) = 2.269J이다. 64 × 64 격자를 시뮬레이션해 자화의 크기를 평균하면 kT = 2.0, 2.27, 2.4, 3.0에서 0.912, 0.662, 0.187, 0.042로, 2.27 근처에서 급히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징이 처음 푼, 한 줄로 이은 스핀은 어떨까? 그것은 아래 문제 5에서 직접 따져 보자.

문제 5. 한 줄로 늘어선 스핀
스핀 N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고 바로 이웃한 쌍에만 결합 J가 있으며, βJ = 1.5다. (가) N = 100, 1000, 10000에서 P(−0.1 < m < 0.1)을 구하라. (나) 거리 r만큼 떨어진 두 스핀의 ⟨s₀s_r⟩을 구하라. (다) 모든 쌍을 묶은 계와 결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이징은 한 줄에서는 자성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차원을 높여도 마찬가지라던 결론은 틀렸잖아요. 그 계산도 다시 볼 만해요. 모든 쌍을 묶은 계는 βJ = 1.5에서 스핀이 많을수록 두 봉우리가 뚜렷해졌잖아요. 한 줄로 늘어서도 이웃끼리는 같은 방향을 좋아하니까 스핀이 많아지면 결국 갈라지겠죠. 0 근처의 확률은 N이 커질수록 0으로 가야 해요.

돌려 봤는데 반대야. 양 끝이 열린 한 줄 스핀은 이웃 쌍마다 같은 방향인지 아닌지가 서로 독립이라서 정확히 셀 수 있거든. P(−0.1 < m < 0.1)이 N = 100에서 0.155, 1000에서 0.515, 10000에서 0.974야. 커질수록 0으로 몰려.

어? 결합은 똑같이 1.5인데 왜 0으로 가지?

(나)부터 해 봐요. 이웃 쌍이 같은 방향일 확률이 얼마죠?

쌍 하나가 같은 방향이면 e^1.5, 반대면 e^(−1.5)에 비례하니까 ⟨sᵢsᵢ₊₁⟩ = tanh 1.5 = 0.905예요. 쌍들이 독립이니까 r만큼 떨어지면 곱해서 0.905^r이고요. r = 10이면 0.369, 50이면 0.0069예요. 거리가 10쯤 늘 때마다 1/e씩 줄어요.

위를 향한 구간과 아래를 향한 구간의 경계, 곧 반대 방향인 이웃 쌍은 얼마나 자주 생기죠?

반대일 확률이 e^(−1.5)/(e^1.5 + e^(−1.5)) = 0.047이니까 스핀 1000개면 경계가 47개쯤이에요. 경계 하나에 드는 에너지는 2J로 정해져 있는데 경계를 놓을 자리는 N − 1곳이나 되니까, 스핀이 많을수록 경계를 놓는 경우의 수가 이기는 거네요.

모든 쌍을 묶은 계에서는 스핀 무리 하나를 반대로 두면 나머지 전부와 어긋나니까 비용이 N에 비례해 커졌는데, 한 줄에서는 경계 하나의 비용이 줄 길이와 상관없구나. 그래서 구간이 잘게 나뉘고 평균은 0으로 가는 거고.

이징이 1925년에 얻은 결론이 이거예요. 2차원에서는 한 구역을 뒤집으면 경계의 길이가 구역의 크기와 함께 자라서 비용도 커지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자화가 살아남아요. 파이얼스가 1936년에 보인 논증의 뼈대가 이거예요.

말 전달 놀이 같아요. 한 줄로 서서 옆 사람에게 귓속말을 넘기면 10명쯤 지나 처음 말이 거의 남지 않는데, 모두가 모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으면 헷갈릴 일이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