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평면 직선의 둘째 성질인 "가속도 0"만 곡면으로 가져왔는데, 첫째 성질인 "최단경로"는 어떻게 될까? 출발 문제의 비행기가 따라가는 대원은 가장 짧은 길이면서, 동시에 측지선이기도 했다. 우연일까?
"가속도 0"은 곡선 위의 한 점 한 점에서 확인하는 조건이었지만, "가장 짧다"는 곡선 하나 전체를 놓고 같은 두 점을 잇는 다른 모든 곡선과 길이를 비교해야 한다. 1696년 요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가 학술지에 도전장으로 낸 최속강하선 문제, 곧 중력만 받는 물체가 가장 빨리 내려오는 곡선은 곧은 길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였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곡선 전체를 놓고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는 물음이 이렇게 열렸다.
최속강하선. A에서 B로 가는 곧은 길(점선)은 가장 짧고, 사이클로이드(청록 곡선)는 가장 빠르다. 사이클로이드는 천장을 따라 구르는 바퀴 테두리의 한 점이 그리는 곡선이다
역사: 스물한 살 오일러의 숙제
최속강하선은 평면 위에서 곡선을 고르는 물음이었고, 곡면 위의 가장 짧은 선은 아직 아무도 식으로 적지 못했다. 바젤에서 베르누이에게 배운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는 스물한 살 무렵 스승에게서 숙제 하나를 받았는데, 볼록한 곡면 위의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오일러는 1728년 무렵 쓴 논문 「곡면 위의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에 대하여(De linea brevissima in superficie quacunque duo quaelibet puncta jungente)」의 머리말에서 숙제를 낸 사람이 스승이고 스승은 이미 식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려면 극대·극소의 방법을 써야 한다고 적었다.
가장 짧은 선이라면 그 곁의 어떤 곡선으로 살짝 비틀어도 길이가 거의 달라지지 않아야 하므로, 오일러는 곡선을 조금 바꾸어도 길이가 변하지 않을 조건을 미분방정식으로 적었다. 지금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이라 부르는 조건이 측지선에 쓰인 첫 꼴이다. 그는 같은 조건을 밑면이 원이 아니어도 되는 원기둥, 원뿔, 회전면에 차례로 적용했고, 논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학술원 논문집의 1728년분 권에 실려 1732년에 인쇄되었다.
원기둥과 원뿔은 자르고 펼치면 평면이 되므로, 펼친 종이 위에서 두 점을 곧게 이은 선분을 다시 말아 올리면 그것이 곡면 위의 측지선이다. 문제 1의 휴지심 이음매가 바로 이 경우였다. 펼쳐지지 않는 회전면은 셈이 더 남았고, 앞에서 본 클레로의 관계(1735)가 그 회전면 위의 측지선을 다시 다룬 결과다.
원뿔 위의 측지선. (가) 원뿔을 모선 하나(주황 점선)를 따라 잘라 펼치면 중심각 120°인 부채꼴이 되고, 그 위의 두 점 A, B를 곧게 잇는다. (나) 다시 말아 올리면 같은 선분이 원뿔을 3분의 2 바퀴 감으며 꼭짓점 쪽으로 부풀어 오른 곡선이 된다. 오일러가 1728년 무렵의 논문에서 다룬 곡면 가운데 하나다
곡면 위의 가장 짧은 선을 찾는 숙제는 곡선마다 길이를 매기고 가장 작은 것을 고르는 물음이라, 곡선마다 걸리는 시간을 매기던 최속강하선과 꼴이 같다. 이 생각은 1744년 오일러의 책으로 넓어졌고, 1755년 열아홉 살 라그랑주가 그림 없이 미적분 규칙만으로 셈하는 방법을 보내자 오일러가 그것을 받아들여 1756년 이 분야에 변분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변분법(곡선 전체를 놓고 고르기, Calculus of Variations)은 곡선(함수) 하나마다 숫자 하나(길이, 걸리는 시간, 에너지)를 매기는 규칙(범함수)이 있을 때, 그 범함수 값을 가장 작게 또는 가장 크게 하는 곡선을 찾는 방법이다. 곡선을 조금 흔들어도 범함수 값이 달라지지 않을 조건이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이라는 미분방정식이 된다.
김민준
가장 짧은 선이면 두 점을 잇는 곡선을 여러 개 그려서 길이를 다 재 보고 제일 짧은 걸 고르면 되잖아요. 코드로 짜면 금방일 것 같은데요.
선생님
그 후보가 몇 개예요?
김민준
아… 두 점을 잇는 곡선은 끝없이 많네요. 지금이면 점 몇백 개로 꺾은선을 만들어 컴퓨터로 조금씩 줄여 가겠지만, 1728년에 손으로 그걸 할 수는 없었겠어요.
이서연
그래서 곡선을 살짝 비틀어도 길이가 그대로일 조건을 찾은 거구나. 후보를 하나하나 재는 대신 미분방정식 하나로 바꾼 거네.
선생님
그 비트는 셈을 적는 방법도 아직 거칠었어요. 오일러의 셈은 그림에 기대야 했고, 그림 없이 미적분 규칙만으로 셈하는 방법은 27년 뒤 라그랑주가 보내 와요.
