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침: 두 배치가 얼마나 닮았나
굳힌 평균이 실제 계를 알려 준다면, 풀린 평균은 샘플로 어림하면 될까? β = 3에서 결합 300개로 낸 평균 Z의 로그는 2.496으로, 손으로 계산한 2.803에 한참 못 미쳤다. 샘플을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Z가 결합에 따라 얼마나 흔들리느냐에 달렸고, 그것을 재려면 Z²의 평균이 필요하다. 평균 Z는 쌍마다의 인자를 따로 평균해 손으로 구할 수 있었는데, Z²에서도 같은 방법이 통할까?
배치 두 개의 이중 합
Z²는 같은 결합 아래 놓인 두 배치 s와 s′에 대한 이중 합이므로, 쌍마다의 인자는 e^(βJ_ij(s_i s_j + s′_i s′_j))가 되고 그 평균은 e^(β²(1 + s_i s_j s′_i s′_j)/N)이다. 두 배치가 스핀마다 같은 방향인지를 τ_i = s_i s′_i로 적고 모든 쌍에 대해 곱하면 τ_i들은 하나하나 따로 남지 않고 합 q = (1/N)Σ τ_i 하나로만 식에 들어온다. 이 수는 같은 방향인 스핀의 비율에서 반대 방향인 스핀의 비율을 뺀 값이라, 두 배치가 같으면 1, 서로 무관하면 0 근처, 완전히 반대이면 −1이다. 두 배치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재는 이 수를 겹침 (두 배치에서 같은 방향인 스핀의 비율에서 반대 방향인 비율을 뺀 값, overlap)이라 한다. 무작위 결합 계의 질서를 재는 양으로 겹침을 처음 쓴 것도 에드워즈와 앤더슨이다.
평균 Z²를 평균 Z의 제곱으로 나눈 비가 1이면 Z는 결합에 따라 거의 흔들리지 않고, 비가 크면 크게 흔들린다. 이 비의 로그를 스핀 수와 역온도별로 빠짐없이 세어 보자. 괄호 안의 평균은 같은 방향인 스핀의 수 k로 묶어 이항계수로 세면 된다.
| 역온도 β | N = 16 | N = 64 | N = 256 | N = 1024 |
|---|---|---|---|---|
| 0.5 | 0.017 | 0.018 | 0.019 | 0.019 |
| 0.9 | 0.291 | 0.373 | 0.409 | 0.421 |
| 1.1 | 1.022 | 2.428 | 7.402 | 27.582 |
| 2 | 19.612 | 82.356 | 333.336 | 1337.258 |
β가 0.5와 0.9일 때는 스핀이 늘어도 로그 비가 일정한 값에 머물러 Z의 상대 표준편차가 유한하다. β가 1.1만 되어도 로그 비가 스핀 수에 비례해 자라고, β = 2에서는 스핀 16개에서 이미 e^19.6이다. 앞 페이지에서 본 드문 결합의 지배, 곧 β = 3에서 결합을 2000번 뽑으면 상위 1%인 결합 20개가 Z 합계의 93%를 차지하던 모습이 평균 Z²와 (평균 Z)²의 비로 드러난 것이다. 역온도 1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Z의 상대 표준편차가 갑자기 폭발할까?
평균을 내면 두 배치가 끌어당긴다
괄호 안의 평균을 다시 보자. τ_i를 스핀마다 동전 던지기로 정하면 겹침 q는 대개 0 근처에 있고, 0에서 멀리 떨어진 값일수록 그런 τ의 조합이 드물다. 반대로 e^(Nβ²q²/2)는 q가 0에서 멀수록 커져서, 경우의 수는 q = 0 쪽을, 지수 인자는 q가 큰 쪽을 편든다. 둘을 곱한 비중을 역온도별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β가 1 이하이면 봉우리가 0 하나이고, 1을 넘으면 q = tanh(β²q)를 만족하는 두 봉우리로 갈라진다. β = 1.1이면 봉우리가 ±0.670에, β = 2이면 ±0.9993에 선다. 모든 스핀을 같은 결합으로 묶은 자석에서 평균 방향의 분포가 βJ = 1을 넘으면 두 봉우리로 갈라지는 것과 같은 식으로, 겹침이 평균 방향의 자리에, β²가 βJ의 자리에 선다. 봉우리가 0에 있을 때는 괄호 안의 평균이 스핀 수와 상관없는 유한한 값이지만, 0에서 벗어난 곳에 봉우리가 생기면 그 높이가 스핀 수의 지수로 커진다. 그래서 표에서 로그 비가 β = 1을 넘자마자 N에 비례해 자랐다.
결합을 평균하는 순간, 서로 아무 관계가 없던 두 배치가 겹침의 제곱을 통해 끌어당기게 된 것이다. β가 작으면 이 끌림이 엔트로피를 이기지 못해 겹침이 0 근처에 머물고, β가 1을 넘으면 끌림이 이겨 두 배치가 거의 같은 배치로 몰린다. 평균 Z²가 거의 같은 두 배치에 지배된다는 것은 한 배치를 유난히 좋아하는 드문 결합들이 평균을 끌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 4. 찍은 답안 두 장의 겹침
민준과 서연이 OX 퀴즈 20문제를 서로의 답을 보지 않고 풀었다. 문제마다 답이 같으면 +1, 다르면 −1을 매겨 더한 뒤 20으로 나눈 값을 두 답안의 겹침이라 하자. (가) 두 사람의 답이 14문제에서 같았다. 겹침은 얼마인가? (나) 두 사람이 모든 문제를 찍었다면 겹침의 크기가 (가)만큼 이상 나올 확률은? (다) 반 학생 30명의 답안을 둘씩 짝지어 겹침을 모두 재었더니 0 근처와 0.8 근처에 봉우리가 하나씩 섰다. 무엇을 뜻하는가?

