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둥은 펴서 평면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측지선인지 아닌지를 눈으로 가릴 수 있었다. 구면처럼 펼 수 없는 곡면에서는 어떻게 할까? 개미가 직진하고 있는지를 좌표 숫자만으로 검사할 방법이 필요하다.
좌표로 쓴 “가속도 0”
먼저 평면에서 해 보자. 직선 x=1 위를 속력 1로 걸으면(시각 t에 위치 (1,t)) 누가 봐도 직진이다. 그런데 같은 걸음을 극좌표 (r,θ)로 읽으면 반지름 좌표는 r(t)=1+t2이고, 이것을 두 번 미분하면 t=0에서 r¨=1이다. 좌표 숫자만 보면 가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평면의 직선 x=1 위를 속력 1로 걷는다(왼쪽, 회색은 극좌표 격자). 같은 걸음을 반지름 좌표 r로 읽으면 r(t)=1+t2이 휘어 올라가는 그래프가 되어(오른쪽), 숫자만 보면 가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겉보기 가속도는 좌표 격자 탓이다. 극좌표 격자는 각도를 따라가면 방향이 함께 돌아가므로, 크리스토펠 기호(좌표 격자가 휘는 만큼을 적은 보정값) Γθθr=−r가 있다. 보정 항 Γθθrθ˙2=−rθ˙2를 더해 보자.
시각
좌표 가속도
보정 항
합
0
1
−1
0
1
0.354
−0.354
0
어느 시각에서나 합이 0이다. 곧게 걷는 걸음은 "좌표 가속도 + 격자 보정 = 0"을 만족한다. 이것을 곡면 위에서, 모든 좌표 성분에 대해 쓴 것이 접선벡터의 공변미분(좌표 탓 가짜 변화를 뺀 미분 ∇)이 0이라는 조건이고, 다음 방정식이 된다.
이 방정식을 한 항씩 읽어 보자. γ¨k는 좌표를 숫자로만 보고 잰 가속도다. Γijkγ˙iγ˙j는 좌표 격자가 휘고 비틀리는 탓에 생기는 "겉보기 가속도"다. 둘의 합이 0이라는 것은, 좌표로 본 가속도가 격자의 휘어짐을 정확히 상쇄해서 곡면 위에서는 조금도 방향을 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방정식은 두 번 미분한 양이 든 상미분방정식이므로, 초기 위치 γ(0)=p와 초기 속도 γ˙(0)=v가 주어지면 해가 유일하게 결정된다. 즉, 한 점에서 한 방향으로 "직진"하면 경로는 하나뿐이다 — 평면에서 한 점과 기울기가 직선을 유일하게 결정하는 것과 똑같다.
측지선 방정식 (관성의 방정식 / Geodesic Equation) — 위의 방정식. 크리스토펠 기호 Γijk가 좌표 격자의 휘어짐을 담으며, 이 항이 0인 직교좌표(곧은 x,y 좌표)에서는 직선의 방정식 γ¨k=0으로 돌아간다.
따라 계산해 보기 — 적도는 측지선이고 위도선은 아니다
반지름 1인 구면을 구면 좌표 (θ,ϕ)로 쓰면 계량(점마다 거리를 재는 눈금)은 ds2=dθ2+sin2θdϕ2이고, 크리스토펠 기호 공식으로 계산한 값 중 0이 아닌 것은 Γϕϕθ=−sinθcosθ, Γθϕϕ=Γϕθϕ=cotθ뿐이다. 곡선을 (θ(s),ϕ(s))로 쓰면 측지선 방정식 두 개는 다음과 같다.
적도θ=π/2, ϕ=s: θ¨=0이고 cos(π/2)=0이라 첫 식이 성립한다. θ˙=0, ϕ¨=0이라 둘째 식도 성립한다. 측지선이다.
자오선(북극과 남극을 잇는 반원) ϕ가 상수, θ=s: ϕ˙=ϕ¨=0, θ¨=0이라 두 식이 모두 성립한다. 측지선이다. 구의 회전은 거리를 바꾸지 않으므로 적도나 자오선을 기울인 모든 대원도 측지선이다.
