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엔트로피

제2법칙: 금지가 아니라 드물 뿐

칸막이를 치우자 기체는 상자 전체로 퍼졌고 엔트로피는 늘었다. 클라우지우스는 이렇게 엔트로피가 늘기만 하는 경험을 "우주의 엔트로피는 최대를 향한다"라고 요약했는데,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볼츠만의 정의로 다시 읽으면, "엔트로피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우의 수가 적은 거시상태에서 많은 거시상태로 옮겨 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의 변화, 곧 퍼진 기체가 저절로 다시 왼쪽 절반으로 모이는 일은 금지된 것일까?

역사: 로슈미트와 체르멜로의 반론

볼츠만의 이 설명은 당대에 두 가지 강한 반론을 받았다. 첫째는 1876년 로슈미트의 반론이다. 뉴턴 역학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성립하므로, 모든 분자의 속도를 정확히 뒤집으면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운동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한 방향만 보이는가?

둘째는 1896년 체르멜로의 반론이다. 푸앙카레는 갇힌 유한한 계가 언젠가는 처음 상태 근처로 돌아온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그렇다면 엔트로피도 언젠가는 다시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반론에 대한 볼츠만의 답을 한 줄로 줄이면 "둘 다 원리적으로는 맞다. 다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길다"였다.

카드 덱: 금지가 아니라 확률이 작을 뿐

볼츠만의 답을 풀어 말하면,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변화는 금지된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 작을 뿐이라는 것이다. 카드 덱을 떠올려 보면 이 차이가 잘 보인다. 새 카드 덱은 무늬와 숫자 순서대로 놓여 있지만, 섞으면 순서가 흐트러지고 다시 섞어서 원래 순서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가능한 순서는 52! ≈ 8 × 10⁶⁷가지이고, "정렬된 순서"는 그 가운데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정렬된 새 덱(왼쪽)과 한 번 섞은 덱(오른쪽). 정렬된 순서는 가능한 순서 52! ≈ 8 × 10⁶⁷가지 가운데 하나뿐이다.
정렬된 새 덱(왼쪽)과 한 번 섞은 덱(오른쪽). 정렬된 순서는 가능한 순서 52! ≈ 8 × 10⁶⁷가지 가운데 하나뿐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직접 어림해 보자. 카드 덱은 아래 문제에서 직접 세어 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순서가 아니라 앞뒤만 따지면 되는 동전으로 어림한다. 동전 100개를 1초에 백만 번 던진다고 하면, 전부 앞면이 나올 확률은 2⁻¹⁰⁰ ≈ 8 × 10⁻³¹이다.

값
한 번 보기까지 평균 시간 약 1.3 × 10²⁴초 = 약 4 × 10¹⁶년
우주의 나이 약 1.4 × 10¹⁰년
비율 우주 나이의 약 300만 배

동전 100개만으로도 이 정도다. 그러니 입자가 10²³개인 기체가 스스로 방 한쪽으로 모이는 일은 비교할 말조차 없다.

이렇게 보면 제2법칙은 확률적 법칙이지만, 거시적인 계에서는 예외를 관찰할 수 없는 법칙이다. 반대로 분자 몇 개짜리 작은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잠깐 줄어드는 일이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

문제 4. 섞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올까

카드를 1초에 한 번씩 골고루 섞는다. 카드가 5장, 10장, 20장일 때, 처음의 정렬된 순서가 다시 나오기까지 평균 몇 초를 기다려야 할까? 기다리는 시간이 우주의 나이(약 1.4 × 10¹⁰년)를 처음 넘는 것은 카드가 몇 장일 때인가?

김민준 M01
김민준

카드 5장이면 순서가 5! = 120가지니까 평균 120초, 2분이에요. 20장은 카드가 네 배니까 480초, 8분쯤이겠네요.

선생님 T12
선생님

10장부터 직접 계산해 볼까요?

김민준 M05
김민준

10! = 3,628,800초면… 42일이요? 5장에서 두 배로 늘렸을 뿐인데 2분이 42일이 됐어요.

