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선공간(한 점에서 공간에 닿는 평평한 공간)에서 2차원 평면을 고르는 방법은 (2n)가지이고, 4차원 시공간이면 6가지다. 그런데 곡률 텐서 Rijkl에는 첨자가 네 개 있다. 첨자마다 n개의 값을 가질 수 있으니, 4차원이라면 곡률을 말하는 데 숫자가 44=256개나 필요할까? 실제로 4차원 시공간의 곡률에서 따로 정해야 하는 숫자는 20개뿐인데,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먼저 표로 보자. 칸 수는 첨자 네 개가 가질 수 있는 값의 조합이고, 독립 성분은 그중 정말로 따로 정해야 하는 숫자다. 2차원과 3차원의 빈칸은 아래 문제 4에서 직접 센다.
차원 n
칸 수 n4
독립 성분
2
16
?
3
81
?
4
256
20
성분들 사이에 늘 성립하는 관계가 셋 있기 때문에, 칸 대부분은 다른 칸이 정해지면 저절로 정해진다. 세 관계는 첨자 넷을 모두 아래에 둔 Rijkl로 적는다. Rijkl의 위 첨자를 계량으로 내린 것이다(Rijkl=gimRmjkl).
곡률 텐서의 미분 사이에도 제2 비앙키 항등식이라는 관계가 하나 더 있지만, 성분 개수를 줄이지는 않는다.
비앙키 항등식(곡률의 대칭률, Bianchi Identities)은 곡률 텐서의 성분들 사이에 성립하는 항등식들이다. 제1 비앙키는 대수적 대칭성(독립 성분 수를 줄임), 제2 비앙키는 곡률 텐서의 미분 사이의 관계다. 이 항등식들이 없다면 곡률 텐서는 다루기 어려운 거대한 배열에 불과했을 것이다.
역사: 좌표만 다르게 적은 같은 식인지 가리기
1869년 엘빈 브루노 크리스토펠(Elwin Bruno Christoffel)은 거리를 재는 식 두 개가 주어졌을 때, 둘이 사실은 좌표만 다르게 적은 같은 식인지 가리는 문제를 풀었다. 이 문제를 푸는 길에 첨자 넷 달린 기호가 나왔다. 크리스토펠은 그 기호들 사이에 늘 성립하는 대수적 관계들을 증명했고, 그 관계들로 따로 정해야 하는 성분이 몇 개인지를 셌다. 같은 기호는 리만이 1861년 파리 공모에 낸 답안에 이미 들어 있었지만, 그 답안은 1876년에야 출판되었다. 두 사람은 「좌표를 바꿔서 없앨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같은 물음에서 같은 양에 이르렀다.
크리스토펠의 1869년 논문 「2차 동차 미분식의 변환에 대하여(Ueber die Transformation der homogenen Differentialausdrücke zweiten Grades)」 첫 쪽. 1절 둘째 문단에서 두 미분식 F와 F′이 주어졌을 때 하나를 다른 하나로 변환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된다면 어떤 치환이 그 변환을 하는지를 묻는다. 출처: Journal für die reine und angewandte Mathematik 70권(1869) 46쪽, Internet Archive(sim_journal-fuer-die-reine-und-angewandte-mathematik_1869_70)의 마이크로필름 스캔에서 테두리를 잘라 냄, 퍼블릭 도메인꼴이 닮은 두 식. (가) 평면을 극좌표로 적은 ds2=dr2+r2dθ2는 x=rcosθ, y=rsinθ로 바꾸면 dx2+dy2가 되고 첨자 넷 달린 양이 0이다. (나) 반지름 1인 구면을 북극에서 잰 거리 r과 방향 θ로 적은 ds2=dr2+sin2rdθ2는 첨자 넷 달린 양이 sin2r로 0이 아니어서 어떤 좌표로도 dx2+dy2 꼴로 바꿀 수 없다. 두 격자 모두 r = 0.3, 0.6, 0.9, 1.2와 30°마다의 θ를 그렸다. 직접 그림(값은 sympy 계산)
곁글 · 계산에 앞서 개수부터 센다
풀기 전에 정해야 할 수가 몇 개이고 걸린 조건이 몇 개인지 세어 보면, 답이 하나로 정해질지, 몇 개가 남을지, 아예 답이 없을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이 셈은 조건끼리 서로 기대지 않을 때만 맞아서, 한 조건이 다른 조건들에서 저절로 나오면 조건 수를 그대로 빼는 셈은 틀린다.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수신기는 위성까지의 거리를 신호가 오는 데 걸린 시간으로 잰다. 위치는 숫자 세 개이니 위성 셋이면 될 것 같지만, 수신기의 시계가 위성의 원자시계와 얼마나 어긋났는지도 모르는 수다. 정해야 할 수가 넷이므로 위성이 적어도 넷 보여야 한다.
