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경로는 대원(구의 중심을 지나는 평면이 구면을 자른 가장 큰 원. 적도나 자오선) 조각을 이어 붙인 삼각형이었다. 그런데 땅 위에 서 있는 우리는 날마다 지구와 함께 자기 위도선을 따라 한 바퀴씩 실려 간다. 대원이 아닌 원, 이를테면 위도선을 따라 한 바퀴 돌면 화살표는 얼마나 돌아갈까? 그리고 위도선 한 바퀴의 홀로노미를 실제 지구 위에서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역사: 레옹 푸코 (Léon Foucault, 1819–1868)
파리의 물리학자 레옹 푸코는 지구가 돈다는 것을 땅 위에서 직접 보여 줄 실험을 찾고 있었다. 실마리는 공작 기계에서 나왔다. 쇠를 돌려 깎는 기계(선반)의 축에 가늘고 휘는 막대를 물리고 떨게 하면, 기계를 돌려도 막대가 떠는 평면은 그대로였다. 이 관찰이 진자 실험으로 이어졌다. 1851년 2월 파리 천문대에서 처음 공개한 뒤, 몇 주 뒤에는 판테온의 돔에서 28 kg짜리 추를 길이 67미터의 줄에 매달았다. 진자가 흔들리는 평면(진동면)은 한 시간에 11°쯤씩 시계 방향으로 돌아갔고, 이것이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직접적 증거였다.
파리 판테온에 설치된 푸코 진자. 67미터 길이의 줄에 매달린 진자의 진동면이 천천히 회전하며, 이는 구면 위에서 벡터가 평행이동될 때 나타나는 홀로노미의 물리적 시연이다.
지구 자전의 증거로 유명하지만, 기하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평행이동의 홀로노미다. 진자를 매단 점은 지구와 함께 위도선을 따라 하루에 한 바퀴 실려 가는데, 그동안 진동면을 수직축 둘레로 비트는 힘은 없다. 그래서 진동면은 실려 가는 대로 진자가 있는 곳의 수직 방향에만 맞춰질 뿐 스스로 돌지 않는다. 땅 위에서 보면, 진동면의 방향이라는 화살표가 위도선이라는 닫힌 경로를 따라 하루에 한 바퀴 평행이동되는 것이다.
푸코의 시대에는 이것을 이렇게 읽을 수학 언어가 아직 없었다. 곡면 위의 "돌리지 않고 옮기기"가 수학 개념으로 세워진 것은 60여 년 뒤이고, 다시 60여 년 뒤인 1984년에는 마이클 베리(Michael Berry)가 같은 구조를 양자역학에서 일반적인 꼴로 정리한다. 오늘날 "베리 위상(Berry phase)"이라 부르는 것이다.
김민준
줄에 추 하나 매다는 실험이면 누구라도 진작 했을 것 같은데요. 지구가 돈다는 건 그 전부터 다들 알았잖아요.
선생님
한 시간에 11°쯤이면, 한 번 흔들리는 사이에는 얼마나 돌까요? 67미터 줄이면 한 번 왕복하는 데 16초쯤 걸려요.
김민준
음, 한 시간이 3,600초니까 11°에 16/3,600을 곱하면… 0.05°요. 한 번 흔들릴 때는 눈으로 못 보겠네요.
선생님
그래서 줄이 길고 추가 무거워야 했어요. 짧고 가벼운 진자는 공기 저항에 금방 잦아들고, 추가 그리는 자취가 조금만 타원으로 일그러져도 타원이 스스로 도는 회전이 0.05°를 덮어 버려요. 몇 시간을 흔들어야 회전이 쌓여 눈에 보이는 실험이에요.
이서연
북극이면 하루에 한 바퀴일 텐데, 파리는 한 시간에 11°라 하루에 한 바퀴보다 느리잖아요. 파리에서는 진동면이 왜 북극보다 느리게 돌아요?
선생님
위도에 따라 회전이 달라지는 일을 곡면 위에서 방향을 옮기는 일로 읽을 말이 1851년에는 없었어요. 평행이동이 수학 개념이 된 건 60여 년 뒤예요. 그때 쓸 수 있던 건 진자에 걸리는 힘으로 운동을 푸는 역학이었고요.
이서연
그럼 지금은 힘 대신 진자가 하루에 실려 가는 위도선이 둘러싼 넓이로 셀 수 있겠네요. 그런데 위도선은 대원이 아닌데, 대원 조각을 이은 삼각형으로 확인한 홀로노미 정리를 그대로 써도 돼요?