이서연
곡면은 어떻게 적었어요? 지금 우리는 곡면 안의 좌표와 계량(점마다 거리를 재는 자)으로 길이를 쓰잖아요.
선생님
곡면을 곡면 안의 좌표 둘과 계량으로 적는 방법은 1827년 가우스의 논문에서야 자리를 잡아요. 오일러는 원기둥, 원뿔, 회전면에 같은 조건을 하나씩 적용해 셈했고요.
김민준
길이 식에는 제곱근이 들어 있어서 미분할 때마다 귀찮을 것 같은데요. 길이 대신 셈하기 편한 다른 양을 매겨도 같은 곡선이 나올까요?
길이 대신 에너지를 줄인다
경로의 길이 ∫gijγ˙iγ˙jdt는 제곱근이 있어 다루기 까다롭다. 그래서 보통은 제곱근을 걷어 낸 “에너지”(속력의 제곱을 시간에 대해 더한 값의 절반)를 대신 줄인다. 평면에서 1초 동안 가는 세 가지 방법을 비교해 보자.
가는 방법
길이
에너지
곧은 길, 속력 1로 고르게
1
0.5
곧은 길, 앞 0.5초는 속력 1.5, 뒤 0.5초는 속력 0.5
1
0.625
돌아가는 길, 속력 1.2로 고르게
1.2
0.72
길이는 얼마나 빨리 달리든 같지만(첫째·둘째 줄), 에너지는 속력이 고르지 않으면 커진다. 속력이 고르면 에너지는 (길이)²의 절반이라 짧은 길일수록 작다(첫째·셋째 줄). 그래서 에너지가 가장 작은 경로는 등속으로 달리는 가장 짧은 경로다.
이 에너지를 가장 작게 하는 곡선이 만족할 조건으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은 좌표 하나마다 이렇게 말한다. 적분 안의 식을 그 좌표의 속도로 미분한 다음 시각으로 미분한 값이, 적분 안의 식을 그 좌표 자체로 미분한 값과 같아야 한다.
곧은 걸음을 극좌표로 읽었던 평면에서 해 보자. 평면에서 직선 x=1 위를 속력 1로 걸으면(시각 t에 위치 (1,t)), 극좌표로는 반지름 좌표가 r=1+t2로 가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극좌표에서 속력의 제곱은 r˙2+r2θ˙2이므로 적분 안의 식은 그 절반이다. r에 대해 따져 보면, 속도 r˙로 미분하면 r˙이고 이것을 시각으로 미분하면 r¨이다. r 자체로 미분하면 rθ˙2이고, 둘이 같아야 하므로 다음 식을 얻는다.
식 r¨−rθ˙2=0은 측지선 방정식 절에서 표로 확인한 「좌표 가속도 + 격자 보정 = 0」과 같은 식이다. 거기서 극좌표의 크리스토펠 기호는 Γθθr=−r이었고, 보정 항 Γθθrθ˙2=−rθ˙2이 에너지 조건에서 얻은 r 방정식의 둘째 항이다. 곧은 걸음에 넣으면 시각 0에서 1−1=0, 시각 1에서 0.354−0.354=0으로 그때의 표와 같은 숫자가 나온다. 에너지를 가장 작게 하려는 조건에서 핸들을 꺾지 않는다는 조건과 똑같은 식이 나왔다. 일반 곡면에서도 같은 계산을 하면 측지선 방정식이 나오고, 이때 계량의 미분을 모은 계수가 크리스토펠 기호다. θ 쪽 식은 아래 문제 6에서 세워 보자.
두 조건이 한 방정식으로
두 조건은 같은 방정식으로 모인다. 등속으로 달리는 곡선에서 "길이가 가까운 경로들 중 극값"이라는 조건과 "가속도 0"이라는 조건이 똑같은 미분방정식이 된다. 그 곡선이 바로 측지선이므로, 측지선은 짧은 구간에서는 거리를 최소화한다. 구면에서는 대원이고, 원기둥에서는 모선과 수평 원, 그리고 나선이며, 평면에서는 당연히 직선이다. 여기서 "가속도 0"은 레비-치비타 접속으로 잰다. 접속(이웃한 점의 벡터를 비교하는 규칙) 가운데, 화살표를 옮겨도 길이와 각이 바뀌지 않도록 계량에 맞춰 하나로 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측지선은 얼마나 멀리 가도 가장 짧은 길일까? 두 조건이 한 방정식으로 만난 것은 "가까운 경로들 중"이라는 단서가 붙은 이야기였다. 이 단서가 어디까지 통하는지는 한 점에서 여러 측지선을 한꺼번에 쏘아 보낼 때 드러난다.
곁글 · 같은 것을 두 가지로 정의해 보고, 둘이 만나는지 따진다
한 대상을 전혀 다른 두 방법으로 정의해 보는 일은 수고를 두 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모양이 다른 두 정의가 같은 것을 가리킨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 개념이 어느 한 정의의 우연한 꼴이 아니라는 믿음이 생긴다. 한쪽에서 어려운 계산을 다른 쪽에서 쉽게 할 수도 있고, 두 정의가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찾아내면 그것도 수확이다.