기계 설계에서는 막대와 관절로 된 장치가 몇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이 셈으로 먼저 가늠한다. 평면에서 막대 하나는 세 방향(가로, 세로, 돌기)으로 움직일 수 있고, 두 막대를 잇는 돌기 관절 하나는 그중 두 방향을 묶는다. 막대 넷 가운데 하나를 바닥에 고정하고 넷을 관절 넷으로 고리처럼 이으면, 움직이는 막대 셋이 3×3=9 방향을 갖고 관절 넷이 4×2=8 방향을 묶어 9−8=1이 남는다. 막대 하나를 돌리는 입력 하나로 장치 전체가 움직인다는 뜻인데, 같은 계산을 공간에서 하면 막대 넷짜리 고리는 −2가 나와 꼼짝 못 해야 한다. 그런데 1903년 제프리 베넷(Geoffrey Bennett)은 막대의 길이와 비틀린 각을 특별하게 맞춘 공간 네 막대 장치가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였다. 그 치수에서는 조건들이 서로 기대어, 센 만큼 독립이 아니었다.
곡률 텐서의 성분을 셀 때도 칸 수에서 대칭 관계가 묶는 만큼을 빼되, 새 관계가 앞의 관계들에서 이미 나오는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김민준
독립 성분 세기는 지금이면 코드로 하겠어요. 256칸 사이의 관계식을 행렬로 만들고 numpy로 랭크를 구하면 남는 개수가 바로 나오잖아요.
선생님
그 행렬에 넣을 관계식은 어디서 가져와요?
김민준
아… 반대칭성, 쌍 대칭성, 비앙키 항등식이요. 교과서에 다 적혀 있으니까요.
선생님
1869년의 크리스토펠에게는 그 목록이 없었어요. 어떤 관계가 늘 성립하는지 식을 들여다보며 직접 찾고, 하나하나 증명해야 했죠. 비앙키 항등식이라는 이름도 한참 뒤에 붙었고요.
이서연
찾았다고 끝도 아니겠네요. 곁글의 베넷 장치처럼, 새로 찾은 관계가 앞의 관계들에서 저절로 나오는 거라면 개수를 하나도 줄이지 않으니까요.
선생님
그래서 관계를 찾는 일과 그 관계가 정말 몇 개를 줄이는지 확인하는 일이 따로따로 어려웠어요. 오늘 랭크 한 줄로 끝내는 일을 손으로 한 거예요.
이서연
그럼 관계를 하나씩 걸 때마다 칸이 몇 개씩 줄어드는지 따라가면, 4차원에서 정말 20이 남는지 손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문제 3: 도시 간 거리표에 적을 숫자
확인 지도책의 도시 간 거리표는 도시 다섯 곳을 가로와 세로에 같은 순서로 늘어놓은 5×5 표다. 이 표를 채우려면 거리를 실제로 몇 번 재야 하는가? 대각선 칸에도 0이 아닌 값이 들어가는 대칭 표(예: 다섯 사람이 서로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와 각자 혼자 쓴 메모 수를 함께 적은 표)라면?
문제 3의 거리표.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을 가로와 세로에 같은 순서로 늘어놓은 5 × 5 빈 표. 서울 줄의 부산 칸에는 서울–부산 거리가 들어간다
같이 풀기 세션 3
김민준
25칸이니까 25번이요. 아, 서울–부산과 부산–서울은 같으니까 절반이죠. 12.5번… 반 번은 이상한데요.