(가)는 (14 − 6)/20 = 0.4예요. 그런데 둘 다 찍으면 서로 무관하니까 겹침이 0이잖아요. (나)의 확률은 0이고, 우리 둘은 서로 베낀 셈이에요.

무관하면 겹침의 평균이 0이라는 거지 매번 0이라는 건 아니잖아. 같은 답의 수는 동전 20개의 앞면 수랑 같으니까 겹침이 1/√20 ≈ 0.22쯤은 흔들려.

그럼 같은 답이 14개 이상이거나 6개 이하일 확률을 세어 볼까요?

이항계수로 더하면… 11.5%예요. 찍기만 해도 열 쌍 가운데 한 쌍은 이만큼 닮네요. 억울하게 의심받을 뻔했어요.

(다)는요? 서로 무관한 답안끼리라면 봉우리는 어디에 서야 하죠?

0에 하나요. 0.8에 봉우리가 따로 섰다는 건 서로 답을 맞춰 본 학생들이 있다는 거예요. 서로 맞춰 본 학생끼리는 크게 닮고, 맞춰 보지 않은 학생끼리는 0 근처고요.

결합을 평균했더니 겹침의 봉우리가 0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간 것도, 서로 크게 닮은 배치 쌍이 평균을 차지했다는 뜻이었네요.
문제 5. 샘플을 늘리면 평균 Z에 닿을까
스핀 16개의 SK 모델(결합의 평균 0, 분산 1/16)에서 β = 3이다. (가) 결합을 뽑아 평균 Z의 로그를 스핀 하나당 어림하라. 샘플이 2000개일 때와 2만 개일 때 각각 얼마인가? (나) 참값 2.803에 닿으려면 샘플이 대략 몇 개 필요한가? (다) 굳힌 평균은 샘플 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

2000개로 하면 2.451, 2만 개로 하면 2.520이에요. 늘리니까 오르긴 하네요. 20만 개쯤 돌리면 2.803에 닿겠죠?

평균 Z²를 평균 Z의 제곱으로 나눈 비의 로그가 β = 2에서 19.6이었잖아. β = 3에서도 계산해 볼게. … 57.1이야.

57이면 Z의 상대 분산이 e^57쯤이라는 거야?

응. 그러니까 표본 평균이 자리를 잡으려면 샘플도 그 정도, 대략 6 × 10²⁴개는 있어야 해.

6 × 10²⁴개요? 그럼 제가 잰 2.520은 뭐예요?

2만 개 가운데 Z가 가장 큰 결합 10개가 Z 합계의 68%를 차지했어요. 표본 평균은 그때까지 뽑힌 드문 결합 몇 개가 정하고, 더 드문 결합이 뽑힐 때마다 튀어 올라요. (다)는요?

굳힌 평균은 300개로 2.029, 2000개로 2.039, 2만 개로 2.036이에요. 이건 금방 자리를 잡네요. 로그를 먼저 씌우면 드문 결합이 힘을 못 쓰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