위도선 한 바퀴의 회전각
푸코 진자의 회전을 계산하려면 먼저 위도선을 따라 도는 화살표의 홀로노미를 알아야 한다. 위도선이 둘러싼 극지방 모자의 넓이를 적분하면 된다. 푸코가 실험한 파리(북위 48°52′, 약 48.87°)로 해 보자.
따라 계산해 보기: 위도선을 한 바퀴 돌면 화살표는 얼마나 돌아가나
북극에서 잰 각도(여위도)가 θ0인 위도선을 동쪽으로 한 바퀴 돈다고 하자. 위도선은 대원이 아니지만 경로를 따라 평행이동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할 수 있고, 홀로노미 정리에 따르면 회전각은 위도선이 둘러싼 극지방 모자의 넓이다. 반지름 1인 구면의 넓이 요소는 dA=sinθdθdϕ이므로,
파리는 여위도가 θ0=90°−48.87°=41.13°이므로 Δθ=2π(1−cos41.13°)≈1.551rad≈88.9°다. 극에 가까운 작은 원일수록 둘러싼 넓이가 작아 회전도 작고, 적도(θ0=90°)에서는 반구 전체를 둘러싸므로 2π, 곧 원래 방향으로 돌아온다.
푸코 진자는 이 계산을 땅의 눈금으로 본 것이다. 위도선을 따라 걸으면 “동쪽” 방향 자체가 한 바퀴(2π) 돌아가므로, 동쪽에 대해 잰 진동면의 회전은
가 된다. 파리에서는 하루(항성일: 먼 별을 기준으로 지구가 한 바퀴 도는 시간, 약 23.93시간)에 271.1°, 한 시간에 약 11.3° 돌아가서, 진동면이 한 바퀴 도는 데 약 31.8시간이 걸린다. 푸코가 판테온에서 본 시간당 약 11°의 회전과 맞는다. 홀로노미와 푸코 회전은 합이 360°인 한 쌍이다.
파리의 위도선(여위도 41°)을 북극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 파랑은 위도선 위 각 점의 동쪽, 주황은 평행이동한 화살표다. 위도선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동쪽은 360° 돌지만 화살표는 88.9°만 돈다. 그래서 동쪽(땅)에 대해 재면 화살표는 반대쪽으로 271.1° 돈다
위도별로 두 값을 나란히 놓아 보자(회전은 항성일 하루 동안).
위도
홀로노미 (처음 화살표 기준)
진동면의 회전 (땅의 동쪽 기준)
합
90° (북극)
0°
360°
360°
48.87° (파리)
88.9°
271.1°
360°
30°
180°
180°
360°
0° (적도)
360° (제자리)
0°
360°
북극에서는 진동면이 땅에 대해 하루에 한 바퀴 돌고, 적도에서는 전혀 돌지 않는다. 두 칸은 같은 회전을 서로 다른 기준(처음 화살표, 땅의 동쪽)으로 잰 값이라 합이 언제나 360°다.
위도선을 따라 도는 평행이동을 직접 돌려 보자. 「위도선 한 바퀴」를 고르면 파리와 가까운 여위도 41°에서 시작하고, 한 바퀴를 다 돌면 측정한 홀로노미와 땅 기준 회전이 나란히 나온다.
문제 6: 북위 60°의 화살표와 서울의 푸코 진자
계산 (가) 북위 60° 위도선을 동쪽으로 한 바퀴 평행이동한 화살표의 회전각 Δθ를 구하라. (나) 서울(북위 37.5°)의 푸코 진자는 항성일(약 23.93시간) 동안 땅에 대해 몇 도 돌아가며, 진동면이 한 바퀴 도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가?
문제 6의 두 위도선. 비스듬히 위에서 본 지구에 북위 60° 위도선(동쪽으로 도는 방향 표시)과 서울이 있는 북위 37.5° 위도선, 적도를 그렸다
위 그림 도구에서 「문제 6 불러오기」를 누르면 (가)의 위도선이 들어간다.
같이 풀기 세션 6
이서연
(가)는 공식에 넣으면 끝이야. 2π(1−cos60°)=π, 그러니까 180°.
김민준
난 푸코 공식으로 했는데 2πsin60°≈311.8°가 나와. 둘 중 하나는 틀렸네.
선생님
둘 다 멈춰 봅시다. 서연 학생, 북위 60°의 원은 북극에 가까워요, 적도에 가까워요?
이서연
북극에 가까워요. 그러면 둘러싼 극지방이 작아서 회전도 작아야 하는데, 180°면 반구의 절반이나 둘러싸야 나오는 회전이에요. 너무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