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 비평형 통계역학과 야르진스키 등식

소산된 일: 서두른 만큼 흩어지는 몫

지수 평균은 빠르기와 상관없이 ΔF를 주지만, 일의 평균은 조이는 시간에 따라 1.500에서 0.726까지 달라졌다. 일의 평균이 ΔF를 넘는 몫은 어디로 가고, 그 크기는 무엇이 정할까?

일상 사례: 주사기 누르기

입구를 막은 주사기의 피스톤을 누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피스톤을 한없이 천천히 누르면 안의 공기가 방의 온도를 유지하며 줄어들고, 이때 든 일이 두 부피 사이의 자유에너지 차이다. 피스톤을 확 누르면 공기가 순간적으로 뜨거워져 더 세게 밀어내므로 같은 부피까지 누르는 데 일이 더 든다. 누른 채로 기다리면 공기는 방의 온도로 식어 천천히 누른 경우와 같은 상태가 되고, 더 들인 일은 열로 방에 흩어진다. 같은 곳에 도착해도 서두르면 일이 더 든다. 알갱이 하나를 조이는 덫에서도 늘 그럴까?

입구를 막은 주사기의 공기를 부피 1에서 0.5로 누를 때(NkT = 1인 단위). 방의 온도를 지키며 천천히 누르면 일이 ln 2 = 0.693으로 두 부피의 자유에너지 차이와 같고, 열이 빠져나갈 겨를 없이 빨리 누르면(공기의 비열비 1.4) 0.799가 든다. 누른 채 기다리면 같은 상태로 식고, 더 든 0.106은 열로 방에 흩어진다.
입구를 막은 주사기의 공기를 부피 1에서 0.5로 누를 때(NkT = 1인 단위). 방의 온도를 지키며 천천히 누르면 일이 ln 2 = 0.693으로 두 부피의 자유에너지 차이와 같고, 열이 빠져나갈 겨를 없이 빨리 누르면(공기의 비열비 1.4) 0.799가 든다. 누른 채 기다리면 같은 상태로 식고, 더 든 0.106은 열로 방에 흩어진다.

일의 평균은 왜 ΔF보다 작을 수 없나

덫을 한순간도, 한없이 천천히도 아닌 빠르기로 조이면 실험마다 일이 다르게 나와 퍼진다. 퍼진 값의 지수 평균이 e^(−βΔF)로 고정되어 있으면, 지수함수가 아래로 볼록하므로 ⟨e^(−β𝒲)⟩ ≥ e^(−β⟨𝒲⟩)에서 ⟨𝒲⟩ ≥ ΔF가 저절로 나온다. 일의 평균이 자유에너지 차이보다 작을 수 없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여기서 부등식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다. 주사기에서 본 「서두르면 일이 더 든다」가 이 부등식의 일상판이다. 그렇다면 실험 하나하나에서도 일은 늘 ΔF보다 클까? 이 물음은 아래 문제 6에서 직접 세어 보자.

정리하면 패턴은 두 줄이다. 어떤 빠르기로 조이든 일의 지수 평균은 −kT ln⟨e^(−β𝒲)⟩ = ΔF를 정확히 주고, 일의 평균은 ⟨𝒲⟩ ≥ ΔF여서 천천히 조일수록 ΔF에 다가간다.

소산된 일

야르진스키 등식에서 제2법칙 ⟨𝒲⟩ ≥ ΔF가 나오므로, 일에서 자유에너지 차이를 뺀 𝒲 − ΔF의 평균은 0 이상이고 한없이 천천히 바꿀 때만 0이 된다. 이 𝒲 − ΔF를 소산된 일 (자유에너지로 저장되지 못하고 열로 흩어진 일, dissipated work)이라 한다. 천천히 바꿔서 일이 정규분포에 가깝게 퍼지면 지수 평균을 전개해 ⟨𝒲⟩ − ΔF ≈ βVar(𝒲)/2를 얻는다. 일의 퍼짐(분산)이 열로 새어 나간 에너지를 정하는 요동-소산의 관계가 여기서도 나오는 셈이다. 용수철 덫을 시간 10 동안 조인 경우에 소산된 일의 평균은 0.726 − 0.693 = 0.033이고, 일의 분산으로 어림한 값은 0.037이다.

덫을 κ = 1에서 4로 조이는 시간에 따른 소산된 일의 평균 ⟨𝒲⟩ − ΔF(실선, 정확한 값)와 일의 분산의 절반 Var(𝒲)/2(동그라미, 시간마다 20만 번 돌린 값). 빨리 조일수록 둘 다 커지고 둘의 차이도 벌어진다. 천천히 조이면 일이 정규분포에 가까워져 두 값이 겹친다.
덫을 κ = 1에서 4로 조이는 시간에 따른 소산된 일의 평균 ⟨𝒲⟩ − ΔF(실선, 정확한 값)와 일의 분산의 절반 Var(𝒲)/2(동그라미, 시간마다 20만 번 돌린 값). 빨리 조일수록 둘 다 커지고 둘의 차이도 벌어진다. 천천히 조이면 일이 정규분포에 가까워져 두 값이 겹친다.

