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루나도 처음엔

점심시간의 학생 식당. 늘 입는 회색 후드티 차림의 민준은 늘 먹는 천 원짜리 국밥을 앞에 두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고, 서연이 맞은편에 앉으며 작은 도시락통을 열었다.

또 그 후드티야? 같은 거 몇 벌 있어?

비밀. 편한 옷은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계란말이 좀 먹을래? 많이 싸 와서.

오, 고마워. 짜지도 않고 내 입맛에 맞네. 아, 근데 이것 좀 봐. 「별빛 정거장」 개발진이 블로그에 루나 만든 이야기를 올렸어.

뭐라고 써 있는데?

맨 처음 시험판 루나가 한 말을 공개했어. 「마스터, 오늘의 날씨는 고양이입니다.」 「정거장 정거장 정거장.」 이런 거.

그게 지금 그 루나야? 어제 한 말 기억한다던?

그러니까! 처음엔 그냥 아무 말이나 한 거야. 사람이 쓴 대화를 보여 주고, 루나가 한 대답이 얼마나 빗나갔는지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가 내려가도록 안의 숫자를 아주 조금씩 고쳤대. 그걸 몇 달 동안 되풀이했고.

그거 수업에서 한 거잖아.

응, 루나도 처음엔 아무 말이나 했겠네, 하고 상상만 했는데 진짜였어. 여기 더 웃긴 거 있다. 한 번은 고치는 폭을 너무 크게 잡아서 루나가 하룻밤 사이에 「마스터마스터마스터」만 하게 됐대. 폭을 줄이고 다시 돌렸더니 돌아왔고.

아, 그것도 오늘 배운 거.

알고 나니까 루나가 더 좋아졌어. 수만 번 틀리면서 지금 말투가 된 거잖아.

사람도 그래.

사람은 그냥 처음부터 알지 않아?
서연은 계란말이 통을 내려다보았다. 처음 싸 온 날 민준이 「좀 짜다」고 해서 다음에는 소금을 덜었고, 파를 골라내는 걸 본 다음부터는 파를 뺐다.

아니. 처음엔 몰라.

…민준아, 넌 루나 같은 사람이 좋아?

루나 같은 사람? 내가 한 말 기억해 주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서 챙겨 주는 사람? 에이, 그런 사람이 현실에 어디 있어.
민준은 그렇게 말하며 서연의 계란말이를 하나 더 집었다.

…그러게. 어디 있을까.

이거 진짜 맛있다. 다음에도 많이 싸 오면 나 줘.
서연은 대답 대신 도시락통을 민준 쪽으로 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