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 접속이 두 개?

두 가지 직선: 섞는 길과 곱하는 길

쌍대 접속은 식으로는 이해했지만, 확률분포의 공간에 왜 하필 이런 짝이 저절로 생길까? 두 분포 PP와 QQ 사이를 “곧게” 잇는 길을 직접 그려 보려 하면, 어떤 길을 직선이라 불러야 할지부터 막힌다.

역사: 아마리 순이치 (甘利俊一, Shun-ichi Amari, 1936–)

아마리 순이치

아마리 순이치는 도쿄대학에서 수리공학을 공부했고, 통계학자가 아니라 신경회로망 이론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가 뒤에 1985년 책의 머리말에서 돌아본 바로는, 대학원생이던 1959년에 이미 정규분포들의 공간을 휘어진 쌍곡 평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1968년에는 정보의 기하학적 이론을 다룬 일본어 책을 냈다. 피셔 정보행렬(매개변수를 조금 바꿀 때 분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재는 행렬)을 이 공간의 리만 계량으로 보는 생각은 C. R. 라오(Rao)가 1945년 논문에서 이미 내놓았다. 계량만 있으면 곧은 길은 레비-치비타 측지선 하나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계량만으로 풀리지 않는 물음은 통계학 안에서 나왔다. 1975년 브래들리 에프런(Bradley Efron)은 최대가능도 추정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한 단계 더 깊이(이차 효율) 따지다가, 지수족(exp⁡(θ⋅x−ψ)\exp(\theta\cdot x - \psi) 꼴로 쓰이는 분포들의 모임. θ\theta는 분포를 고르는 다이얼, ψ\psi(프사이)는 합이 1이 되게 맞추는 수다. 정규·베르누이·푸아송분포가 여기 든다) 안에 휘어 놓인 모형이 얼마나 휘었는지를 재는 「통계적 곡률」을 내놓았다. 휘었다고 말하려면 무엇이 곧은지 먼저 정해야 하는데, 에프런이 곧다고 본 길은 피셔 계량의 측지선이 아니었다. 같은 학술지에 실린 토론에서 필립 다위드(A. P. Dawid)가 에프런이 암묵적으로 쓴 이 「곧음」이 레비-치비타와 다른 접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짚고, 그와 짝이 되는 둘째 접속도 함께 내놓았다. 두 접속 모두 비틀림이 없고 곡률도 0이었다. 소련의 니콜라이 첸초프(Nikolai Chentsov)도 1960년대부터 통계적 판정 규칙의 구조를 연구하다가 이런 접속들의 한 족에 이르러 1972년 책에 담았다.

아마리는 에프런의 논문에 크게 자극받아 1980년대 초 이 접속들을 정리했다. 1982년 『Annals of Statistics』 논문 「휘어진 지수족의 미분기하학 — 곡률과 정보 손실」에서 그는 추정이 잃는 정보를 두 곡률로 나누었다. 하나는 모형이 한 접속으로 보아 얼마나 휘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추정 방법이 짝 접속으로 보아 얼마나 휘었는가인데, 최대가능도 추정에서는 둘째가 0이 된다. 에프런의 물음에 답하는 데 접속이 하나가 아니라 짝으로 필요했던 셈이다. 1985년 책 『통계학의 미분기하학적 방법(Differential-Geometrical Methods in Statistics)』의 머리말에서 그는 이 분야에 「정보기하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기하학은 뒤에 그가 처음 연구하던 신경망의 학습 알고리즘으로 되돌아온다.

더하기와 곱하기

동전 두 개로 먼저 보자. 앞면 확률이 0.1인 동전과 0.5인 동전의 "가운데 동전"은 두 가지로 만들 수 있다. 하나는 섞기다. 두 동전 가운데 하나를 반반의 확률로 골라 던지면 앞면 확률은 (0.1+0.5)/2=0.30(0.1 + 0.5)/2 = 0.30이다. 다른 하나는 곱하기다. 앞면끼리, 뒷면끼리 확률을 곱해 제곱근을 씌운 뒤(로그로 보면 평균 내기) 합이 1이 되게 나누면, 앞면 0.05\sqrt{0.05} 대 뒷면 0.45\sqrt{0.45}가 1 대 3이라 앞면 확률은 0.25다. 같은 두 동전의 가운데가 방식에 따라 0.30과 0.25로 갈린다.

