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 대칭 깨짐: 복제본 쌍마다 다른 겹침
레플리카 방법은 스핀이 많은 극한에서 평균 Zⁿ을 복제본 쌍의 겹침 q_ab에 대한 식으로 적고, 그 겹침의 모양을 가정해야 끝까지 계산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정은 모든 쌍의 겹침이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골짜기가 수없이 많다면, 같은 골짜기에 떨어진 두 복제본과 다른 골짜기에 떨어진 두 복제본이 똑같이 닮았을 리는 없어 보인다. 이 가정은 온도를 낮춰도 맞을까?
첫 가정: 모든 쌍에 같은 겹침
가장 자연스러운 가정은 서로 다른 복제본 쌍의 겹침이 모두 같은 값 q라는 것이다. 복제본의 번호를 바꿔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것을 레플리카 대칭(replica symmetry)이라 한다. 이 가정 아래에서 스핀이 많은 극한의 평균 Zⁿ을 n에 대한 식으로 적고 n → 0으로 보내면 다음을 얻는다.
β가 1 이하이면 오른쪽 식의 해는 q = 0뿐이고, 그때 굳힌 평균은 ln 2 + β²/4로 풀린 평균과 같다. 무작위 결합이 있어도 높은 온도에서는 계 하나하나가 평균적인 계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β가 1을 넘으면 q가 0에서 벗어나 β = 1.5, 2, 3에서 0.353, 0.530, 0.701이 된다. 스핀 16개에서 직접 잰 겹침이 β = 3에서 커졌던 것과 같은 쪽이지만, 온도를 더 내려도 이 해를 믿어도 될까?
역사: 음수가 된 엔트로피
셰링턴과 커크패트릭이 1975년에 얻은 레플리카 대칭 풀이는 온도 0에서 엔트로피가 음수였다. 두 사람은 2025년의 회고에서 이것을 「이산 변수에서는 근본적으로 금지된 결과로, 계산 절차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는 신호」였다고 적었다. 이 논문의 심사를 맡았던 사울리스는 1975년 11월 앤더슨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못은 모든 복제본 쌍의 겹침이 같다고 둔 가정에 있을 것 같지만 「n이 0일 때는 그걸 따지기가 어렵다」고 적었다. 1978년 드알메이다와 사울리스는 모든 복제본 쌍의 겹침이 같다는 가정이 낮은 온도에서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였고, 레플리카 방법은 1979년부터 파리시가 복제본들의 대칭을 깨뜨린 풀이를 내놓으면서 되살아났고, 1983년까지 파리시는 이 대칭 깨짐을 수많은 평형 상태가 함께 있는 모습으로 읽는 해석을 더했다.

레플리카 방법의 결과는 오랫동안 증명 없이 쓰이다가, 게라(2003)와 탈라그랑(2006)이 파리시의 자유에너지 식을 증명하면서 정리가 되었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은 절반이 기후 모델을 세운 마나베와 하셀만에게, 나머지 절반이 「원자에서 행성까지 모든 규모의 물리계에서 무질서와 요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한」 파리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보도자료는 그의 발견이 물리학뿐 아니라 「수학, 생물학, 신경과학, 기계학습처럼 아주 다른 분야」의 현상을 이해하게 해 준다고 적었다.
레플리카 대칭 해의 모순
레플리카 대칭 해를 낮은 온도로 끌고 가면 모순이 생긴다. 이 해가 주는 스핀 하나당 엔트로피는 온도를 충분히 내리면 0보다 작아진다(어느 온도에서 0을 지나고 온도 0에서 얼마가 되는지는 아래 문제에서 직접 계산한다). 엔트로피는 배치 수의 로그이므로 스핀이 ±1 두 값만 갖는 계에서는 음수일 수 없다. 온도 0의 바닥 상태 에너지도 레플리카 대칭 해는 −√(2/π) = −0.798을 주지만, 커크패트릭과 셰링턴의 1978년 시뮬레이션은 이와 다른 값을 가리켰다. 파리시는 겹침이 하나의 값이라는 가정 자체를 버렸다. 복제본들을 단계적으로 클러스터로 묶고 같은 클러스터 안과 다른 클러스터 사이의 겹침을 다르게 두는 이 해를 레플리카 대칭 깨짐 (복제본 쌍마다 겹침이 다를 수 있게 한 해, replica symmetry breaking)이라 한다. 이 해는 엔트로피를 0 이상으로 되돌리고 바닥 상태 에너지로 약 −0.763을 주어 시뮬레이션과 맞았다.
겹침의 분포
골짜기가 많아지면 겹침의 분포도 달라진다. 같은 결합 아래에서 두 복제본을 볼츠만 분포로 뽑으면, 같은 골짜기에 떨어진 두 복제본은 겹침이 크고 다른 골짜기에 떨어진 두 복제본은 겹침이 작다. 파리시의 해에서 겹침은 하나의 값 대신 0과 최댓값 사이를 채우는 분포 ρ(q)를 이루고(문헌에서는 흔히 P(q)로 쓴다), 이 분포는 결합을 뽑을 때마다 다르다. 스핀 16개에서 결합을 200번 뽑아 결합마다 겹침의 크기가 0.5보다 작을 확률을 재 보면, β = 0.5에서는 어느 결합에서나 0.86~0.89로 비슷하지만 β = 3에서는 하위 10%가 0.004, 중앙값이 0.149, 상위 10%가 0.483으로 결합마다 크게 다르다. 골짜기 하나가 볼츠만 확률을 거의 다 가져가는 결합도, 비슷한 깊이의 골짜기 여럿이 나눠 갖는 결합도 있는 것이다.

