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온도

이상기체: 같은 정의에서 나오는 기체 법칙

지금까지 온도의 정의는 덩어리를 칸에 담는 고체에서 끌어냈다. 그렇다면 같은 정의를 기체에 적용하면 무엇이 나올까? 화학 시간에 외웠던 기체 법칙이 여기서 다시 나온다면, 이 정의를 믿을 근거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역사: 경우의 수보다 먼저 잰 기체 법칙

기체 법칙은 경우의 수를 세는 이론보다 거의 200년 먼저 실험으로 찾아졌다. 1662년 보일은 조수 훅이 만든 J자 모양 유리관의 짧은 쪽 끝을 막아 공기를 가두고, 긴 쪽으로 수은을 부어 가며 갇힌 공기 기둥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쟀다. 수은을 더 부어 누르는 압력을 두 배로 하면 공기의 부피는 절반이 되었고, 온도가 그대로인 한 압력과 부피의 곱은 일정했다. 뒤이어 온도에 따라 부피와 압력이 어떻게 변하는지(샤를, 게이뤼삭), 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같은 부피에 든 기체 분자 수는 기체의 종류와 상관없다는 것(아보가드로)이 차례로 밝혀졌고, 1834년 클라페롱이 이 법칙들을 한 식으로 묶었다. 화학 시간에 외우는 PV = nRT가 그것이다.

보일의 J자 관을 다시 그린 그림. 짧은 쪽 끝을 막아 공기를 가두고 긴 쪽에 수은을 더 부으면, 수은 높이 차만큼 압력이 더해져 갇힌 공기의 부피가 줄어든다. 압력이 두 배가 되면 부피는 절반이다.
보일의 J자 관을 다시 그린 그림. 짧은 쪽 끝을 막아 공기를 가두고 긴 쪽에 수은을 더 부으면, 수은 높이 차만큼 압력이 더해져 갇힌 공기의 부피가 줄어든다. 압력이 두 배가 되면 부피는 절반이다.

그러나 측정은 기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까지 말해 주지 않았다. 20여 년 뒤 크뢰니히(1856)와 클라우지우스(1857)가 기체를 서로 부딪히며 날아다니는 작은 알갱이로 보고 그 운동을 계산해 같은 식을 끌어냈다. 이 절에서는 알갱이의 운동을 따라가는 대신, 경우의 수를 세어 정의한 온도에서 같은 식이 나오는지 확인해 본다.

엔트로피를 에너지와 부피로 미분하기

이상기체(理想氣體, ideal gas: 계산하기 좋게 가장 단순하게 만든 기체)는 서로 부딪히는 것 말고는 힘을 주고받지 않는 입자 N개로 이루어진 기체다. 그 엔트로피는 다음 꼴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유도하지 않고 결과만 빌려 쓴다.

S(E,V,N)=Nkln⁡V+32Nkln⁡E+(E, V와 무관한 항)\textcolor{#9467bd}{S}(\textcolor{#ff7f0e}{E}, \textcolor{#7570b3}{V}, \textcolor{#1f77b4}{N}) = \textcolor{#1f77b4}{N}\textcolor{#7f7f7f}{k} \ln \textcolor{#7570b3}{V} + \tfrac{3}{2} \textcolor{#1f77b4}{N}\textcolor{#7f7f7f}{k} \ln \textcolor{#ff7f0e}{E} + (\text{E, V와 무관한 항})
S기체의 엔트로피E기체 전체의 에너지V기체의 부피N기체 원자의 개수k볼츠만 상수\begin{array}{ll} \textcolor{#9467bd}{S} & \text{기체의 엔트로피} \\ \textcolor{#ff7f0e}{E} & \text{기체 전체의 에너지} \\ \textcolor{#7570b3}{V} & \text{기체의 부피} \\ \textcolor{#1f77b4}{N} & \text{기체 원자의 개수} \\ \textcolor{#7f7f7f}{k} & \text{볼츠만 상수} \end{array}

첫째 항은 세는 논리로 짐작할 수 있다. 상자의 부피를 두 배로 하면 원자 하나가 놓일 수 있는 자리도 두 배가 되고, 원자 N개가 저마다 따로 자리를 고르므로 배치의 수는 2를 N번 곱한 만큼 늘어난다. 로그를 취하면 ln W가 N ln 2만큼 늘어나는 셈이어서, S에 Nk ln V 꼴의 항이 생긴다. 둘째 항은 원자들이 전체 에너지를 속도로 나눠 갖는 방법의 수에서 오는데, 연속으로 변하는 속도의 경우의 수를 세는 법이 따로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결과만 빌려 쓴다.

