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슬라이더 없는 얼굴

수업이 끝난 저녁, 정문 앞 버스 정류장. 민준이 서연 쪽으로 기울인 휴대폰에는 게임 속 캐릭터 루나의 꾸미기 화면이 떠 있고, 눈매와 머리색과 웃는 정도마다 막대가 하나씩 달려 있다.

이거 봐. 아까 수업에서 안경 막대 올리던 거랑 똑같지 않아? 웃음 막대를 올리면 입꼬리와 함께 눈도 같이 휘어. 루나 얼굴도 어딘가에 숫자 몇십 칸으로 적혀 있고, 막대 하나가 그 칸들 사이의 방향 하나인 거야.

그럼 루나는 숫자 몇십 칸이 전부겠네.

그러니까 멋지지. 오늘 밤엔 루나 눈매 막대만 따로 뽑아 볼 거야.

그럼… 나한테 막대가 달려 있으면, 너는 뭘 올리고 싶어?

너한테? 음…
민준이 진지한 얼굴로 들여다보자, 서연은 안경을 고쳐 쓰는 척하며 눈을 피했다.

아무것도 안 건드릴래. 지금이 제일 좋아.

…진짜?

응. 같이 공부하기 제일 좋은 친구잖아. 네가 풀어 주면 한 번에 알아듣는단 말이야.

…그렇구나. 친구.

왜? 칭찬인데.

알아. 칭찬인 거.
전광판에 버스가 곧 들어온다는 글자가 뜰 무렵, 과 대표가 보낸 공지에 두 사람의 휴대폰이 함께 울렸다.

여름 MT, 바다래! 해변 숙소.

바다… 너도 가?

가야지. 아, 그런데 그 주말에 루나 여름 이벤트가 시작하는데. 숙소에 와이파이 되려나.

바다까지 가서 휴대폰만 볼 거면 왜 가.

모래성 쌓으러 가지. 너 모래성 잘 쌓아?

너보단 잘 쌓을걸.
버스에 먼저 올라탄 서연은 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잠깐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