골짜기가 수없이 많다는 것이 온도를 낮출수록 굳힌 평균과 풀린 평균이 벌어지는 이유다. 결합을 고정한 계는 수많은 골짜기 가운데 몇 개에 볼츠만 확률을 나눠 주는데, Z를 결합에 대해 먼저 평균하면 결합이 스핀과 함께 움직여 어떤 배치 하나에 맞춘 깊은 골짜기를 스스로 만드는 드문 경우가 평균을 지배한다. 평균 Z²에서 두 복제본이 겹침 1 근처로 몰린 것이 바로 그 모습이다.
같은 결합 아래에서 두 복제본을 볼츠만 분포로 뽑아 겹침을 재고, 결합마다 겹침의 크기가 0.5보다 작을 확률이 얼마나 다른지 본다.
import numpy as np
from scipy.special import logsumexp
rng = np.random.default_rng(0)
def configs(N):
return 1.0 - 2 * ((np.arange(2**N)[:, None] >> np.arange(N)) & 1)
def sample_J(N):
J = np.triu(rng.normal(0, 1 / np.sqrt(N), (N, N)), 1)
return J + J.T
# (1) 같은 결합에서 복제본 두 개를 볼츠만 분포로 뽑아 겹침 q를 잰다
N = 16; S = configs(N)
for b in (0.5, 3.0):
share = [] # 결합마다: 겹침의 크기 |q|가 0.5보다 작을 확률
for _ in range(200):
J = sample_J(N)
logp = 0.5 * b * ((S @ J) * S).sum(1) # −βE
p = np.exp(logp - logsumexp(logp))
a, c = rng.choice(len(p), 4000, p=p), rng.choice(len(p), 4000, p=p)
share.append(np.mean(np.abs((S[a] * S[c]).mean(1)) < 0.5))
print(f"β = {b}: 결합마다 잰 P(|q| < 0.5)의 10·50·90% 분위수 =", np.quantile(share, [0.1, 0.5, 0.9]).round(3))
# β = 0.5: 결합마다 잰 P(|q| < 0.5)의 10·50·90% 분위수 = [0.863 0.879 0.892]
# β = 3.0: 결합마다 잰 P(|q| < 0.5)의 10·50·90% 분위수 = [0.004 0.149 0.483]
높은 온도에서는 결합이 달라도 겹침의 분포가 거의 같지만, 낮은 온도에서는 결합마다 크게 다르다.
문제 9. 엔트로피가 음수라고?
SK 모델의 레플리카 대칭 해로 스핀 하나당 엔트로피를 β = 2, 3, 5, 10과 온도 0에서 계산하라. (가) 엔트로피가 0이 되는 온도는 얼마인가? (나) 스핀 16개를 정확히 센 값과 비교하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 (위젯 4의 「문제 9」 단추로 값을 불러올 수 있다.)

겹침 q를 자기 일관 방정식으로 풀고 엔트로피를 계산했어요. β = 2에서 0.147, 3에서 0.039, 5에서 −0.045, 10에서 −0.104, 온도 0에서 −1/(2π) = −0.159예요. kT ≈ 0.272 아래에서 음수가 돼요.

엔트로피가 음수면 배치 수가 1보다 적다는 거잖아요. 스핀 16개면 e^(−0.159 × 16) ≈ 0.08개? 처음에 동전 100개를 던질 때부터 경우의 수는 적어도 1이었는데, 배치가 0.08개인 계가 어디 있어요!

스핀 16개를 빠짐없이 세면 β = 10에서도 스핀 하나당 0.075로 양수야. 계산 어딘가가 틀린 거지.

빠짐없이 센 값은 양수인데 레플리카 대칭 해만 음수예요. 이 계산에서 우리가 손으로 넣은 가정이 하나 있었죠?

모든 복제본 쌍의 겹침이 같다고 둔 거요. 모르는 값은 일단 다 같게 두는 게 제 버릇인데, 여기서도 그랬네요.

골짜기가 여럿이면 복제본들이 골짜기마다 클러스터를 짓겠네요. 같은 클러스터 안에서는 겹침이 크고 다른 클러스터 사이에서는 작고요. 그러면 쌍마다 겹침이 달라지니까 대칭이 깨져요.

그게 파리시가 내놓은 해의 모양이에요. 규칙은 복제본 번호를 바꿔도 같은데 해는 그 대칭을 깨요. 자석이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규칙에서 한쪽을 고르는 것이 복제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