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룩스 정리: 앞으로 간 일과 거꾸로 간 일
지금까지는 한쪽 방향, 곧 덫을 조이는 과정만 보았다. 그런데 분자를 잡아당기는 실험에서는 같은 분자를 다시 놓아 주며 거꾸로 가는 과정의 일도 함께 잴 수 있다. 같은 덫을 거꾸로 풀면 일은 어떻게 퍼지고, 조일 때의 일과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역사: 거꾸로 가는 실험이 자유에너지를 끼우다
야르진스키의 논문이 나온 뒤 1998년과 1999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의 화학과에 있던 개빈 크룩스는 이 등식을 마르코프 사슬에서 증명하고, 앞으로 간 경로와 그 경로를 거꾸로 밟는 경로의 확률 비를 구했다.
분자 하나를 당기는 실험은 곧 한 가지 곤란에 부딪혔다. 2002년 버클리의 부스타만테 연구진이 RNA 분자 하나를 당겨 야르진스키 등식을 확인할 때 쓴 분자는 거의 가역적으로 펴졌다 접히는 분자였다. 평형에서 멀리 벗어나도록 빨리 당기면 지수 평균이 드물게 나오는 작은 일 몇 개에 좌우되어 오차가 커지는데, 그렇다고 천천히 당기면 장비가 조금씩 밀려나는 탓에 측정이 흐려졌다. 2005년 같은 버클리 연구진(콜린, 리토르트, 야르진스키, 부스타만테 등)은 펴는 일과 접는 일을 함께 재는 쪽을 택했다. 광학 집게로 RNA 머리핀(한 가닥이 제 몸에 붙어 접힌 RNA)과 나선 세 개가 만나는 RNA를 수백에서 천여 번씩 폈다 접으며 두 일의 분포를 그렸더니, 두 분포는 당기는 빠르기와 상관없이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접힘 자유에너지를 읽었고, 평균 일 가운데 50kT 가까이가 흩어지는 빠른 실험에서도 이 방법이 통했다. 염기쌍 하나만 다른 돌연변이 분자와의 자유에너지 차이, 마그네슘 이온이 RNA 구조를 얼마나 안정시키는지도 이렇게 구했다.
덫을 거꾸로 풀기
용수철 덫을 거꾸로 풀어 보자. κ = 4인 덫에서 평형을 이룬 알갱이의 덫을 한순간에 κ = 1로 늦추면, 알갱이가 x에 있을 때 에너지가 1.5x²만큼 줄어들므로 일은 −1.5x²이다. 처음 분포의 분산이 0.25이니 거꾸로 가는 과정의 일의 평균은 −0.375다. 거꾸로 가는 과정의 자유에너지 차이는 −ΔF이므로 여기서도 제2법칙이 성립해 −0.375 ≥ −0.693이고, 앞으로 간 과정의 1.5 ≥ 0.693과 합치면 0.375 ≤ ΔF ≤ 1.5로 ΔF가 양쪽에서 끼인다. 앞으로 간 과정의 일의 분포와 거꾸로 간 과정의 일을 부호만 바꾼 분포를 한 그림에 그리면, 두 분포는 정확히 𝒲 = ΔF에서 만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른쪽 식은 경로 하나하나에 대한 것이고, 일이 같은 경로들을 모으면 왼쪽 식이 된다. 덫을 한순간에 조일 때는 ρ_F가 1.5χ², ρ_R이 0.375χ²의 분포(χ²는 표준정규 변수의 제곱)이어서 두 밀도의 비를 직접 계산하면 e^(𝒲 − ln 2)가 나온다. 왼쪽 식의 양변에 ρ_R(−𝒲)를 곱하고 𝒲로 적분하면 ⟨e^(−β𝒲)⟩ = e^(−βΔF), 곧 야르진스키 등식이 나온다. 앞으로 간 경로의 확률과 그 경로를 거꾸로 밟는 확률의 비가 소산된 일의 지수라는 이 관계를 크룩스 정리 (앞뒤 경로의 확률 비를 소산된 일로 주는 정리, Crooks fluctuation theorem)라 한다.
문제 7. 두 분포가 만나는 자리
(가) 어떤 분자를 당겼다 놓아 주는 실험에서 앞으로 간 일의 평균이 1.0, 거꾸로 간 일의 평균이 −0.4였다(kT = 1). 두 일의 분포가 모두 정규분포라면 ΔF는 얼마이고, 앞으로 간 일의 분산은 얼마여야 하는가? (나) 덫을 κ = 1에서 4로 시간 0.5 동안 조였다가 같은 시간 동안 풀어 보라. 두 평균의 가운데는 ln 2와 같은가? (위젯 3의 「문제 7 불러오기」로 확인해 보자.)

두 평균의 가운데니까 (1.0 + (−0.4))/2 = 0.3이요.

0.3이면 앞으로 간 과정의 부등식과 거꾸로 간 과정의 부등식이 둘 다 지켜지나요?

앞으로는 ⟨𝒲⟩ ≥ ΔF라서 ΔF ≤ 1.0이고, 거꾸로는 자유에너지 차이가 −ΔF라서 −0.4 ≥ −ΔF, 곧 ΔF ≥ 0.4예요. 0.3은 그 사이에 없어요.

아, 거꾸로 간 일은 부호를 바꿔서 견줘야 했죠. 1.0과 0.4가 퍼짐이 같은 정규분포 둘의 가운데면 만나는 자리도 가운데니까 ΔF = 0.7이요.

그러면 소산된 일이 1.0 − 0.7 = 0.3이니까, 정규분포일 때의 ⟨𝒲⟩ − ΔF = Var(𝒲)/2에서 분산은 0.6이어야 해. 두 평균의 차이 1.0 − 0.4 = 0.6과도 같네.

덫에서도 두 평균의 가운데가 ΔF일까요? 시간 0.5로 재 보세요.

앞으로 간 일의 평균이 1.079, 거꾸로 간 일의 부호를 바꾼 평균이 0.494라서 가운데는 0.787이에요. ln 2 = 0.693이 아닌데요? 그런데 두 분포가 만나는 자리는 0.69 근처예요.

돌려 보니 앞으로 간 일의 분산이 1.59인데, 정규분포라면 2 × (1.079 − 0.693) = 0.77이어야 해요. 덫을 빨리 조이면 일이 x²에 비례해서 한쪽으로 긴 꼬리가 생기니까 정규분포가 아니에요.

그래요. 가운데로 어림하는 건 두 분포가 정규분포일 때만 맞고, 만나는 자리는 분포 모양과 상관없이 ΔF예요. RNA 실험이 두 분포가 만나는 자리를 읽은 까닭이 이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