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근처의 눈금은 얻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부산까지처럼 먼 거리는 어떻게 재는가? 눈금이 장소마다 다르다면, 길을 따라가며 그 자리의 눈금으로 조금씩 재서 더해야 한다.
반지름 1인 지구본에서 해 보자. 적도를 따라 경도 다이얼을 0.01씩 100걸음 돌린다. 적도에서는 경도 0.01이 실제로도 0.01이므로 100걸음을 더하면 1이다. 이번에는 북극에서 30° 떨어진 위도선(북위 60도)에서 똑같이 100걸음을 걷는다. 이 위도선은 둘레가 적도의 절반이라 그 자리의 자로 재면 한 걸음이 0.005이고, 합은 0.5다. 다이얼을 돌린 양은 똑같이 1인데 길이는 절반이다. 이처럼 걸음마다 그 자리의 자로 재서 더하고, 걸음을 한없이 잘게 쪼갠 극한이 곡선의 길이다.
같은 다이얼, 다른 길이 — 반지름 1인 지구본을 북극에서 내려다본 그림. 경도 다이얼을 똑같이 1만큼 돌려도 적도(바깥 원)에서는 길이 1, 북위 60도 위도선(안쪽 원)에서는 길이 0.5다. 눈금 한 칸은 다이얼 0.1이다
이렇게 재려면 자가 모든 점에 깔려 있고, 이웃한 점 사이에서 갑자기 튀지 않고 매끄럽게 바뀌어야 한다. 또 0이 아닌 화살표를 넣으면 길이 제곱이 늘 양수로 나와야 한다(양의 정부호). 이런 자를 갖춘 매니폴드를 리만 매니폴드라 부른다. 곡선 γ:[a,b]→M의 길이는 매 순간의 속도벡터를 그 자리의 자로 재서 적분한 값이다.
두 점 사이의 거리는 두 점을 잇는 곡선들의 길이 가운데 가장 짧은 값으로 정한다. 보통의 매니폴드에는 이런 자를 언제나 깔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뼈대는 이렇다. 차트마다 평면의 자를 하나씩 깔고, 차트가 겹치는 곳에서는 두 자를 자리에 따라 비율을 매끄럽게 바꿔 가며 섞는다. 양의 정부호인 자 둘을 양수 비율로 섞어도 여전히 양의 정부호이므로, 섞은 자도 자의 자격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자가 있는가"보다 "어떤 자를 고르는가"가 진짜 질문이다.
리만 계량 (매끄러운 자 / Riemannian Metric) — 점마다 매끄럽게 변하는 양의 정부호 계량 텐서. 매니폴드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거리를 재는 규칙이며, 이것 하나로 길이·각도·넓이·부피가 모두 정의된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보자. 반지름 R인 구면을 구면좌표 (θ,ϕ)로 쓰면(θ는 북극에서 잰 각, ϕ는 경도) 계량은 다음과 같다.
적도(θ=π/2)에서는 dϕ 방향의 눈금이 R이지만, 극으로 갈수록 sinθ가 줄어들어 같은 dϕ 변화가 더 짧은 실제 거리에 해당한다. 이 계량은 외워야 할 식이 아니다. 3차원 공간의 평범한 자로 구면 위 작은 변화의 길이를 재면 그대로 나온다. θ 다이얼을 dθ 돌리면 점은 반지름 R인 경도선을 따라 Rdθ 간다. ϕ 다이얼을 dϕ 돌리면 점은 위도선을 따라 가는데, 이 위도선은 반지름이 Rsinθ인 원이라 Rsinθdϕ 간다. 두 걸음은 직각이므로 피타고라스 정리로 두 길이의 제곱을 더하면 위의 식이다. 비대각 성분이 0이라는 것은 경도선과 위도선이 어디서나 직각으로 만난다는 뜻이다. 메르카토르 지도에서 극지방이 부풀어 오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도는 dϕ를 어디서나 같은 폭으로 그리지만 실제 거리는 sinθ배로 줄어드니, 지도는 극에서 1/sinθ배만큼 과장한다.