분포를 결합하는 이 두 방식, 분포를 더하는 것(혼합, mixture)과 곱하는 것(곱해서 합치기, exponential)이 두 가지 직선을 낳는다. 덧셈이 자연스러운 좌표계에서의 직선이 m-측지선이고, 곱셈이 자연스러운 좌표계에서의 직선이 e-측지선이다. m은 섞기(mixture), e는 지수(exponential)의 머리글자다. 곱하는 쪽에 지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확률을 곱하는 일이 로그를 더한 뒤 지수 함수로 되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측지선은 그 공간에서 가장 곧은 길이고, 두 직선은 서로 다른 접속, m-접속과 e-접속의 측지선이다. 이 장에서는 e-접속을 ∇\nabla, 그 쌍대인 m-접속을 ∇∗\nabla^*로 부른다.

두 정규분포 , (점선)의 두 가운데. 섞기의 가운데 는 봉우리 둘을 그대로 남기고, 곱해 제곱근을 씌운 뒤 합이 1이 되게 나눈 곱하기의 가운데는 이다
두 정규분포 P=N(−2,1)P = N(-2, 1), Q=N(2,1)Q = N(2, 1)(점선)의 두 가운데. 섞기의 가운데 12P+12Q\frac{1}{2}P + \frac{1}{2}Q는 봉우리 둘을 그대로 남기고, 곱해 제곱근을 씌운 뒤 합이 1이 되게 나눈 곱하기의 가운데는 N(0,1)N(0, 1)이다

빛과 셀로판이 좋은 비유가 된다. 두 전등의 빛을 한 벽에 비추는 일과, 셀로판 두 장을 겹쳐 빛을 통과시키는 일이 두 결합에 하나씩 대응한다. 어느 쪽이 더하기이고 어느 쪽이 곱하기인지는 아래 문제에서 직접 셈해 보자.

가산 혼합. 빨강·초록·파랑 빛을 겹쳐 비추면 겹친 곳의 밝기가 더해진다
가산 혼합. 빨강·초록·파랑 빛을 겹쳐 비추면 겹친 곳의 밝기가 더해진다
감산 혼합. 청록(C)·자홍(M)·노랑(Y) 물감이나 셀로판을 겹치면 겹친 곳에는 모두가 통과시키는 빛만 남는다
감산 혼합. 청록(C)·자홍(M)·노랑(Y) 물감이나 셀로판을 겹치면 겹친 곳에는 모두가 통과시키는 빛만 남는다

ML에서: 전문가의 혼합과 전문가의 곱

여러 모델의 예측 분포를 하나로 합치는 방법에도 이 두 길이 그대로 나타난다. 제이컵스(R. Jacobs)·조던(M. Jordan)·놀런(S. Nowlan)·힌턴(G. Hinton)의 1991년 논문 "Adaptive mixtures of local experts"가 제안한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은 전문가들의 분포를 게이트가 정한 비중으로 더한다. m-측지선 쪽 방식이다. 힌턴의 2002년 논문 "Training products of experts by minimizing contrastive divergence"의 전문가 곱(product of experts)은 전문가들의 분포를 곱한 뒤 합이 1이 되게 다시 나눈다. 로그를 취하면 더하기가 되는 이 결합은 e-측지선 쪽 방식이다. 여기서 움직이는 것은 확률분포 자체다. 두 결합이 실제로 어떤 분포를 내놓는지는 아래 문제에서 숫자로 본다.

문제 3 — 셀로판 두 장, 전등 두 개

확인 빨강·초록·파랑 빛을 통과시키는 비율이 노랑 셀로판은 90%·90%·10%, 자홍 셀로판은 90%·10%·90%다. (가) 흰 전등 앞에 두 장을 겹쳐 대면 세 빛은 처음 밝기의 몇 %씩 나오는가? (나) 흰 전등 두 개 앞에 한 장씩 대고 두 빛을 같은 벽에 비추면, 벽에 닿는 빛 가운데 빨강·초록·파랑의 몫은 각각 몇 %인가? (다) 초록처럼 한 장만 잘 통과시키는 빛은 어느 쪽에서 살아남는가?

같이 풀기 세션 3

김민준 M01
김민준

겹치면 두 색의 가운데니까 평균이죠. 빨강 90%, 초록 50%, 파랑 50%요.

선생님 T01
선생님

위의 감산 혼합 그림에서 자홍(M)과 노랑(Y)이 겹친 곳은 무슨 색이에요?

김민준 M07
김민준

빨강이요… 초록이 50%나 나오면 분홍빛이어야 하는데요. 아, 빛이 노랑 셀로판을 먼저 지나고 남은 빛이 자홍 셀로판을 또 지나니까 곱해야 해요. 빨강 0.9×0.9=81%0.9 \times 0.9 = 81\%, 초록 0.9×0.1=9%0.9 \times 0.1 = 9\%, 파랑 0.1×0.9=9%0.1 \times 0.9 = 9\%예요.

