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체: 같은 정의에서 나오는 기체 법칙
지금까지 온도의 정의는 덩어리를 칸에 담는 고체에서 끌어냈다. 그렇다면 같은 정의를 기체에 적용하면 무엇이 나올까? 화학 시간에 외웠던 기체 법칙이 여기서 다시 나온다면, 이 정의를 믿을 근거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역사: 경우의 수보다 먼저 잰 기체 법칙
기체 법칙은 경우의 수를 세는 이론보다 거의 200년 먼저 실험으로 찾아졌다. 1662년 보일은 조수 훅이 만든 J자 모양 유리관의 짧은 쪽 끝을 막아 공기를 가두고, 긴 쪽으로 수은을 부어 가며 갇힌 공기 기둥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쟀다. 수은을 더 부어 누르는 압력을 두 배로 하면 공기의 부피는 절반이 되었고, 온도가 그대로인 한 압력과 부피의 곱은 일정했다. 뒤이어 온도에 따라 부피와 압력이 어떻게 변하는지(샤를, 게이뤼삭), 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같은 부피에 든 기체 분자 수는 기체의 종류와 상관없다는 것(아보가드로)이 차례로 밝혀졌고, 1834년 클라페롱이 이 법칙들을 한 식으로 묶었다. 화학 시간에 외우는 PV = nRT가 그것이다.
그러나 측정은 기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까지 말해 주지 않았다. 20여 년 뒤 크뢰니히(1856)와 클라우지우스(1857)가 기체를 서로 부딪히며 날아다니는 작은 알갱이로 보고 그 운동을 계산해 같은 식을 끌어냈다. 이 절에서는 알갱이의 운동을 따라가는 대신, 경우의 수를 세어 정의한 온도에서 같은 식이 나오는지 확인해 본다.
엔트로피를 에너지와 부피로 미분하기
이상기체(理想氣體, ideal gas: 계산하기 좋게 가장 단순하게 만든 기체)는 서로 부딪히는 것 말고는 힘을 주고받지 않는 입자 N개로 이루어진 기체다. 그 엔트로피는 다음 꼴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유도하지 않고 결과만 빌려 쓴다.
첫째 항은 세는 논리로 짐작할 수 있다. 상자의 부피를 두 배로 하면 원자 하나가 놓일 수 있는 자리도 두 배가 되고, 원자 N개가 저마다 따로 자리를 고르므로 배치의 수는 2를 N번 곱한 만큼 늘어난다. 로그를 취하면 ln W가 N ln 2만큼 늘어나는 셈이어서, S에 Nk ln V 꼴의 항이 생긴다. 둘째 항은 원자들이 전체 에너지를 속도로 나눠 갖는 방법의 수에서 오는데, 연속으로 변하는 속도의 경우의 수를 세는 법이 따로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결과만 빌려 쓴다.
이를 에너지로 미분하면 온도가 나온다.
기체 원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가 (3/2)kT, 실온에서 약 6.2 × 10⁻²¹ J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체의 온도는 원자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부피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두 기체 사이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피스톤을 두고 부피를 주고받게 하면, 평형에서는 이번에는 ∂S/∂V가 같아진다. 덩어리를 주고받던 두 계에서 ∂ln W/∂E가 같아졌던 것과 같은 짜임이다. 이 값을 P/T로 정의하면(P는 압력) 다음을 얻는다.
화학 시간에 외운 PV = nRT(n은 몰 수, R은 아보가드로수에 k를 곱한 값)가 결국 경우의 수를 세는 일에서 나온 것이다.
물 두 컵: 시강 변수
그런데 이상기체의 식에는 입자 수 N이 곳곳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기체를 두 배로 늘리면 온도도 두 배가 될까? 30도 물 한 컵과 30도 물 한 컵을 합치면, 물의 양은 두 컵이 되지만 온도는 30도에서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계를 합칠 때 더해지는 양(E, V, N, S)을 시량 변수(extensive variable)라 하고, 합쳐도 그대로인 양(T, P, β)을 시강 변수 (계의 크기와 상관없는 양, intensive variable)라 한다.
온도는 두 시량 변수의 비율인 ∂S/∂E로 정의되므로 시강 변수가 된다. 이 사실은 계산을 검산하는 데 유용하다. 어떤 계산 결과에서 온도 자리에 입자 수 N이 남아 있다면, 계를 두 배로 키울 때 온도도 두 배가 된다는 뜻이므로 어딘가 틀린 것이다.

문제 6. 원자 두 개가 붙은 분자의 기체
질소나 산소처럼 원자 두 개가 붙은 분자는 날아다니는 것 말고도 제자리에서 돌 수 있어서, 실온에서 이런 분자 N개로 된 기체의 엔트로피는 S = Nk ln V + (5/2)Nk ln E + (상수)이다. (∂S/∂E)_{V,N}과 (∂S/∂V)_{E,N}을 구하고, 1/T와 P/T로 놓아 이 기체의 에너지와 압력을 온도로 나타내고, 원자 하나짜리 기체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말하라.

서연아, (∂S/∂E)는 5/(2E) 맞지? Nk는 상수니까 미분하면 없어지잖아.

곱해진 상수잖아. 더해진 거면 없어지는데 이건 남아. 5Nk/(2E)야.

아, 맞다. 그럼 5Nk/(2E) = 1/T이니까 E = (5/2)NkT.

저는 (∂S/∂V)에서 막혔어요. 부피가 늘면 기체가 식어서 E도 바뀌잖아요. 그걸 반영해야 하지 않나요?

서연 학생, 해석학에서 f(x, y)를 x로 편미분할 때 y는 어떻게 했죠?

고정했죠.

아래첨자 _{E,N}이 그 뜻이에요. E와 N을 고정하고 V만 바꿨을 때예요. 실제 과정에서 E가 같이 변하는지는 이 편미분과 상관없어요. 그러니 Nk/V.

수학에선 안 적는 아래첨자를 왜 물리에선 꼭 적어요?

같은 S를 (E, V)의 함수로도, (T, V)의 함수로도 쓰기 때문이에요. 변수 묶음이 바뀌면 "V로 편미분"의 값도 달라질 수 있어요. 무엇을 고정했는지 적어야 식이 하나로 정해져요.

과제에서 학습률 바꿔 가며 실험할 때 미니배치 크기는 고정하라고 했던 거랑 비슷하네요. 보고서에 "미니배치 크기 64 고정"이라고 안 쓰면 조교님이 감점했어요.

좋은 비교예요. 아래첨자는 "이 실험에서 고정한 변수 목록"입니다. Nk/V = P/T로 놓으면?

PV = NkT. 어, 에너지는 3/2가 5/2로 바뀌었는데 압력 식은 원자 하나짜리 기체랑 똑같네.

야, 분자 모양이 달라도 화학 시간에 외운 식이 그대로라고?

부피 쪽 항 Nk ln V가 어디서 왔는지 떠올려 봐요. 부피가 두 배면 무엇이 두 배가 됐죠?

분자 하나가 놓일 자리요. 분자가 돌든 말든 놓일 자리 수는 부피로만 정해지니까 그 항은 그대로고, 돌 수 있으면 에너지를 나눠 담을 곳이 늘어서 에너지 쪽 계수만 커지는 거네요. 그래서 같은 온도에서 에너지는 원자 하나짜리 기체의 5/3배이고, 압력은 그대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