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은 휘어져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이미 여러 번 했다. 평행이동의 경로 의존성으로 확인했고, 측지선이 직선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다: 얼마나 휘어져 있는가?
2차원 곡면에서는 비교적 단순했다. 가우스 곡률 K라는 하나의 숫자가 각 점의 휘어짐을 완전히 기술했다. 구면은 K>0, 안장은 K<0, 평면은 K=0. 하지만 3차원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차원 공간의 한 점에서 xy-방향, yz-방향, xz-방향의 휘어짐이 모두 다를 수 있다. 하나의 숫자로는 이 정보를 담을 수 없다.
n차원에서는 사정이 더 복잡해진다. 접선공간에서 2차원 평면을 고르는 방법이 (2n)가지이고, 각 방향에서 곡률이 다를 수 있다. 4차원 시공간에서는 6개의 독립적인 2차원 방향이 있으며, 곡률 정보는 20개의 독립 성분을 가진 텐서로 표현된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세우기 위해 텐서 해석학을 배워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 "방향별 휘어짐"을 체계적으로 담는 수학적 도구는 무엇인가? 어떤 방향에서 얼마나 휘어져 있는지를 모든 방향에 대해 한꺼번에 기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 답이 리만 곡률 텐서다.
패턴
5장에서 홀로노미를 배웠다: 벡터를 닫힌 경로를 따라 평행이동하면 돌아왔을 때 어긋나며, 어긋남의 크기는 둘러싼 영역의 곡률의 적분이다. 이 아이디어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자.
닫힌 경로를 점점 작게 줄여서, 한 점에서 두 방향 u, v로 각각 ϵ만큼 가서 만드는 아주 작은 평행사변형을 생각하자. 이 미소 평행사변형을 따라 벡터 W를 평행이동하면, 돌아왔을 때 W는 약간 바뀌어 있다. 이 변화량을 ϵ2으로 나누면(면적에 해당), ϵ→0의 극한에서 하나의 잘 정의된 양을 얻는다. 이것이 "점 p에서, u-v 평면 방향으로, 벡터 W를 평행이동했을 때의 곡률"이다.
핵심 관찰은 이것이다: 같은 점에서라도 u-v 방향과 u-w 방향의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곡률은 점뿐 아니라 방향에도 의존한다. 따라서 곡률을 하나의 숫자(스칼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입력으로 방향 두 개와 벡터 하나를 받아 벡터 하나를 내놓는 텐서가 필요하다.
같은 내용을 미분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다. 평평한 공간에서는 편미분의 순서가 상관없다: ∂x∂y∂2f=∂y∂x∂2f. 그런데 공변미분(접속을 사용한 미분)에서는 이것이 깨질 수 있다. ∇u∇vW와 ∇v∇uW의 차이가 바로 곡률이다. 미분의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 — 이 "교환불가능성"이 곡률의 또 다른 얼굴이다.
비유를 들면, 곡률 텐서는 곡면의 "성격표"와 같다. 각 점에서 모든 방향의 휘어짐을 빠짐없이 기록한 종합 보고서다. 가우스 곡률은 이 보고서의 “요약” 한 줄이었고, 단면곡률은 특정 방향만 뽑아본 "발췌"이며, 리만 곡률 텐서는 보고서 전체다.
정리
곡률 텐서는 공변미분의 비가환성을 정확히 측정한다. 임의의 벡터장 W와 방향 u, v에 대해:
R(u,v)W=∇u∇vW−∇v∇uW−∇[u,v]W
여기서 [u,v]는 u와 v의 리 괄호(Lie bracket)이다. 좌표 벡터장에 대해서는 [u,v]=0이므로 마지막 항이 사라진다. 좌표 성분으로 쓰면 Rijkl=∂kΓlji−∂lΓkji+ΓkmiΓljm−ΓlmiΓkjm이다.