이를 에너지로 미분하면 온도가 나온다.

(∂S∂E)V,N=3Nk2E=1T⇒E=32NkT\left(\frac{\partial \textcolor{#9467bd}{S}}{\partial \textcolor{#ff7f0e}{E}}\right)_{\textcolor{#7570b3}{V},\textcolor{#1f77b4}{N}} = \frac{3\textcolor{#1f77b4}{N}\textcolor{#7f7f7f}{k}}{2\textcolor{#ff7f0e}{E}} = \frac{1}{\textcolor{#8c564b}{T}} \quad\Rightarrow\quad \textcolor{#ff7f0e}{E} = \tfrac{3}{2} \textcolor{#1f77b4}{N}\textcolor{#7f7f7f}{k}\textcolor{#8c564b}{T}
S기체의 엔트로피E기체 전체의 에너지V기체의 부피 (미분할 때 고정)N기체 원자의 개수 (미분할 때 고정)k볼츠만 상수T기체의 온도\begin{array}{ll} \textcolor{#9467bd}{S} & \text{기체의 엔트로피} \\ \textcolor{#ff7f0e}{E} & \text{기체 전체의 에너지} \\ \textcolor{#7570b3}{V} & \text{기체의 부피 (미분할 때 고정)} \\ \textcolor{#1f77b4}{N} & \text{기체 원자의 개수 (미분할 때 고정)} \\ \textcolor{#7f7f7f}{k} & \text{볼츠만 상수} \\ \textcolor{#8c564b}{T} & \text{기체의 온도} \end{array}

기체 원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가 (3/2)kT, 실온에서 약 6.2 × 10⁻²¹ J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체의 온도는 원자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부피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두 기체 사이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피스톤을 두고 부피를 주고받게 하면, 평형에서는 이번에는 ∂S/∂V가 같아진다. 덩어리를 주고받던 두 계에서 ∂ln W/∂E가 같아졌던 것과 같은 짜임이다. 이 값을 P/T로 정의하면(P는 압력) 다음을 얻는다.

두 기체 사이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피스톤을 둔 그림. 에너지를 주고받으면 ∂S/∂E가 같아진 곳에서, 부피를 주고받으면 ∂S/∂V가 같아진 곳에서 멈춘다. 피스톤은 양쪽 압력이 같아지는 곳에 선다.
두 기체 사이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피스톤을 둔 그림. 에너지를 주고받으면 ∂S/∂E가 같아진 곳에서, 부피를 주고받으면 ∂S/∂V가 같아진 곳에서 멈춘다. 피스톤은 양쪽 압력이 같아지는 곳에 선다.
(∂S∂V)E,N=NkV=PT⇒PV=NkT\left(\frac{\partial \textcolor{#9467bd}{S}}{\partial \textcolor{#7570b3}{V}}\right)_{\textcolor{#ff7f0e}{E},\textcolor{#1f77b4}{N}} = \frac{\textcolor{#1f77b4}{N}\textcolor{#7f7f7f}{k}}{\textcolor{#7570b3}{V}} = \frac{\textcolor{#7570b3}{P}}{\textcolor{#8c564b}{T}} \quad\Rightarrow\quad \textcolor{#7570b3}{P}\textcolor{#7570b3}{V} = \textcolor{#1f77b4}{N}\textcolor{#7f7f7f}{k}\textcolor{#8c564b}{T}
S기체의 엔트로피V기체의 부피E기체 전체의 에너지 (미분할 때 고정)N기체 원자의 개수 (미분할 때 고정)k볼츠만 상수P기체의 압력T기체의 온도\begin{array}{ll} \textcolor{#9467bd}{S} & \text{기체의 엔트로피} \\ \textcolor{#7570b3}{V} & \text{기체의 부피} \\ \textcolor{#ff7f0e}{E} & \text{기체 전체의 에너지 (미분할 때 고정)} \\ \textcolor{#1f77b4}{N} & \text{기체 원자의 개수 (미분할 때 고정)} \\ \textcolor{#7f7f7f}{k} & \text{볼츠만 상수} \\ \textcolor{#7570b3}{P} & \text{기체의 압력} \\ \textcolor{#8c564b}{T} & \text{기체의 온도} \end{array}

화학 시간에 외운 PV = nRT(n은 몰 수, R은 아보가드로수에 k를 곱한 값)가 결국 경우의 수를 세는 일에서 나온 것이다.

