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준위계: 에너지에 천장이 있는 계
지금까지 만난 아인슈타인 고체와 이상기체는 에너지를 넣을수록 담는 방법의 수가 끝없이 늘었는데, 에너지를 받아 줄 자리가 위로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자 하나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두 값뿐이어서, 모든 입자가 높은 쪽에 올라가면 더는 에너지를 받을 수 없는 계도 있다. 온도를 「경우의 수가 에너지에 따라 늘어나는 기울기」로 정의했으니, 이렇게 에너지에 천장이 있는 계에서는 그 기울기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 두 방향만 가진 원자
원자 안에는 작은 자석이 들어 있다고 여겨졌지만, 그 자석이 아무 방향이나 가리킬 수 있는지는 1920년대 초까지 논란거리였다. 방향이 자유롭다면 원자들을 한 줄로 쏘아 불균일한 자기장(자석의 힘이 미치는 공간, magnetic field)에 통과시켰을 때, 자석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휘어서 흐름이 한 줄의 띠로 번져야 한다. 반대로 몇 가지 방향만 허락된다면 흐름은 그 수만큼의 갈래로 끊어져야 한다.
192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테른과 게를라흐가 이 실험을 했다. 전기로에서 은을 달궈 증발시킨 원자의 흐름을 자기장에 통과시켜 유리판에 쌓았더니, 흐름은 띠로 번지지 않고 딱 두 갈래로 갈라졌다. 판에 쌓인 은은 너무 얇아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싼 시가를 피우던 슈테른의 입김에 섞인 황이 은과 만나 검은 황화은이 되면서 두 줄이 드러났다고 전해진다. 나중에 이 두 갈래는 원자 속 전자가 품은 작은 자석, 곧 스핀(spin)이 자기장에 대해 두 방향만 가질 수 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원자핵의 스핀도 두 방향만 갖는 계여서, 1940년대에 핵자기공명(NMR)이 개발된 뒤로는 실험실에서 마음대로 뒤집을 수 있는 두 상태 계가 되었다.
네 가지 실제 계, 하나의 모형
이런 계는 생각보다 흔하다. 아래 표는 두 상태만 신경 쓰면 되는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 실제 계 | 두 상태 | 두 상태의 에너지 차 ε | 어디서 만나나 |
|---|---|---|---|
| 자기장 속 전자나 원자핵의 스핀 | 자기장과 같은 방향 / 반대 방향 | 자기장의 크기에 비례 | 상자성체의 자화, MRI |
| 원자의 두 에너지 값(준위) | 가장 낮은 상태(바닥상태) / 에너지를 받아 올라간 상태(들뜬 상태) | 원자가 내놓는 빛 알갱이(광자) 하나의 에너지 | 레이저, 원자시계 |
| 초전도 큐비트 | 0 / 1 | 마이크로파 광자 하나의 에너지 | 양자컴퓨터 |
| 이징 모형, 볼츠만 머신의 유닛 | 꺼짐 / 켜짐 (또는 −1 / +1) | 유닛 하나를 켤 때 드는 에너지 | ML의 에너지 기반 모형 |
표의 예들에서 세부를 걷어 내면 같은 모형이 남는다. 입자 N개가 각각 에너지 0 또는 ε만 가질 수 있는 계다. 이런 계를 2준위계 (에너지 값이 둘뿐인 계, two-level system)라 한다.
2준위계는 에너지에 천장이 있는 계 가운데 가장 단순해서, 경우의 수를 이항계수 하나로 셀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계에 온도의 정의 ∂ln W/∂E를 그대로 적용하면 어떤 값이 나올까?
들떠 있는 비율과 β
2준위계에 에너지를 조금씩 넣어 가면 β는 어떻게 변할까? 입자 8개짜리로 먼저 세어 보자. 에너지를 ε 하나 넣을 때마다 들떠 있는 입자(에너지 ε를 가진 입자)가 하나씩 늘고, 들떠 있는 입자가 n개인 배치의 수는 8개 가운데 n개를 고르는 C(8, n)이다.
| 들떠 있는 수 n | 배치의 수 C(8, n) | 하나 더 들뜰 때 ln W 변화 |
|---|---|---|
| 0 | 1 | +2.08 |
| 1 | 8 | +1.25 |
| 2 | 28 | +0.69 |
| 3 | 56 | +0.22 |
| 4 | 70 | −0.22 |
| 5 | 56 | −0.69 |
| 6 | 28 | −1.25 |
| 7 | 8 | −2.08 |
| 8 | 1 | (더 들뜰 입자가 없다) |
에너지 ε 하나를 더 넣을 때 ln W가 늘어나는 양이 곧 β × ε이다. 표를 보면 들떠 있는 입자가 적을 때는 이 값이 크고 양수이다가, 절반인 4개를 넘는 순간부터 음수가 된다. 배치의 수 C(8, n)이 n = 4에서 가장 크고 그 뒤로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들뜬 입자가 절반을 넘으면 오히려 「들뜨지 않은 입자를 고르는 방법」이 줄어드는 셈이다.
입자가 많을 때는 이 계산을 식으로 쓸 수 있다. n개가 ε를 가지면 E = nε이고 경우의 수는 W = C(N, n)이므로, 스털링 근사(n이 클 때 ln n!을 n ln n − n으로 어림하는 방법)를 써서 미분하면 다음을 얻는다(유도는 아래 문제 7).
| 들떠 있는 비율 n/N | β | 온도 T |
|---|---|---|
| 0에 가까움 | +∞에 가까움 | 0K에 가까움 |
| 1/2 미만 | 양수 | 양수 |
| 정확히 1/2 | 0 | ∞ |
| 1/2 초과 | 음수 | 음수 |
| 1에 가까움 | −∞에 가까움 | 0에 가까운 음수 |
문제 7. 2준위계의 β
입자 N개 중 n개가 에너지 ε를 갖는다(E = nε). ln C(N, n) ≈ N·h(n/N)을 이용해 β = ∂ ln W/∂E를 구하라. h(p) = −p ln p − (1−p) ln(1−p). (이 어림식은 스털링 근사에서 나오며 N이 클 때 맞는다. h(p)는 앞면 확률이 p인 동전 하나의 엔트로피다.)

n으로 미분하면 d/dn [N·h(n/N)] = ln((N − n)/n). 이게 β예요.

무엇으로 미분하라고 했죠?

E요. E = nε니까 ∂/∂E = (1/ε)∂/∂n. β = (1/ε) ln((N − n)/n).

단위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β는 ln W(순수한 수)를 에너지로 나눈 것이니 1/에너지 단위여야 해요. 1/ε가 그 역할이에요.

저는 p = n/N로 두고 h(p)를 p로 미분했어요. β = (N/ε) ln((1 − p)/p)가 나왔어요.

좋은 방법인데 dp/dn = 1/N을 빠뜨렸어요.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입자 수도 두 배, 들떠 있는 수도 두 배로 계를 키우면 β는 어떻게 돼야 할까요?

β가 온도의 역수니까… 같은 상태를 두 배로 키운다고 온도가 바뀌면 안 되죠. 제 식은 β가 두 배가 돼요. 틀렸네요.

30도 물 두 컵을 합치면 60도가 되는 식을 쓴 셈이에요. 시강 변수 자리에 N이 남으면 어딘가 틀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