이서연 S01
이서연

(나)는 두 빛이 벽에서 만나니까 더해. 빨강 0.9+0.9=1.80.9 + 0.9 = 1.8, 초록 0.9+0.1=1.00.9 + 0.1 = 1.0, 파랑 1.01.0이니까 몫으로는 47%, 26%, 26%. 겹친 쪽을 몫으로 바꾸면 82%, 9%, 9%고.

선생님 T01
선생님

초록은 노랑 셀로판은 잘 통과시키고 자홍 셀로판은 막는 빛이죠. 두 경우에 초록은 어떻게 됐어요?

이서연 S07
이서연

비추면 하나라도 내보낸 빛이라 26%로 살아남고, 겹치면 하나라도 막은 빛이라 9%로 거의 사라졌어요. 더하기는 「하나라도」, 곱하기는 「둘 다」네요.

김민준 M01
김민준

조교 두 분 점수를 더해 주는 과제는 한 분만 후하게 줘도 점수가 남는데, 두 분 다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는 한 분만 막아도 끝나는 거랑 같아요.

문제 4 — 두 분류 모델 합치기

계산 같은 사진을 두 분류 모델이 보고 고양이·여우·개일 확률을 냈다. 모델 A는 (0.80, 0.15, 0.05)(0.80,\ 0.15,\ 0.05), 모델 B는 (0.05, 0.15, 0.80)(0.05,\ 0.15,\ 0.80)이다. (가) 두 확률을 반반 평균 낸 분포를 구하라. (나) 두 모델의 로짓(softmax에 넣기 전의 점수)을 반반 평균 낸 뒤 softmax로 되돌린 분포를 구하라. (다) 두 결합은 각각 m-측지선과 e-측지선 가운데 어느 길의 가운데인가? 두 모델이 다른 답을 자신 있게 말할 때 두 결합은 각각 어떤 모양이 되는가?

같이 풀기 세션 4

김민준 M01
김민준

(가)는 (0.425, 0.15, 0.425)(0.425,\ 0.15,\ 0.425)요. (나)도 같지 않아요? softmax는 커지는 쪽으로만 움직이니까, 로짓을 평균 내나 확률을 평균 내나 같은 분포가 나올 것 같은데요.

선생님 T01
선생님

계산하기 전에 하나만요. 로짓을 반씩 더해서 softmax에 넣으면, 확률로 따지면 무엇을 한 셈이죠?

김민준 M06
김민준

두 모델의 로짓을 zAz_A, zBz_B라 하면 exp⁡(zA/2+zB/2)=ezAezB\exp(z_A/2 + z_B/2) = \sqrt{e^{z_A} e^{z_B}}니까… 확률을 곱해 제곱근을 씌운 다음 합이 1이 되게 나눈 거네요. 동전 가운데를 곱해서 잡던 방식이에요. 0.8×0.05=0.2\sqrt{0.8 \times 0.05} = 0.2, 0.15×0.15=0.15\sqrt{0.15 \times 0.15} = 0.15, 0.20.2를 합 0.550.55로 나누면 (0.364, 0.273, 0.364)(0.364,\ 0.273,\ 0.364)예요. 확률 평균이랑 달라요.

이서연 S01
이서연

그러면 (가)가 m-측지선, (나)가 e-측지선의 가운데야. 그런데 이상해. 여우는 두 모델 다 0.15로 낮게 봤는데 (나)에서는 0.27로 올라갔어.

선생님 T01
선생님

고양이를 보세요. A는 0.80, B는 0.05로 크게 엇갈렸죠. 두 결합에서 고양이 몫은 각각 무엇에 끌려갔어요?

이서연 S08
이서연

더하면 0.80이 끌어올려서 0.425가 남고, 곱하면 0.05가 깎아서 0.364로 내려갔어요. 곱에서는 한쪽이라도 낮게 본 답이 깎이니까, 두 모델이 다 「그럴 수도 있다」고 본 여우가 상대적으로 올라온 거예요. 섞기는 두 봉우리를 그대로 남기고, 곱하기는 두 모델이 덜 반대하는 쪽으로 모아요.

선생님 T01
선생님

그래서 「곱하면 늘 뾰족해진다」고 외우면 안 돼요. 두 분포가 겹치는 데가 있으면 곱은 그 겹친 곳으로 좁아지고, 서로 다른 데를 가리키면 곱은 둘 사이의 타협점으로 가요.

김민준 M01
김민준

아까 셀로판이랑 같네요. 한 장이라도 막은 초록이 사라졌던 것처럼, 한 모델이라도 낮게 본 고양이와 개가 깎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