선생님
서울과 서울 사이 칸에는 뭐가 적혀 있어요?
김민준
0이요. 잴 필요도 없네요. 대각선 5칸을 빼면 20칸이고, 그 절반이니까 10번이에요.
이서연
도시 둘을 고르는 방법의 수 (25)=10이랑 같아. 대각선이 늘 0인 표는 「절반」이 아니라 「대각선을 뺀 절반」이야. 뒤 물음처럼 대각선에도 따로 정할 값이 있으면 그 5개를 더해서 15개고.
문제 4: 곡률 텐서에는 숫자가 몇 개 들어 있나
계산 2차원과 3차원 공간에서 리만 곡률 텐서의 독립 성분은 각각 몇 개인가? 반대칭성, 쌍 대칭성, 제1 비앙키 항등식이 각각 개수를 어떻게 줄이는지 따라가며 세고, 같은 셈법으로 4차원에서 20개가 나오는지 확인하라.
문제 4의 칸. 2차원 곡률 텐서의 16칸과 3차원의 81칸을, 앞 두 첨자 ij를 왼쪽에, 뒤 두 첨자 kl을 위에 늘어놓은 빈 표로 그렸다
같이 풀기 세션 4
김민준
아까 거리표처럼 세면 돼요. 반대칭성 때문에 R11kl처럼 앞 두 첨자가 같은 칸은 0이니까, 앞 두 첨자 자리에 올 수 있는 건 서로 다른 두 첨자의 쌍, 곧 (2n)가지예요. 뒤 두 첨자도 마찬가지니까 (2n)×(2n). 2차원 1개, 3차원 9개, 4차원 36개.
이서연
나는 다르게 셌어. 곡률은 결국 방향 평면마다 숫자 하나잖아. 평면을 고르는 방법이 (2n)가지니까 1개, 3개, 6개.
선생님
둘 다 2차원에서는 1인데 3차원부터 갈리네요. 4차원에서 20개라는 것과 비교하면 어때요?
김민준
저는 36개라 너무 많아요… 뭔가를 덜 줄였네요.
선생님
두 번째 관계, 쌍 대칭성은 셈에 넣었어요?
김민준
아, 안 넣었어요. Rijkl=Rklij니까 (2n)×(2n)짜리 행렬이 대칭이에요. 아까 거리표 문제의 뒤 물음처럼 대각선에도 값이 있는 대칭 표네요.
김민준
공분산 행렬을 저장할 때 조교님이 "대칭이니까 위 삼각만 저장해"라고 했던 것도 같은 대칭 때문이었네요. 대각선까지 넣어서 세야 하고요.
선생님
서연 학생은 평면마다 숫자 하나라고 했죠. 3차원에서 서로 다른 두 평면이 섞인 성분, 예를 들어 R1213은 어디에 들어가요?
이서연
아… R1213은 평면 (1,2)와 평면 (1,3)을 짝지은 성분이네요. 평면 하나의 곡률만 세면 대각 성분만 센 거고, 평면 둘이 섞인 비대각 성분을 빠뜨렸어요. N=(2n)라고 두면 대칭행렬이니까 N(N+1)/2개예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제1 비앙키 항등식이 네 첨자가 모두 다를 때 하나씩 제약을 더해요. 그 개수는 (4n)예요.
이서연
2차원은 N=1이라 1이고, 3차원은 N=3이라 6이에요. 둘 다 네 첨자가 모두 다를 수가 없으니까 빼는 게 없어요.
김민준
4차원은?
이서연
N=6이라 21인데, 네 첨자가 모두 다른 경우가 하나 있으니까 21−1=20. 20이 그대로 나오네요.
선생님
그 셈을 n에 대한 식 하나로 정리해 볼래요?
이서연
N(N+1)/2−(4n)를 n으로 정리하면 독립 성분 수 n2(n2−1)/12가 돼요. 선형대수 시간에 대칭행렬 공간의 차원을 N(N+1)/2로 세던 게 그대로 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