1936년, 「기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함수」가 무엇인지를 두고 두 정의가 거의 함께 나왔다. 앨런 처치는 함수를 만들고 적용하는 규칙만으로 된 체계(람다 계산)로 정의했고, 앨런 튜링은 네모 눈금이 줄지어 그려진 테이프를 읽고 쓰며 한 눈금씩 움직이는 가상의 기계로 정의했다. 튜링은 논문의 부록에서 두 정의가 정확히 같은 함수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보였다. 처치는 튜링의 정의가 「계산할 수 있다」는 일상의 뜻과 맞는다는 것을 곧바로 분명하게 해 준다고 평했다. 겉모습이 전혀 다른 두 정의가 만났다는 사실이, 둘이 붙잡은 것이 진짜 개념이라는 가장 강한 근거가 되었다.
양자역학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보른, 요르단과 함께 관측되는 양을 행렬로 다루는 행렬역학을 세웠고, 1926년 슈뢰딩거는 파동 방정식으로 된 파동역학을 내놓았다. 하나는 낯선 행렬 셈, 하나는 익숙한 미분방정식이라 전혀 다른 이론처럼 보였다. 슈뢰딩거는 같은 해에 두 이론이 수학적으로 같다는 것을 보였고, 그 뒤로 물리학자들은 문제마다 계산이 쉬운 쪽을 골라 쓴다.
측지선도 두 정의가 만난 경우로, 「핸들을 꺾지 않는 길」과 「가장 짧은 길」은 한 방정식으로 만났다. 그리고 둘이 어디서부터 갈라지는지를 찾는 것이 다음 물음이 된다.
문제 5: 미끄럼 레일 세 개
계산 출발점 A에서 도착점 B까지 구슬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레일이 셋 있고, B는 A보다 2 m 낮고 가로로 3.14 m(π m) 떨어져 있다. (가) 곧은 레일 (나) 2 m를 곧장 떨어진 뒤 수평으로 달리는 레일(꺾이는 곳에서 속력을 잃지 않는다고 하자) (다) 사이클로이드 레일. 마찰과 공기 저항은 없고 중력가속도는 9.8 m/s²일 때, (다)는 약 1.00초가 걸린다. (가)와 (나)는 각각 몇 초가 걸리는가? 가장 짧은 레일이 가장 빠른가?
문제 5의 세 레일. (가) 곧은 레일 (나) 곧장 떨어진 뒤 수평으로 달리는 레일 (다) 사이클로이드 레일. B는 A보다 2 m 낮고 가로로 π m 떨어져 있다
같이 풀기 세션 5
김민준
곧은 레일은 길이가 π2+22≈3.72 m예요. 거리 =21gt2로 풀면 t=2×3.72/9.8≈0.87초. 사이클로이드 1.00초보다 빠르네요. 역시 가장 짧은 길이 가장 빨라요.
선생님
그럼 베르누이가 답을 틀렸다는 건데요. 같은 식으로, 레일을 거의 수평으로 눕히면 시간이 어떻게 나와요?
김민준
거의 수평이면 구슬이 거의 안 움직일 텐데… 제 식에는 기울기가 안 들어가요. 아, 비탈에서는 g를 다 쓰면 안 되고 레일 방향 성분만 써야 하네요. 기울기의 사인이 2/3.72니까 가속도는 9.8×0.537≈5.26 m/s², 그러면 t=2×3.72/5.26≈1.19초예요.
이서연
(나)는 2 m를 떨어지는 데 2×2/9.8≈0.64초, 그때 속력이 2×9.8×2≈6.26 m/s라 수평 3.14 m는 약 0.50초. 합쳐서 1.14초야. 길이는 5.14 m로 셋 중에 가장 긴데 곧은 레일보다 빨라.
선생님
그래요. 가장 짧은 곧은 레일이 셋 중 가장 느렸어요. 무엇을 가장 작게 할지 바꾸면 이기는 곡선도 바뀌어요.
김민준
곡선마다 길이를 매기면 곧은 레일이 이기고, 걸리는 시간을 매기면 사이클로이드가 이기는 거네요. 곡선에 숫자를 매기는 규칙이 답을 정하는 거였어요.
김민준
과제 채점 기준이 "코드 줄 수"일 때와 "실행 시간"일 때 1등 코드가 달랐던 거랑 같아요.
문제 6: 극좌표의 각도 쪽 식
계산 평면 극좌표에서 에너지의 적분 안의 식은 21(r˙2+r2θ˙2)이다. (가) θ에 대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세워 θ¨+(보정항)=0 꼴로 고쳐 쓰고, 보정 항에서 크리스토펠 기호 Γrθθ를 읽어라. (나) 직선 x=1 위를 속력 1로 걷는 걸음(시각 t에 위치 (1,t))의 t=1에서 두 항을 계산해 합이 0인지 확인하라.
문제 6의 걸음. 극좌표 격자(회색) 위에 직선 x=1을 긋고, 시각 t=0의 점과 t=1의 점, 그 점의 극좌표 r, θ, 속력 1인 진행 방향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