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장을 열며 던진 역학의 물음으로 돌아가자. 에너지는 왜 하필 「변수 곱하기 기울기, 빼기 원래 함수」라는 모양이며, 그 모양은 르장드르 변환과 어떤 관계일까?
역사: 깁스의 에너지 곡면
라그랑지안을 속도 대신 운동량으로 옮겨 적은 사람은 1834년과 1835년의 해밀턴이다. 같은 변수 바꾸기가 열역학에서 쓸모를 드러낸 것은 그로부터 40년쯤 뒤다. 1873년 깁스는 코네티컷 과학원 회보에 실은 논문에서, 물질의 에너지를 엔트로피와 부피의 함수로 보고 그 값을 높이로 삼은 곡면을 제안했다. 이 곡면에 접평면을 대면 그 기울기가 온도와 (부호를 바꾼) 압력이다. 우리가 손으로 재고 조절하는 온도와 압력이 사실은 에너지 곡면의 기울기였던 것이다. 깁스는 논문에 곡면 그림을 싣지 않았는데, 논문을 읽은 맥스웰은 1874년 물의 에너지 곡면을 손수 점토로 빚고, 석고로 뜬 본 하나를 깁스에게 보냈다. 그 석고 조형물은 지금 예일 대학교 물리학과에 전시되어 있다. 에너지를 온도나 압력 같은 기울기의 함수로 다시 적으면 오늘날 자유에너지라 부르는 양들이 나오는데, 깁스는 1875년과 1878년 두 부분으로 나온 『불균일 물질의 평형에 관하여』에서 이 변수 바꾸기를 체계적으로 썼다.
깁스의 논문에 없던 곡면 그림을 맥스웰이 손으로 그려 『열 이론』(1875)에 실은 열역학 곡면 스케치. 축 v는 부피, φ는 엔트로피, e는 에너지다. 출처: James Clerk Maxwell, Theory of Heat(Longmans, Green & Co., 1875) 그림 26,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김민준
곡면 하나를 보려고 점토를 빚었다고요? 지금이면 matplotlib로 3차원 그림을 띄우고 마우스로 돌려 보면 끝인데요.
선생님
그 그림을 띄우려면 엔트로피와 부피를 바꿔 가며 에너지 값을 수없이 계산해야 해요. 그 계산을 대신해 줄 기계가 없던 1874년에는 곡면의 모양을 어떻게 봤을까요?
이서연
깁스 논문에는 그림도 없었다고 했으니까… 식에서 모양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고 손으로 빚는 수밖에 없었겠네요.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빚어야 하고요.
선생님
맥스웰이 빚은 곡면은 석고 본으로 떠서 깁스에게도 갔어요. 그런데 곡면을 손에 쥐어도 남는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실험실에서 사람이 맞추고 읽는 눈금은 온도와 압력인데, 곡면의 두 축은 엔트로피와 부피예요.
김민준
아, 엔트로피를 바로 재는 계기는 없죠. 곡면은 있는데 실험에서 정하는 값으로는 그 위의 자리를 바로 찾을 수가 없네요.
이서연
그래서 기울기인 온도와 압력을 변수로 삼아 다시 적은 것이 자유에너지군요. 그럼 해밀턴이 역학에서 한 일도 같은 바꿔 쓰기라면, 라그랑지안의 어느 쪽 기울기를 새 변수로 삼은 거예요?
속도에 대해 변환하기
질량 m인 물체의 라그랑지안은 L(q, q̇) = ½mq̇² − U(q)이고, 시간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 라그랑지안에서 보존되는 양은 E = q̇·∂L/∂q̇ − L이다. 이 에너지 식을 앞에서 본 물리 교재의 계산법과 나란히 놓아 보면, 위치 q는 고정해 두고 속도 q̇만 변수로 보아 L을 르장드르 변환한 것과 같다. 새 변수는 L의 속도 쪽 기울기이고, 새 함수는 「새 변수 곱하기 원래 변수, 빼기 원래 함수」이다.
p=∂q˙∂L=mq˙,E=pq˙−L=2mp2+U(q)
pLq,q˙EUm운동량 (라그랑지안의속도쪽기울기)라그랑지안 (변환하기전의함수)위치 (고정된채따라다님), 속도 (바뀌는변수)에너지 (변환된함수, 위치와운동량의함수)위치에너지질량
여기서 p는 확률의 p와 글자만 같고 뜻은 다른 양인 운동량 (momentum)이다. 물리와 HMC 문헌이 모두 이 글자를 쓰므로 그대로 두되, 이 책에서는 기울기 변수의 색으로 칠해 확률과 구별한다. 운동량은 영어로 SGD의 모멘텀과 같은 낱말(momentum)이어서, 이 책은 물리량은 운동량, 최적화 기법은 모멘텀으로 적는다.
이 계산에서 세 가지를 읽을 수 있다. 첫째, E = q̇·∂L/∂q̇ − L이라는 어색한 모양은 우연이 아니라 르장드르 변환의 둘째 단계 그 자체다. 둘째, 변환이 끝났다고 말하려면 결과를 속도가 아니라 운동량으로 적어야 하므로, 에너지의 정직한 모양은 ½mq̇² + U가 아니라 p²/(2m) + U다. 질량 1인 공을 정지 상태에서 놓아 1초가 지나면 운동량은 −9.8, 높이는 −4.9이므로 E = 48.02 − 48.02 = 0이 되어 처음의 에너지 0과 같다. 셋째, 이 변환이 제대로 되는 것은 운동에너지 ½mq̇²이 속도에 대해 볼록이기 때문이다. 질량이 양수이므로 속도와 운동량은 하나씩 짝지어지고, 두 번 변환하면 L이 그대로 돌아온다.
라그랑지안을 속도의 함수로 그리고 자를 대면 기울기가 운동량 p, 절편이 −E다. 질량 1인 공을 놓은 순간(점선, p = 0)과 1초 뒤(실선, p = −9.8) 모두 자가 원점을 지나 절편이 0이므로 에너지는 0으로 같다
다시 말해 에너지는 라그랑지안과 같은 정보를 담고 있고, 다른 것은 변수뿐이다. 라그랑지안이 「위치와 속도」로 운동을 적는다면 에너지는 「위치와 운동량」으로 같은 운동을 적는다. 공장 문제에서 비용 곡선과 이윤표가 같은 공장을 두 가지 변수로 적었던 것과 똑같다.
문제 5. 에너지를 운동량으로 쓰기
길이 l인 끈에 매달린 질량 m의 진자의 라그랑지안은 L = ½ml²θ̇² + mgl cos θ다. 각도 θ에 짝지어지는 운동량 p와, θ와 p의 함수로 쓴 에너지 E를 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