문제 5. 주사기를 두 번에 나눠 누르면

입구를 막은 주사기의 공기를 부피 1에서 1/9로 누른다(NkT = 1인 단위). 방의 온도를 지키며 천천히 누르면 일은 ln 9 = 2.197이다. 열이 빠져나갈 겨를 없이 확 누르면 공기의 온도가 (처음 부피 ÷ 나중 부피)^0.4배로 오르고, 그때 든 일은 2.5 × (오른 온도 − 처음 온도)다(온도는 방의 온도를 1로 잰 값). (가) 한 번에 확 누르면 일과 소산된 일은 얼마인가? (나) 부피 1/3까지 확 누르고 방의 온도로 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1/9까지 확 누르면?

김민준 M11
김민준

(가)는 9^0.4 = 2.408배니까 2.5 × 1.408 = 3.521이고, 소산된 일은 3.521 − 2.197 = 1.323이요. (나)는 확 누르기를 두 번 하니까 소산도 두 배쯤, 2.6은 넘겠죠.

선생님 T14
선생님

한 번 누를 때 온도가 얼마나 오르는지부터 볼까요?

이서연 S07
이서연

부피를 1/3로만 줄이니까 3^0.4 = 1.552배만 올라요. 한 번에 2.5 × 0.552 = 1.38, 두 번이면 2.76이고 소산은 2.76 − 2.197 = 0.56이에요. 한 번에 누를 때의 절반도 안 돼요.

김민준 M08
김민준

확 누르는 횟수는 늘었는데 소산은 줄었네요. 한 번에 덜 뜨거워지니까 식으면서 방에 버리는 몫이 적은 거구나.

선생님 T13
선생님

그래요. 네 번에 나누면 0.260, 여덟 번이면 0.125로 나눌 때마다 거의 절반이 돼요. 한 번에 평형에서 크게 벗어날수록 많이 흩어져요.

김민준 M10
김민준

밤새워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과제보다 나눠서 하는 과제가 덜 지치는 것과 비슷하네요.

문제 6. 제2법칙은 깨졌나

용수철 상수 1인 덫에서 평형을 이룬 알갱이의 덫을 한순간에 9로 조인다(kT = 1). (가) 일의 평균, ΔF, 소산된 일은 얼마인가? (나) 실험의 몇 %가 ΔF보다 적은 일로 끝나는가? 이것은 제2법칙을 깨뜨리는가? (다) 같은 덫에 든 알갱이 100개를 한꺼번에 조이면 어떻게 되는가? (풀어 본 뒤 아래 위젯 1의 「문제 6 불러오기」로 확인해 보자.)

직접 움직여 보기위젯 1: 덫을 9로 조이기새 창에서 열기 ↗
김민준 M11
김민준

일이 4x²이고 x²의 평균이 1이니까 ⟨𝒲⟩ = 4요. ΔF는 ln 2 = 0.693이니까 소산된 일은 3.307이고요.

선생님 T14
선생님

ln 2는 어느 두 덫의 자유에너지 차이였죠?

이서연 S06
이서연

κ = 1과 4였어요. Z가 √(2π/κ)니까 이번엔 ΔF = ½ ln 9 = ln 3 = 1.099예요. 소산된 일은 4 − 1.099 = 2.901이고요. 평균 일이 ΔF의 세 배를 넘어요.

선생님 T14
선생님

그래요. 그럼 일이 ΔF보다 적게 든 실험도 있을까요?

김민준 M05
김민준

4x² < 1.099이려면 |x| < 0.524니까… 40.0%요. 어, 열 번에 네 번은 ΔF보다 적은 일로 조여졌어요. 제2법칙이 그만큼 깨지는 거예요?

이서연 S11
이서연

제2법칙은 평균에 대한 말이잖아. 평균은 4로 ΔF보다 크니까 안 깨졌어.

선생님 T02
선생님

그래요. 그럼 알갱이가 100개면 어떨까요?

이서연 S07
이서연

전체 일은 표준정규 변수 100개의 제곱을 더한 값(자유도 100인 카이제곱)의 4배이고 전체 ΔF는 109.9니까, 전체 일이 그보다 작을 확률은 3.8 × 10⁻¹⁴이에요. 10개면 1.3%였는데요.

김민준 M07
김민준

알갱이가 많아지면 제2법칙이 거의 늘 지켜지는 거네요. 그럼 야르진스키 등식은요?

선생님 T14
선생님

여전히 정확해요. 다만 지수 평균을 끌어가는 게 그 드문 경로들이라, 계가 크면 그런 경로를 한 번 보는 데도 샘플이 엄청나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