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산된 일: 서두른 만큼 흩어지는 몫
지수 평균은 빠르기와 상관없이 ΔF를 주지만, 일의 평균은 조이는 시간에 따라 1.500에서 0.726까지 달라졌다. 일의 평균이 ΔF를 넘는 몫은 어디로 가고, 그 크기는 무엇이 정할까?
일상 사례: 주사기 누르기
입구를 막은 주사기의 피스톤을 누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피스톤을 한없이 천천히 누르면 안의 공기가 방의 온도를 유지하며 줄어들고, 이때 든 일이 두 부피 사이의 자유에너지 차이다. 피스톤을 확 누르면 공기가 순간적으로 뜨거워져 더 세게 밀어내므로 같은 부피까지 누르는 데 일이 더 든다. 누른 채로 기다리면 공기는 방의 온도로 식어 천천히 누른 경우와 같은 상태가 되고, 더 들인 일은 열로 방에 흩어진다. 같은 곳에 도착해도 서두르면 일이 더 든다. 알갱이 하나를 조이는 덫에서도 늘 그럴까?

일의 평균은 왜 ΔF보다 작을 수 없나
덫을 한순간도, 한없이 천천히도 아닌 빠르기로 조이면 실험마다 일이 다르게 나와 퍼진다. 퍼진 값의 지수 평균이 e^(−βΔF)로 고정되어 있으면, 지수함수가 아래로 볼록하므로 ⟨e^(−β𝒲)⟩ ≥ e^(−β⟨𝒲⟩)에서 ⟨𝒲⟩ ≥ ΔF가 저절로 나온다. 일의 평균이 자유에너지 차이보다 작을 수 없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여기서 부등식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다. 주사기에서 본 「서두르면 일이 더 든다」가 이 부등식의 일상판이다. 그렇다면 실험 하나하나에서도 일은 늘 ΔF보다 클까? 이 물음은 아래 문제 6에서 직접 세어 보자.
정리하면 패턴은 두 줄이다. 어떤 빠르기로 조이든 일의 지수 평균은 −kT ln⟨e^(−β𝒲)⟩ = ΔF를 정확히 주고, 일의 평균은 ⟨𝒲⟩ ≥ ΔF여서 천천히 조일수록 ΔF에 다가간다.
소산된 일
야르진스키 등식에서 제2법칙 ⟨𝒲⟩ ≥ ΔF가 나오므로, 일에서 자유에너지 차이를 뺀 𝒲 − ΔF의 평균은 0 이상이고 한없이 천천히 바꿀 때만 0이 된다. 이 𝒲 − ΔF를 소산된 일 (자유에너지로 저장되지 못하고 열로 흩어진 일, dissipated work)이라 한다. 천천히 바꿔서 일이 정규분포에 가깝게 퍼지면 지수 평균을 전개해 ⟨𝒲⟩ − ΔF ≈ βVar(𝒲)/2를 얻는다. 일의 퍼짐(분산)이 열로 새어 나간 에너지를 정하는 요동-소산의 관계가 여기서도 나오는 셈이다. 용수철 덫을 시간 10 동안 조인 경우에 소산된 일의 평균은 0.726 − 0.693 = 0.033이고, 일의 분산으로 어림한 값은 0.037이다.
문제 5. 주사기를 두 번에 나눠 누르면
입구를 막은 주사기의 공기를 부피 1에서 1/9로 누른다(NkT = 1인 단위). 방의 온도를 지키며 천천히 누르면 일은 ln 9 = 2.197이다. 열이 빠져나갈 겨를 없이 확 누르면 공기의 온도가 (처음 부피 ÷ 나중 부피)^0.4배로 오르고, 그때 든 일은 2.5 × (오른 온도 − 처음 온도)다(온도는 방의 온도를 1로 잰 값). (가) 한 번에 확 누르면 일과 소산된 일은 얼마인가? (나) 부피 1/3까지 확 누르고 방의 온도로 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1/9까지 확 누르면?

(가)는 9^0.4 = 2.408배니까 2.5 × 1.408 = 3.521이고, 소산된 일은 3.521 − 2.197 = 1.323이요. (나)는 확 누르기를 두 번 하니까 소산도 두 배쯤, 2.6은 넘겠죠.

한 번 누를 때 온도가 얼마나 오르는지부터 볼까요?

부피를 1/3로만 줄이니까 3^0.4 = 1.552배만 올라요. 한 번에 2.5 × 0.552 = 1.38, 두 번이면 2.76이고 소산은 2.76 − 2.197 = 0.56이에요. 한 번에 누를 때의 절반도 안 돼요.

확 누르는 횟수는 늘었는데 소산은 줄었네요. 한 번에 덜 뜨거워지니까 식으면서 방에 버리는 몫이 적은 거구나.

그래요. 네 번에 나누면 0.260, 여덟 번이면 0.125로 나눌 때마다 거의 절반이 돼요. 한 번에 평형에서 크게 벗어날수록 많이 흩어져요.

밤새워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과제보다 나눠서 하는 과제가 덜 지치는 것과 비슷하네요.
문제 6. 제2법칙은 깨졌나
용수철 상수 1인 덫에서 평형을 이룬 알갱이의 덫을 한순간에 9로 조인다(kT = 1). (가) 일의 평균, ΔF, 소산된 일은 얼마인가? (나) 실험의 몇 %가 ΔF보다 적은 일로 끝나는가? 이것은 제2법칙을 깨뜨리는가? (다) 같은 덫에 든 알갱이 100개를 한꺼번에 조이면 어떻게 되는가? (풀어 본 뒤 아래 위젯 1의 「문제 6 불러오기」로 확인해 보자.)

일이 4x²이고 x²의 평균이 1이니까 ⟨𝒲⟩ = 4요. ΔF는 ln 2 = 0.693이니까 소산된 일은 3.307이고요.

ln 2는 어느 두 덫의 자유에너지 차이였죠?

κ = 1과 4였어요. Z가 √(2π/κ)니까 이번엔 ΔF = ½ ln 9 = ln 3 = 1.099예요. 소산된 일은 4 − 1.099 = 2.901이고요. 평균 일이 ΔF의 세 배를 넘어요.

그래요. 그럼 일이 ΔF보다 적게 든 실험도 있을까요?

4x² < 1.099이려면 |x| < 0.524니까… 40.0%요. 어, 열 번에 네 번은 ΔF보다 적은 일로 조여졌어요. 제2법칙이 그만큼 깨지는 거예요?

제2법칙은 평균에 대한 말이잖아. 평균은 4로 ΔF보다 크니까 안 깨졌어.

그래요. 그럼 알갱이가 100개면 어떨까요?

전체 일은 표준정규 변수 100개의 제곱을 더한 값(자유도 100인 카이제곱)의 4배이고 전체 ΔF는 109.9니까, 전체 일이 그보다 작을 확률은 3.8 × 10⁻¹⁴이에요. 10개면 1.3%였는데요.

알갱이가 많아지면 제2법칙이 거의 늘 지켜지는 거네요. 그럼 야르진스키 등식은요?

여전히 정확해요. 다만 지수 평균을 끌어가는 게 그 드문 경로들이라, 계가 크면 그런 경로를 한 번 보는 데도 샘플이 엄청나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