물 두 컵: 시강 변수

그런데 이상기체의 식에는 입자 수 N이 곳곳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기체를 두 배로 늘리면 온도도 두 배가 될까? 30도 물 한 컵과 30도 물 한 컵을 합치면, 물의 양은 두 컵이 되지만 온도는 30도에서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계를 합칠 때 더해지는 양(E, V, N, S)을 시량 변수(extensive variable)라 하고, 합쳐도 그대로인 양(T, P, β)을 시강 변수 (계의 크기와 상관없는 양, intensive variable)라 한다.

온도는 두 시량 변수의 비율인 ∂S/∂E로 정의되므로 시강 변수가 된다. 이 사실은 계산을 검산하는 데 유용하다. 어떤 계산 결과에서 온도 자리에 입자 수 N이 남아 있다면, 계를 두 배로 키울 때 온도도 두 배가 된다는 뜻이므로 어딘가 틀린 것이다.

물 두 컵을 합치면 물의 양, 에너지, 엔트로피는 두 배가 되지만 온도는 그대로다.
물 두 컵을 합치면 물의 양, 에너지, 엔트로피는 두 배가 되지만 온도는 그대로다.

문제 6. 원자 두 개가 붙은 분자의 기체

질소나 산소처럼 원자 두 개가 붙은 분자는 날아다니는 것 말고도 제자리에서 돌 수 있어서, 실온에서 이런 분자 N개로 된 기체의 엔트로피는 S = Nk ln V + (5/2)Nk ln E + (상수)이다. (∂S/∂E)_{V,N}과 (∂S/∂V)_{E,N}을 구하고, 1/T와 P/T로 놓아 이 기체의 에너지와 압력을 온도로 나타내고, 원자 하나짜리 기체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말하라.

김민준 M03
김민준

서연아, (∂S/∂E)는 5/(2E) 맞지? Nk는 상수니까 미분하면 없어지잖아.

이서연 S01
이서연

곱해진 상수잖아. 더해진 거면 없어지는데 이건 남아. 5Nk/(2E)야.

김민준 M07
김민준

아, 맞다. 그럼 5Nk/(2E) = 1/T이니까 E = (5/2)NkT.

이서연 S05
이서연

저는 (∂S/∂V)에서 막혔어요. 부피가 늘면 기체가 식어서 E도 바뀌잖아요. 그걸 반영해야 하지 않나요?

선생님 T02
선생님

서연 학생, 해석학에서 f(x, y)를 x로 편미분할 때 y는 어떻게 했죠?

이서연 S07
이서연

고정했죠.

선생님 T14
선생님

아래첨자 _{E,N}이 그 뜻이에요. E와 N을 고정하고 V만 바꿨을 때예요. 실제 과정에서 E가 같이 변하는지는 이 편미분과 상관없어요. 그러니 Nk/V.

이서연 S06
이서연

수학에선 안 적는 아래첨자를 왜 물리에선 꼭 적어요?

선생님 T01
선생님

같은 S를 (E, V)의 함수로도, (T, V)의 함수로도 쓰기 때문이에요. 변수 묶음이 바뀌면 "V로 편미분"의 값도 달라질 수 있어요. 무엇을 고정했는지 적어야 식이 하나로 정해져요.

김민준 M08
김민준

과제에서 학습률 바꿔 가며 실험할 때 미니배치 크기는 고정하라고 했던 거랑 비슷하네요. 보고서에 "미니배치 크기 64 고정"이라고 안 쓰면 조교님이 감점했어요.

선생님 T13
선생님

좋은 비교예요. 아래첨자는 "이 실험에서 고정한 변수 목록"입니다. Nk/V = P/T로 놓으면?

이서연 S08
이서연

PV = NkT. 어, 에너지는 3/2가 5/2로 바뀌었는데 압력 식은 원자 하나짜리 기체랑 똑같네.

김민준 M12
김민준

야, 분자 모양이 달라도 화학 시간에 외운 식이 그대로라고?

선생님 T01
선생님

부피 쪽 항 Nk ln V가 어디서 왔는지 떠올려 봐요. 부피가 두 배면 무엇이 두 배가 됐죠?

이서연 S11
이서연

분자 하나가 놓일 자리요. 분자가 돌든 말든 놓일 자리 수는 부피로만 정해지니까 그 항은 그대로고, 돌 수 있으면 에너지를 나눠 담을 곳이 늘어서 에너지 쪽 계수만 커지는 거네요. 그래서 같은 온도에서 에너지는 원자 하나짜리 기체의 5/3배이고, 압력은 그대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