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쓰는 작은 GPT: 게이밍 GPU 한 장으로 17분
막간: 공동 육아

학습을 걸어 둔 뒤로 민준은 손실 그래프가 새로 찍힐 때마다 소리 내어 읽었다. 라운지 창가 자리, 노트북 화면에서는 민준의 게이밍 GPU 가 보내오는 숫자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또 내려갔다. 방금 샘플에 Lily 가 나왔어. 아까는 vegetables butterfly 였는데.

그 얘기 세 번째야.

세 번 말할 만하잖아.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고.
서연은 공책에 체크포인트가 찍힌 시각을 적고 있었다. 「Lily 첫 등장」 옆에는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민준이 고개를 돌리자 서연은 하트 위에 선 몇 개를 그어 별로 만들었다.

별? 루나 거라서?

…응. 루나 거라서.
옆 테이블의 동기들이 두 사람을 보며 「쟤네 또 루나 키운다」, 「공동 육아 중이래」 하고 킥킥거렸다. 그때 순위표 공지를 붙이러 온 강도현이 소파 뒤에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학습 걸어 놨어요? 손실 잘 내려가네요. 순위표에 올릴 거면 시작 시각이랑 끝 시각을 꼭 적어 두세요.

네, 서연이가 적고 있어요.

한 사람은 화면 보고 한 사람은 기록하고. 다들 공동 육아라고 하던데, 정말 그러네요.

공, 공동 육아는 무슨. 조별 과제예요.

맞아요. 제가 아빠고, 서연이는… 음, 담임 선생님?

…담임.

담임 선생님이 유자차까지 챙겨 주시고요.
강도현이 서연 앞의 종이컵 두 개를 눈짓으로 가리키고 웃으며 공지를 붙이러 가자, 민준은 그중 한 잔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

오, 이거 내 거구나. 덜 달아.

네 거 맞아.

근데 도현 선배 말 들으니까 진짜 키우는 기분이다. 처음엔 옹알이만 하더니 이제 이름도 부르고.

다 크면 뭐 하고 싶은지는 물어봐야겠다. 너 닮아서 별 얘기만 하려나.

그럼 좋지! 엄마 닮으면 수학 문제만 낼 테고.
말해 놓고 민준은 아무렇지 않게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고, 서연은 컵을 든 채 한참 그대로 있었다. 「엄마」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서연 혼자뿐인 것 같았다.

…담임이라며.

응? 뭐라고?

아무것도. 다 됐대. 마지막 샘플 찍혔어.
화면 맨 아래에 학습이 끝났다는 줄이 뜨자 민준이 의자를 당겨 앉았고, 서연은 공책의 별 옆에 끝난 시각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