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언어 너머의 풍경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두 점 사이의 거리"라는 일상적 개념을 엄밀하게 다루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1장에서 우리는 계량 텐서를 만났고, 접속을 통해 벡터를 비교하는 법을 배웠고, 곡률이라는 이름으로 공간의 휘어짐을 정량화했다. 리만 기하학의 언어를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이 여정은, 단순한 수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물리학과 정보과학의 깊은 문제들과 만나기 위한 준비였다.
9장에서 12장까지의 후반부는 그 만남이 실현되는 무대였다. 곡률 텐서를 축약하여 리치 텐서와 아인슈타인 텐서를 얻었을 때, 일반상대성이론의 장방정식이 기하학의 자연스러운 귀결임을 보았다. 같은 공간에 두 개의 접속이 공존할 수 있다는 발견은 확률분포의 공간이 가진 풍부한 구조를 드러냈다. 비대칭적 발산과 쌍대 사영의 피타고라스 정리는 EM 알고리즘과 변분추론의 수렴성을 기하학적 필연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자연 경사는 "매개변수 공간의 기하학을 존중하라"는 원칙이 어떻게 현대 최적화 알고리즘을 인도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미분기하학의 언어가 이토록 다양한 세계에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분기하학이 "좌표에 의존하지 않는 사고"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물리 법칙은 관측자의 좌표계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통계적 추론은 매개변수의 이름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학습 알고리즘은 표현의 선택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이 모든 "불변성"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미분기하학의 언어로 이어진다. 리만이 1854년에 놓은 토대 위에서, 150년 뒤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같은 언어로 사고하고 있다는 것은 수학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사례 중 하나다.
이 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다룬 것은 광대한 풍경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래 표는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그러나 여러분이 이제 탐험할 준비가 된 세계들의 목록이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
| 주제 | 왜 중요한가 | 어디로 가는가 |
|---|---|---|
| 파이버 다발 | 접선다발의 일반화. 게이지 이론의 언어 | 양-밀스 이론, 표준모형 |
| 미분형식과 외대수 | 적분을 좌표 없이 하는 언어. 스토크스 정리의 통합 | 드 람 코호몰로지, 호지 이론 |
| 리 군과 리 대수 | 연속적 대칭의 언어 | 표현론, 입자물리, 로보틱스 |
| 심플렉틱 기하학 | 해밀턴 역학의 무대 | 고전역학, 양자화 |
| 최적수송 | 확률분포를 옮기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 | 바서슈타인 GAN, 공정성 |
| 양자 정보기하학 | 밀도행렬 공간의 기하학, Petz 분류 | 양자컴퓨팅, 양자 기계학습 |
마치며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해 왔지만, 기하학적 사고의 아름다움은 조금 특별하다. 그것은 추상적 공식 뒤에 숨어 있는 풍경을 보는 능력이다. 크리스토펠 기호의 복잡한 공식 뒤에는 "벡터를 평행하게 옮기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있고, 리만 곡률 텐서의 첨자 숲 뒤에는 "작은 루프를 돌면 벡터가 얼마나 회전하는가?"라는 그림이 있다.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보는 것 — 그것이 기하학적 사고의 본질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번이라도 "아, 그래서 이것이 곡률이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감각을 간직한 채 위의 표에 적힌 세계들 — 파이버 다발의 게이지 대칭, 심플렉틱 기하학의 보존법칙, 최적수송의 와서슈타인 거리 — 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여러분은 이미 그 풍경을 읽을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
기하학의 풍경에는 끝이 없다. 좋은 여행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