이서연 S08
이서연

카드를 한 장 더할 때마다 순서의 수에 그 장 수를 또 곱하니까, 비례해서 느는 게 아니라 곱으로 불어나. 20!은 약 2.4 × 10¹⁸초인데, 우주의 나이 1.4 × 10¹⁰년을 초로 바꾸면 약 4.4 × 10¹⁷초야. 19!은 약 1.2 × 10¹⁷초라 아직 못 미치니까, 20장부터 우주의 나이를 넘어요.

선생님 T13
선생님

카드 한 벌의 절반도 안 되는 20장에서 벌써 그래요. 그래서 제2법칙은 계의 크기에 따라 달리 보여요. 다섯 장짜리 계라면 몇 분만 지켜봐도 정렬된 순서로 되돌아오는 걸 볼 수 있어요. 금지된 일이 아니니까요. 스무 장만 돼도 우주의 나이만큼 기다려도 보기 어렵고요.

김민준 M08
김민준

조원이 셋이면 발표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 여섯 가지뿐인데, 반 전체 서른 명이면 끝이 없는 거랑 같네요.

문제 5. 열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엔트로피가 늘었다

열이 드나들지 못하게 막아 둔(단열된) 상자 절반에 기체 1몰이 있다. 칸막이를 치워 기체가 상자 전체로 퍼졌다. 엔트로피 변화를 구하라.

김민준 M01
김민준

공간이 2배니까 W가 2배. ΔS = k ln 2 ≈ 9.6 × 10⁻²⁴ J/K.

선생님 T02
선생님

입자가 하나만 있다면 맞는 답이에요. 입자가 둘이면요?

김민준 M08
김민준

각자 왼쪽, 오른쪽을 고를 수 있으니까 2 × 2 = 4배… 아, 문제 2랑 같네요. N개면 2ᴺ배고 ΔS = Nk ln 2 ≈ 5.76 J/K예요.

이서연 S05
이서연

근데 이상해. 상자가 단열돼 있으니까 들어온 열 Q는 0이잖아. 클라우지우스 식으로는 ΔS = Q/T = 0이어야 하는데요?

선생님 T13
선생님

좋은 의문이에요. 클라우지우스의 Q/T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매 순간 기체가 고르게 자리 잡은 상태를 유지하며 진행할 때만 쓸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가역 과정 (reversible process)이라고 해요. 칸막이를 확 치우는 건 가역 과정이 아니에요.

이서연 S04
이서연

그럼 어떻게 재요?

선생님 T14
선생님

엔트로피는 지금 상태만으로 값이 정해져요. 어떤 경로로 왔는지는 상관없어요. 그러니 처음과 끝이 같은 가역 과정을 하나 만들어 재면 돼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열원에 붙여 두고 피스톤을 아주 천천히 밀어내며 부피를 두 배로 늘리면, 기체는 피스톤을 민 만큼 열을 받아요. 그 Σ Q/T가 5.76 J/K예요. 민준 학생이 경우의 수로 구한 값과 같죠.

등산으로 생각해 봐요. 정상의 해발고도는 케이블카를 탔든 걸어서 올랐든 같아요. 흘린 땀의 양은 길마다 다르고요. 엔트로피는 해발고도 쪽이고, 열 Q는 땀 쪽이에요.

이서연 S10
이서연

해석학에서 보존장이면 선적분이 경로와 무관하던 거랑 비슷하네요. 엔트로피가 퍼텐셜 함수 역할이고요.

선생님 T01
선생님

맞아요. 이렇게 상태만으로 정해지는 양을 상태 함수 (지나온 길과 상관없이 지금 상태만으로 정해지는 양, state function)라고 해요. 하나 더, 민준 학생. 기체가 저절로 다시 왼쪽 절반으로 모일 확률은요?

김민준 M11
김민준

입자마다 1/2이니까 2⁻ᴺ이요. N이 10²³이면… 본문의 동전 100개도 우주 나이의 300만 배였으니까 생각할 필요도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