위도선θ=θ0=π/2를 경도만 고르게 늘려 가며 걷자: θ˙=0, ϕ¨=0이고 ϕ˙는 0이 아닌 상수다. 둘째 식은 성립한다. 그러나 첫 식의 좌변은 0−sinθ0cosθ0ϕ˙2이고, sinθ0cosθ0=0이라 0이 아니다. 측지선이 아니다.
첫 식에 남는 이 값은, 위도선을 따라가려면 매 순간 핸들을 꺾어야 한다는 표시다. 곡면 위에서 매 순간 방향을 트는 양을 측지 곡률이라 부른다. 적도에서는 남는 값이 없으니 측지 곡률이 0이고 핸들을 놓아도 된다. 위도선마다 얼마나 꺾는지를 숫자로 견주는 일은 아래 문제 4에서 해 보자.
왼쪽은 메르카토르 지도, 오른쪽은 끌어서 돌릴 수 있는 지구본이다. 두 도시를 고르면 대원(측지선)과 항정선(지도 위의 직선, 나침반 방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길)이 함께 그려진다. 「지점」 슬라이더로 경로 위의 한 점을 골라, 그 점에서 측지선 방정식의 두 항이 서로 상쇄되는지 확인해 보자. 대원에서는 합이 0이 되고, 항정선에서는 0이 되지 않는다.
역사: 알렉시 클레로 (Alexis Clairaut, 1713–1765)
18세기 초 프랑스 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구가 적도 쪽으로 불룩한지(뉴턴의 주장), 극 쪽으로 길쭉한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 이를 가리려고 1736년 모페르튀이가 이끈 탐험대가 북극권 라플란드로 가서 경도선 1도의 길이를 쟀고, 스물을 갓 넘긴 클레로도 그 일행이었다. 지구가 둥근 공이 아니라 조금 납작한 타원체라면, 멀리 떨어진 두 측량 지점 사이의 가장 짧은 선이 어떤 모양인지부터 알아야 측량값을 서로 맞출 수 있다.
클레로는 1735년, 축을 중심으로 곡선을 돌려 만든 곡면(회전면) 위의 측지선에서 한 가지 양이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찾았다. 곡선 위의 점에서 축까지의 거리에, 곡선이 그 점의 경도선과 이루는 각의 사인을 곱한 값이다. 오늘날 클레로의 관계라 부른다. 구면도 회전면이므로 대원은 이 관계를 지킨다. 이런 선에 「측지선(ligne géodésique)」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1799년의 라플라스로, 땅을 재는 학문(géodésie)의 선이라는 뜻이다.
문제 3 — 운동장 트랙의 두 레인
확인 운동장 트랙의 곡선 구간에서 안쪽 레인은 반지름 36 m, 바깥 레인은 반지름 45 m인 반원이라고 하자. (가) 두 선수가 곡선 구간을 지나는 동안 몸의 방향은 각각 몇 도 바뀌는가? (나) 1 m를 달릴 때마다 트는 각도는 각각 얼마인가? 어느 선수가 더 많이 꺾는 셈인가?
같이 풀기 세션 3
김민준
둘 다 반 바퀴니까 180°씩 바뀌어요. 그럼 똑같이 꺾은 거죠. (나)도 같을 거고요.
선생님
두 선수가 곡선 구간을 지나는 데 달린 거리는 같아요?
김민준
아, 아니요. 안쪽은 π×36≈113.1 m, 바깥쪽은 π×45≈141.4 m예요. 1 m마다 트는 각은 180°/113.1≈1.59°와 180°/141.4≈1.27°네요. 총량은 같아도 안쪽 선수는 더 짧은 길에서 180°를 몰아서 트니까 1 m마다 더 많이 꺾어요.
이서연
1 m마다 트는 각을 라디안으로 쓰면 1/36과 1/45, 곧 반지름의 역수야. 작은 원일수록 많이 트는 게 숫자로 보이네.
