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온도

음의 온도: 무한대보다 뜨거운 상태

2준위계에서는 입자가 절반 넘게 들떠 있으면 β도 T도 음수가 되었다. 입자 8개라면 들뜬 입자가 4개를 넘는 순간부터, 에너지를 더 넣을수록 ln W가 줄었다. 온도가 음수라니, 절대영도보다 차갑다는 뜻일까? 그리고 기체의 온도는 한 번도 음수가 된 적이 없는데, 왜 이 계에서만 이런 일이 생길까?

경우의 수의 언덕

입자가 절반 넘게 들떠 있으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에너지를 더 넣을수록 들뜨는 입자를 고를 수 있는 가짓수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S/∂E가 음수가 되고, 정의에 따라 온도도 음수가 된다.

2준위계의 ln W를 에너지에 따라 그리면 가운데가 볼록한 언덕이 된다. 들떠 있는 입자가 하나도 없을 때와 모두 들떠 있을 때는 배치가 한 가지뿐이고, 절반이 들떠 있을 때 배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β는 이 언덕의 기울기이므로 왼쪽 비탈에서는 양수, 꼭대기에서는 0, 오른쪽 비탈에서는 음수다. 음의 온도란 결국 「언덕의 오른쪽 비탈에 서 있는 상태」다.

2준위계의 ln W 언덕과 β의 순서. 왼쪽 비탈(n/N = 0.2)에서 βε = +1.39, 꼭대기에서 0, 오른쪽 비탈(n/N = 0.8)에서 −1.39이고, β로 줄을 세우면 +∞(가장 차가움)에서 −∞(가장 뜨거움)까지 한 줄로 이어진다.
2준위계의 ln W 언덕과 β의 순서. 왼쪽 비탈(n/N = 0.2)에서 βε = +1.39, 꼭대기에서 0, 오른쪽 비탈(n/N = 0.8)에서 −1.39이고, β로 줄을 세우면 +∞(가장 차가움)에서 −∞(가장 뜨거움)까지 한 줄로 이어진다.

무한대 온도보다 뜨겁다

처음 물음으로 돌아가, 음의 온도는 절대영도보다 차갑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β가 음수인 계는 β가 양수인 어떤 계보다도 β가 작으므로, 두 계를 맞닿게 하면 에너지는 음의 온도 쪽에서 빠져나간다. 즉 음의 온도는 무한대 온도보다도 뜨겁다.

들떠 있는 비율을 0에서 1까지 늘려 가며 β로 읽으면 +∞에서 0을 지나 −∞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지만, T로 읽으면 +∞에서 −∞로 갑자기 뛰어넘는다. 물리와 ML의 식에 T보다 β가 더 자주 나오는 것은 이처럼 β가 더 자연스러운 변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접 움직여 보기2준위계와 음의 온도새 창에서 열기 ↗

뜨겁지만 질서 있다

흔히 온도가 높을수록 더 무질서하다고 생각하지만, 엔트로피가 가장 큰 곳은 언덕 꼭대기, 곧 β = 0인 무한대 온도다. 음의 온도 쪽으로 더 나아갈수록 입자가 에너지가 높은 쪽에 몰려 배치의 가짓수가 줄어드므로, 음의 온도 상태는 무한대 온도보다 뜨겁지만 더 질서 있다. 그러므로 「뜨겁다」는 무질서의 정도가 아니라 「에너지를 내놓으려는 정도」를 뜻한다고 읽어야 한다.

문제 8. 음의 온도는 차가운가 뜨거운가

입자 12개짜리 2준위계 두 개가 있다. 계 X는 9개가, 계 Y는 2개가 들떠 있다. 문제 7의 식으로 β를 구하고, 맞닿게 하면 에너지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 말하라. (풀어 본 뒤 위젯 2의 「문제 8의 계 X」「문제 8의 계 Y」로 두 계의 β를 확인해 보자.)

김민준 M03
김민준

X는 β = (1/ε) ln(3/9) ≈ −1.10/ε이니까 온도로 바꾸면 kT ≈ −0.91ε. Y는 ln(10/2) ≈ 1.61/ε라서 kT ≈ 0.62ε. 0.62가 −0.91보다 크니까 Y가 더 뜨겁고, Y에서 X로 가겠죠.

선생님 T14
선생님

온도 말고 경우의 수로 봐요. X에서 Y로 에너지 ε 하나가 가면 ln W는요? 문제 5와 같은 계산이에요.

김민준 M05
김민준

Y는 1.61 늘고, X는 β가 음수니까 에너지를 잃으면 오히려 1.10 늘어요. 둘 다 늘어요? 그럼 X에서 Y로 간다는 건데… X가 더 뜨겁다는 거네요.

선생님 T12
선생님

맞아요. X는 이미 절반 넘게 들떠 있어서, 에너지를 내놓으면 배치의 가짓수가 늘어요. 에너지를 내놓고 싶어 하는 상태예요. 음의 온도는 어떤 양의 온도보다도 뜨거워요.

이서연 S06
이서연

그런데 문제 7의 식은 입자가 많을 때 맞는 어림이잖아요. 입자 12개에도 써도 되나요?

선생님 T01
선생님

직접 세어서 견주어 봐요. X에서 하나가 빠지면 배치의 수는 C(12, 9)에서 C(12, 8)이 되고, Y는 C(12, 2)에서 C(12, 3)이 되죠.

김민준 M04
김민준

X는 220에서 495가 되니까 ln(495/220) ≈ 0.81 늘고, Y는 66에서 220이 되니까 ln(220/66) ≈ 1.20 늘어요. 어림식의 1.10, 1.61과 크기는 꽤 다르네요. 그래도 둘 다 늘어나는 건 같아요.

이서연 S01
이서연

어느 쪽으로 가는지만 묻는 거라 어림으로도 답은 맞았네요. 입자가 이렇게 적을 때는 숫자까지 믿으면 안 되고요.

이서연 S06
이서연

선생님, 그런데 이거 물리가 깨지는 거 아니에요? n을 5, 6, 7로 늘리면 온도가 양의 무한대로 갔다가 갑자기 음의 무한대로 뛰잖아요. 함수가 이렇게 불연속인데 물리량이라고 할 수 있나요?

선생님 T02
선생님

β로 다시 봐요. n = 5, 6, 7이면?

이서연 S10
이서연

ln(7/5) ≈ 0.34, ln 1 = 0, ln(5/7) ≈ −0.34. …아, β는 0을 그냥 지나가네요. 끊긴 건 T = 1/β라는 변환이었고요.

선생님 T13
선생님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β를 더 기본적인 변수로 봐요. β의 축에서 순서를 매기면 +∞(가장 차가움, 0K)에서 0(무한대 온도)을 지나 −∞(가장 뜨거움)까지 한 줄로 이어져요.

김민준 M02
김민준

그럼 방 안 공기도 에너지를 엄청 넣으면 음의 온도가 돼요?

선생님 T01
선생님

기체는 운동에너지에 상한이 없어서, 에너지를 넣을수록 배치가 항상 늘어요. β는 계속 양수예요. 음의 온도는 2준위계처럼 에너지에 천장이 있는 계에서만 가능해요. 레이저가 그런 계예요. 들떠 있는 원자를 절반 넘게 채워 두면, 그 에너지가 빛으로 한꺼번에 나와요.

이서연 S12
이서연

민준아, 온도 숫자를 크기대로 줄 세워서 틀린 거, 문제 5에서 β가 크면 뜨겁다고 한 거랑 같은 실수야. 둘 다 β 축에서 순서를 매겼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