티소(Tissot)의 지시원(indicatrix) — 메르카토르 도법에서 원이 극지방으로 갈수록 커지는 모습. 각도는 보존되지만 면적 왜곡이 극심하다
따라 계산해 보기 1 — 위도선 한 바퀴의 길이
북극에서 각 θ0만큼 떨어진 위도선을 한 바퀴 도는 곡선은 γ(t)=(θ0,t), 0≤t≤2π다. 속도 성분은 θ˙=0, ϕ˙=1이므로 계량에 넣으면 gijγ˙iγ˙j=R2sin2θ0이다. 적분하면 다음과 같다.
지구(R≈6371 km)의 적도는 θ0=90∘라 약 40,030 km이고, 북위 60도 위도선은 θ0=30∘라 sin30∘=1/2, 곧 약 20,015 km로 적도의 딱 절반이다. 메르카토르 지도에서는 두 선이 같은 길이로 그려진다.
첫 번째 위젯은 메르카토르 지도 위에 “실제로는 모두 같은 크기인” 작은 원(티소의 지시원)을 그린다. 위도를 움직이며 지도가 원을 몇 배로 부풀리는지, 그 배율이 구면 계량의 sinθ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자.
ML에서: 분포 공간의 눈금, 피셔 정보
정규분포 N(μ,σ2)들의 모임에서 평균 μ를 0.1만큼 옮기는 일은 어디서나 같은 크기의 변화일까? σ=1인 넓은 분포에서는 거의 티가 나지 않지만, σ=0.1인 좁은 분포에서는 분포가 확 달라진다. 이 차이를 재는 눈금이 피셔 정보 행렬이다. (μ,σ) 좌표에서 그 성분은 diag(1/σ2,2/σ2)로 σ에 따라 바뀌는 리만 계량이다. 같은 dμ=0.1이 σ=1에서는 길이 0.1, σ=0.1에서는 길이 1이 된다. 여기서 움직이는 것은 모델 분포의 매개변수이고, 계량은 "분포가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잰다.
문제 4 — 등산로의 실제 길이
확인 등산 앱의 지도(위에서 내려다본 지도)에서 두 구간이 모두 1 km로 나온다. 첫 구간에서는 200 m를 오르고, 둘째 구간에서는 500 m를 오른다. 구간마다 경사가 고르다고 할 때 실제로 걷는 길이는 얼마인가?
같이 풀기 세션 4
김민준
지도 거리 2 km에 오른 높이가 모두 700 m니까 피타고라스로 22+0.72≈2.12 km요.
선생님
그 계산이면, 첫 구간이 평지이고 둘째 구간에서 700 m를 한꺼번에 올라도 답이 같겠네요?
김민준
네, 똑같이 2.12… 그런데 평지 1 km는 그냥 1 km고, 700 m를 오르는 1 km는 1+0.49≈1.22 km라 합이 2.22 km예요. 같을 리가 없네요.
이서연
구간마다 따로 재서 더해야 해. 첫 구간은 1+0.04≈1.020 km, 둘째는 1+0.25≈1.118 km라 합이 약 2.14 km야. 지도 1 km의 실제 길이가 구간마다 다르니까, 길 전체에 자 하나를 쓰면 안 돼. 적분 시간에 곡선의 길이를 구할 때 잘게 쪼갠 조각마다 피타고라스를 쓰고 더했던 게 이거였네.
문제 5 — 38선 한 바퀴
계산 지구를 반지름 R=6371 km인 구로 보고, 북위 38도 위도선(38선) 한 바퀴의 길이와 그 위도선에서 경도 1도 사이의 거리를 구하라. 적도와 비교하면 몇 배인가?