김민준
과제 두 개에 똑같이 열 시간을 썼어도 하나는 이틀에, 하나는 일주일에 나눠 했으면 하루 부담이 전혀 달랐던 거랑 같네요.
문제 4 — 북위 60°와 북위 30°를 따라 걷는 사람의 핸들
계산 지구를 반지름 6,371 km인 구로 보자. (가) 북위 60° 위도선과 북위 30° 위도선을 따라 등속으로 걸을 때, 반지름 1인 구에서 속력 1로 걷는다면 매 순간 꺾어야 하는 양(측지 곡률)은 각각 얼마인가? 계속 동쪽을 보고 걷는데 무엇을 꺾는다는 것인가? (나) 북위 60° 위의 경도 0° 지점과 경도 180° 지점 사이의 거리를, 위도선을 따라갈 때와 대원을 따라갈 때 각각 구하라.
(나)의 두 점은 위 도구의 「문제 4 불러오기」로 고를 수 있다.
같이 풀기 세션 4
김민준
위의 계산으로 위도선이 측지선이 아니라는 건 봤는데, 솔직히 와닿지가 않아요. 위도를 계속 60°로 유지하면서 동쪽으로 쭉 가잖아요. 방향을 한 번도 안 바꿨는데요.
선생님
그 물음은 잠깐 두고, 꺾는 양부터 재 봐요.
이서연
위의 계산처럼 해 볼게. 북위 60°는 북극에서 잰 각도로 θ=30°니까 이걸로 고정, ϕ=s로 두면 첫 식이 0−sin30°cos30°=−0.433이야. 북위 30°는 θ=60°라 −sin60°cos60°인데…
이서연
−0.433이요. 어? 똑같아요. 북극 근처의 작은 원이랑 적도 근처의 큰 원에서 꺾는 양이 같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요.
선생님
ϕ=s로 두면 두 위도선에서 걷는 속력이 같나요?
이서연
아니요. 속력이 sinθ라서 북위 60°에서는 더 천천히 걸은 거예요. 속력이 1이 되게 ϕ=s/sinθ0로 두면 −cotθ0가 나와요. 북위 60°는 cot30°≈1.73, 북위 30°는 cot60°≈0.58이에요. 이제야 작은 원일수록 많이 꺾네요.
이서연
아까 트랙 문제랑 같아. 반 바퀴에 180°는 두 레인이 같았지만 1 m마다로 맞추니 차이가 보였잖아. 여기서도 같은 거리를 가는 동안으로, 곧 속력을 1로 맞춰야 했어.
김민준
그런데 난 핸들 안 꺾었다니까? 계속 동쪽으로 갔는데.
선생님
민준 학생이 북위 60°에서 동쪽을 보고 서 있다고 해 봐요. 그 방향으로 대원을 따라 똑바로 가면 위도가 어떻게 돼요?
김민준
…적도 쪽으로 내려가네요. 대원은 적도를 두 번 지나니까요. 60°를 계속 유지하려면 계속 왼쪽, 북극 쪽으로 틀어야 하는 거고요. "동쪽"이라는 방향 자체가 걸을 때마다 돌아가서 제가 틀고 있다는 걸 못 느낀 거예요.
이서연
클레로의 관계로 봐도 그래. 정동쪽을 보고 출발하면 경도선과 이루는 각이 90°라 사인이 이미 1이고, 더 커질 수 없어. 곱이 그대로이려면 축까지의 거리가 줄 수 없으니까 축에서 멀어지는 쪽, 곧 적도 쪽으로만 갈 수 있어.
김민준
(나)는 numpy로 했어요. 위도선은 반원이니까 π×6371×sin30°≈10,008 km, 대원은 북극을 넘어가면 중심각이 30°+30°=60°라 6371×π/3≈6,672 km예요. 3,300 km 넘게 차이 나네요.
김민준
도구에서 「문제 4 불러오기」를 눌러 봐도 길이가 10,008 km와 6,672 km로 나와요. 그런데 지도 위의 직선(항정선)이 바로 위도선이었네요. 표에서 항정선 쪽 θ 식의 합이 −1.732라서, 서연이가 구한 −cot30°와도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