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압 공식: 높이에 따라 지수로 줄어드는 공기
위상공간의 볼츠만 분포를 위치 쪽만 떼어 보면 e^(−βU(q))였으므로, 분자가 어디에 있을지는 위치에너지와 온도만으로 정해진다. 그렇다면 위치에너지가 높이에 비례하는 중력 속에서, 공기 분자나 물속의 작은 알갱이는 높이에 따라 어떻게 퍼질까?
역사: 페랭이 센 알갱이
지수 분포를 눈으로 셀 수 있게 만든 사람은 페랭이다. 1908년부터 페랭은 반지름이 0.2마이크로미터쯤인 감보지(열대 나무의 수지로 만든 노란 안료) 알갱이를 물에 풀어 두고, 높이 100마이크로미터의 얇은 용기 안에서 높이별 알갱이 수를 현미경으로 셌다. 높이 5, 35, 65, 95마이크로미터에서 모두 1만 3천 개의 알갱이를 셌더니 개수의 비가 100 : 47 : 22.6 : 12로 나왔다. 30마이크로미터 올라갈 때마다 거의 정확히 절반이 되는 지수 분포다. 대기에서는 공기 분자의 밀도가 절반이 되려면 수 킬로미터를 올라가야 하는데, 알갱이는 공기 분자보다 훨씬 무거워서 밀도가 절반이 되는 일이 수십 마이크로미터 안에서 일어난 것이다. 페랭은 절반이 되는 높이와 알갱이의 무게로부터 아보가드로 수를 70.5 × 10²²로 얻었는데, 오늘날의 값 60.2 × 10²²와 같은 자릿수다. 원자가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 이 침강 평형(가라앉으려는 경향과 열운동으로 흩어지는 경향이 맞선 상태) 실험으로 그는 192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알갱이 세기라면 지금은 현미경에 카메라를 달고 이미지 인식을 돌리면 금방 끝날 것 같은데요.

그런 도구가 없던 1908년에 페랭은 1만 3천 개를 어떻게 셌을까요?

음, 자동으로 세는 도구가 없으면 사람 눈으로 하나씩요? 높이마다 초점을 맞춰 가면서 1만 3천 개를요?

그래요. 그런데 왜 하필 물속 알갱이였을까요? 높이에 따라 지수로 줄어드는 건 공기로도 보일 텐데요.

공기는 밀도가 절반이 되려면 수 킬로미터를 올라가야 하잖아요. 산에 오르면 기온도 바뀌고요. 온도가 어디서나 같은 몇 킬로미터짜리 공기 기둥은 만들 수가 없겠네요.

그래서 알갱이를 공기 분자보다 훨씬 무겁게 골라,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일어날 일을 높이 100마이크로미터의 용기 안으로 줄인 거예요. 그렇게 얻은 아보가드로 수 70.5 × 10²²는 오늘날 값보다 17%쯤 크지만, 자릿수가 맞았다는 것만으로 원자가 실재한다는 증거가 됐어요.

절반이 되는 높이에서 아보가드로 수가 나왔다면, 높이에 따른 밀도 식 안에는 알갱이의 무게와 온도가 어떤 모양으로 들어 있어야 해요?
중력 속의 위치 분포
페랭이 센 100 : 47 : 22.6 : 12도 위치 쪽 분포에서 나올까? 위치에너지가 높이에 비례하는 중력장, U = mgh에서 위치 쪽 분포를 적으면 곧바로 높이에 따른 밀도가 나온다.
밀도는 높이 kT/(mg)를 오를 때마다 1/e로 줄어든다. 이 높이는 입자가 가벼울수록 길어서, 공기 분자에서는 수 킬로미터이고 페랭의 감보지 알갱이에서는 수십 마이크로미터다. 페랭의 네 층 100 : 47 : 22.6 : 12는 높이에 따른 밀도 식을 물속에서 확인한 것이고, 절반이 되는 높이와 알갱이의 질량을 알면 높이에 따른 밀도 식에서 k를, 따라서 아보가드로 수를 거꾸로 구할 수 있다. 기체의 압력은 밀도에 비례하므로 같은 식이 기압이 높이에 따라 줄어드는 기압 공식 (barometric formula)이 된다.
문제 11. 산 위의 공기
공기 분자 하나의 질량은 약 4.81 × 10⁻²⁶kg(분자량 28.97)이다. 기온이 어디서나 15°C(288K)라고 가정하고, 공기 밀도가 1/e로 줄어드는 높이와 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49m)의 기압을 해수면과 비교하라. 높이를 해발 1,000m인 마을을 기준으로 재면 답이 바뀌는가?

위치에너지가 mgh니까 밀도는 e^(−mgh/kT)이고, 1/e가 되는 높이는 kT/(mg)예요. 공기는 1몰에 29g이니까 m = 0.029를 넣으면… 1.4 × 10⁻²⁰m요. 원자 하나보다도 작은데요?

단위부터 봐요. k는 무엇 하나에 대한 상수죠? 그리고 m은 무엇의 질량이에요?

k는 분자 하나, m은 1몰이요… 아보가드로수로 나눠야 해요. m = 4.81 × 10⁻²⁶kg을 넣으면 (1.38 × 10⁻²³ × 288)/(4.81 × 10⁻²⁶ × 9.81) ≈ 8,420m, 8.4km예요. 에베레스트는 e^(−8849/8420) = e^(−1.05) ≈ 0.35, 해수면의 3분의 1쯤이고요.

기준을 바꾸는 건 저는 답이 바뀐다고 봐요. 마을을 0으로 두면 해수면의 에너지가 음수가 되고, 볼츠만 인자가 전부 달라지잖아요.

전부 달라지죠. 얼마씩 달라지나요?

높이를 h − 1000으로 쓰면 e^(−mg(h − 1000)/kT) = e^(1000mg/kT) × e^(−mgh/kT)… 모든 높이에 똑같은 인자가 곱해져요.

그 인자는 확률로 바꿀 때 어떻게 되죠?

Z에도 같은 인자가 곱해지니까 나누면 사라지고요. 비율은 안 바뀌네요.

해발고도를 어디서 재든 두 봉우리의 높이 차가 같은 것과 같아요. 확률의 비는 에너지의 차만 보니까요.

상대평가랑 똑같네요. 조교님이 모두에게 10점씩 더 줘도 등수는 그대로니까요.

그런데 선생님, 산 위로 가면 추워지잖아요. 기온이 어디서나 같다는 가정은 틀렸는데 0.35를 믿어도 돼요?

좋은 질문이에요. 1981년 원정대가 정상에서 잰 기압은 253Torr, 해수면의 0.333배였어요. 위로 갈수록 기온이 떨어지면 공기가 더 빨리 줄어들어서 실제 값이 조금 더 작은 거예요. 가정이 조금 어긋나도 크게 틀리지 않는 근사라서 쓸모가 있는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