이 공식을 해석해 보자. ∇u∇vW는 "먼저 v 방향으로 미분하고, 그 결과를 u 방향으로 미분"하는 것이고, ∇v∇uW는 순서를 바꾼 것이다. 평평한 공간에서는 이 둘이 같지만, 휘어진 공간에서는 그 차이가 R(u,v)W로 나타난다. 이것은 정확히 미소 평행사변형을 따른 평행이동의 어긋남의 무한소 버전이다.
리만 곡률 텐서는 강력한 대칭성을 가진다. n차원에서 성분의 수는 n4개이지만, 다음 대칭 관계들 덕분에 독립 성분의 수가 크게 줄어든다: 반대칭성 Rijkl=−Rijlk=−Rjikl, 쌍 대칭성 Rijkl=Rklij, 그리고 제1 비앙키 항등식Rijkl+Riklj+Riljk=0. 이 관계들에 의해 4차원에서 독립 성분은 256개가 아닌 20개뿐이다. 또한 제2 비앙키 항등식∇mRijkl+∇kRijlm+∇lRijmk=0은 곡률 텐서의 미분에 대한 제약이며, 이것이 아인슈타인 방정식에서 에너지-운동량 보존 법칙을 보장한다.
정의
리만 곡률 텐서 (방향별 휘어짐 / Directional Curvature, Rijkl) — 두 방향 u, v로 공변미분한 순서를 바꿨을 때의 차이를 측정하는 (1,3)-텐서. 직관적으로, 미소 평행사변형을 따라 벡터를 평행이동했을 때 "얼마나 어긋나는가"를 점과 방향의 함수로 기록한 것이다.
단면곡률 (평면 조각의 휘어짐 / Slice Curvature) — 접선공간에서 2차원 평면 σ를 하나 골라, 그 방향의 곡률만 추출한 스칼라값 K(σ)=∣u∣2∣v∣2−⟨u,v⟩2R(u,v,v,u). 2차원 곡면의 가우스 곡률을 고차원으로 일반화한 것이며, 리만 곡률 텐서의 정보를 "방향별 단면"으로 읽는 방법이다.
비앙키 항등식 (곡률의 대칭율 / Curvature Symmetry Law) — 곡률 텐서의 성분들 사이에 성립하는 항등식들. 제1 비앙키는 대수적 대칭성(독립 성분 수를 줄임), 제2 비앙키는 미분적 제약(물리에서 보존 법칙을 보장)이다. 이 항등식들이 없다면 곡률 텐서는 다루기 어려운 거대한 배열에 불과했을 것이다.
핵심 인물과 일화
베른하르트 리만 — 곡률을 텐서로 (1854)
리만의 1854년 취임강연은 매니폴드와 계량만을 다룬 것이 아니었다. 강연의 후반부에서 리만은 더 깊은 질문으로 나아간다: 이 공간이 얼마나 휘어져 있는가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가우스는 2차원 곡면의 곡률을 하나의 숫자(가우스 곡률 K)로 표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하지만 3차원 이상에서는 하나의 숫자로는 부족하다. 3차원 공간에서는 xy-평면 방향, yz-평면 방향, xz-평면 방향의 곡률이 각각 다를 수 있다. 일반적인 n차원에서는 가능한 2차원 방향의 수가 (2n)이고, 곡률 정보는 텐서 — 4개의 첨자를 가진 양 — 로 표현되어야 한다.
리만은 이 텐서의 존재와 기본적인 대칭성을 강연에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텐서 표기법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리만은 이것을 좌표 계산이 아닌 개념적 수준에서 서술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Rijkl 표기는 크리스토펠(1869)과 리치-쿠르바스트로(1880년대)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
리만 곡률 텐서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것이다: 두 방향 u, v를 골라 아주 작은 평행사변형을 그리고, 그 경로를 따라 벡터를 평행이동한다. 돌아왔을 때의 어긋남이 그 방향에서의 곡률이다. 무한소 수준의 홀로노미.
리만은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27세였고, 39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곡률 텐서의 이론이 어디까지 발전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은 확실하다: 곡률을 "하나의 숫자"가 아닌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텐서"로 파악한 그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도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