풀이를 마친 뒤 위의 위젯에서 「위도 (°)」 슬라이더를 38에 맞추고, 수식 패널에 나오는 지도 배율과 「지도 1 cm」 값을 자기 답과 비교해 보자.
같이 풀기 세션 5
김민준
공식 2πRsinθ에 θ=38∘를 넣으면 2π⋅6371⋅0.616≈24,645 km예요. 적도의 62%네요.
이서연
62%면 생각보다 짧은데? 위도 60도 위도선이 적도의 딱 절반이었잖아. 38선은 그보다 한참 적도 쪽인데 절반을 조금 넘는 데 그치는 건 이상해.
선생님
서연 학생 감각이 맞아요. 민준 학생, 공식의 θ는 어디서부터 잰 각이었죠?
김민준
아, 북극에서부터요. 위도 38도면 북극에서는 52도 떨어져 있으니까 θ=52∘를 넣어야 해요. 그럼 sin52∘≈0.788이라서 약 31,544 km, 적도의 약 79%예요.
선생님
경도 1도 사이의 거리는요?
김민준
적도에서는 40,030/360≈111.2 km니까, 38선에서는 그 0.788배인 약 87.6 km요. 메르카토르 지도에서는 이게 적도와 같은 폭으로 그려지니까 약 1.27배로 부풀려진 거네요. 아까 등산로에서 지도 1 km가 구간마다 다른 길이였던 것처럼, 경도 1도도 자리마다 실제 길이가 달라요.
김민준
과제에서 각도를 도(degree)로 넣어야 하는데 라디안 함수에 넣어서 틀린 적이 있는데, 이번엔 기준점을 잘못 잡았네요. 조교님이 "변수 정의부터 읽으세요"라고 했던 게 이거였어요.
이서연
위도와 여위도가 sin과 cos을 바꿔 놓으니까, cos(위도)로 외우는 게 덜 헷갈리겠다.
문제 6 — 평균 쪽 0.1과 표준편차 쪽 0.1
계산 평균 μ와 표준편차 σ를 함께 내놓는 회귀 모델이 지금 σ=0.5를 내고 있다. (가) μ만 0.1 옮기는 걸음과 σ만 0.1 키우는 걸음을 피셔 계량으로 재면 각각 얼마인가? (나) 두 걸음이 분포를 같은 만큼 바꾸게 하려면 σ 쪽 걸음을 μ 쪽 걸음의 몇 배로 잡아야 하는가? (다) σ=2일 때는 (가)와 (나)의 답이 어떻게 되는가?
같이 풀기 세션 6
김민준
둘 다 0.1만큼 움직였으니까 같은 크기의 걸음이죠. 옵티마이저도 두 매개변수에 같은 학습률을 주잖아요.
선생님
매개변수 공간의 한 칸이 어느 방향으로나 같은 길이라는 건 어디서 나온 생각이에요? 계량 행렬을 다시 보세요.
김민준
diag(1/σ2,2/σ2)… 방향마다 칸의 길이가 달라요. μ 쪽은 1/0.25×0.1=0.2, σ 쪽은 2/0.25×0.1≈0.28이에요. σ를 키운 걸음이 분포를 더 많이 바꿨네요.
이서연
그럼 (나)는 σ 쪽 한 칸이 μ 쪽 한 칸보다 2배 기니까, σ 쪽 걸음을 1/2≈0.71배로 줄이면 돼. (다) σ=2면 두 걸음이 0.05와 약 0.071로 둘 다 네 배 짧아지는데, 두 칸의 비는 여전히 2라서 0.71배는 그대로야.
선생님
그래요. 분포가 넓으면 같은 걸음도 분포를 덜 바꾸고, 방향 사이의 비는 자리가 바뀌어도 그대로예요.
김민준
아까 등산로 문제랑 같네요. 매개변수 지도에서도 한 칸의 실제 길이가 자리마다, 방향마다 달라요. 학습률을 똑같이 줬다고 분포가 똑같이 움직인 게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