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정규분포족이 e-접속으로 보면 곧고 m-접속으로 보아도 곧았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평평한 공간일까?
곡률은 한 점 둘레의 작은 고리를 따라 화살표를 옮겨 한 바퀴 돌아왔을 때, 화살표가 처음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가를 재는 양이다. 그런데 「옮긴다」는 말에 이미 접속이 들어 있다. 서로 다른 점의 접선공간(그 점에서 가능한 모든 속도 벡터의 모임)은 서로 다른 벡터공간이라, "이 벡터와 저 벡터가 같은 방향"이라는 말은 접속을 정해 주어야 비로소 뜻을 가진다. 곡률을 R(u,v)W=∇u∇vW−∇v∇uW−∇[u,v]W로 정의할 때도 그 식 안에는 처음부터 접속 ∇가 들어 있었다. 마지막 항의 [u,v]는 두 방향을 번갈아 따라갈 때 작은 고리가 닫히지 않는 만큼을 보정하는 양으로, 좌표 방향끼리는 0이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곡률은 매니폴드 M 혼자의 성질이 아니라 쌍 (M,∇)의 성질이다.
정규분포족이 이 사실을 가장 깨끗하게 보여 준다. N(μ,σ2) 전체를 (μ,σ) 좌표로 쓰면 피셔 계량은 다음과 같다.
고리 하나로 확인해 보자. N(0,1)→N(1,1)→N(1,4)→N(0,4)→N(0,1), 곧 (μ,σ) 평면에서 μ는 0에서 1, σ는 1에서 2인 직사각형을 한 바퀴 돈다. μ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레비-치비타 접속으로 평행이동하며 돌아오면, 길이는 그대로지만 시계 방향으로 약 0.354 라디안(약 20°) 돌아가 있다. 피셔 계량으로 잰 이 직사각형의 넓이는 2(1−1/2)≈0.707이고, 곡률 곱하기 넓이 −21×0.707≈−0.354가 바로 그 회전이다. 같은 고리를 e-접속으로 돌면 θ 좌표에서 화살표의 성분이 한 번도 바뀌지 않으므로 처음 화살표 그대로 돌아온다. 다만 위쪽 변(σ=2)을 지나는 동안 피셔 계량으로 잰 길이는 처음의 2배다. e-접속은 혼자서는 길이를 지키지 않는다.
정규분포족의 (μ,σ) 평면에서 같은 직사각형 고리를 두 접속으로 돈 화살표. 위: 레비-치비타 접속으로 옮기면 길이는 그대로이고, 아래 변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해 돌아왔을 때 약 20° 돌아가 있다. 아래: e-접속으로 옮기면 방향은 내내 μ 방향 그대로이고, 위쪽 변에서는 피셔 계량으로 잰 길이가 2배가 된다. 회색 작은 화살표는 도는 방향이고, 주황 화살표의 방향과 길이는 피셔 계량으로 잰 것이다
이 계량의 레비-치비타 접속으로 재면 가우스 곡률은 어디서나 K=−1/2, 곧 정규분포족은 곡률이 어디서나 같은 음수인 평면, 곧 쌍곡평면이다(아래 문제 10에서 직접 확인한다). 그런데 같은 매니폴드, 같은 계량 위에 e-접속을 얹으면 θ 좌표에서 Γ(e)=0이라 곡률이 0이고, m-접속을 얹어도 η 좌표에서 곡률이 0이다. 바꾼 것은 “무엇을 직선이라 부를 것인가” 하나뿐인데, 공간이 휘어지기도 하고 평평해지기도 한다.
쌍대 접속을 처음 꺼낼 때, 자 하나가 접속 하나를 정하려면 계량 호환성과 비틀림 없음 두 조건이 함께 필요했다. 이 장은 첫째 조건을 짝으로 나누었다. 둘째 조건을 풀어 주는 길도 있고, 물리학에 실제로 그런 이론이 있다. 1928년 아인슈타인이 처음 꺼냈다가 접었고 1960년대에 다시 다듬어진 텔레패럴 중력(멀리 떨어진 곳끼리도 「나란함」을 미리 정해 두는 중력 이론)은 레비-치비타 대신 바이첸뵈크 접속을 쓴다. 이 접속은 계량과 맞물려 있으면서 곡률을 0으로 두고, 중력을 비틀림(두 방향으로 미분하는 순서를 바꿀 때 생기는 어긋남)에 맡긴다.
작용(이론의 운동 법칙을 낳는 양)을 알맞게 고른 판은 일반상대성이론과 같은 중력장 방정식을 내놓아, 관측 가능한 예측도 같다. "시공간이 휘었다"는 말도 레비-치비타 접속을 택했을 때 나오는 서술인 셈이다.
문제 9 — 나침반에 맞춰 옮긴 화살표
확인 지구를 반지름 1인 구로 보자. 적도 위 경도 0°에서 북쪽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들고,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경도 90°까지, 거기서 경도선을 따라 북위 60°까지, 북위 60° 위도선을 따라 서쪽으로 경도 0°까지, 다시 경도선을 따라 적도의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가) 걷는 내내 화살표를 나침반의 북쪽에 맞춰 두면, 돌아왔을 때 화살표는 처음과 몇 도 어긋나 있는가? (나) 화살표를 돌리지 않고 옮기면(레비-치비타 평행이동) 몇 도인가? 구에서는 한 바퀴 돈 회전각(라디안)이 고리가 둘러싼 넓이와 같고, 이 고리가 둘러싼 넓이는 2π×sin60°다.
같이 풀기 세션 9
김민준
(가)도 어긋나 있겠죠. 지구는 휘었으니까 어떻게 옮기든 한 바퀴 돌면 어긋나요.
선생님
나침반 바늘은 걷는 내내 어디를 가리키죠? 출발점에 돌아왔을 때는요?
김민준
북쪽이요… 출발할 때도 북쪽, 돌아와서도 북쪽이니 0°네요. 어떤 길로 걷든 나침반에 맞춘 화살표는 어긋나지 않아요.
이서연
(나)는 넓이로 계산하면 2π×sin60°≈1.360 라디안, 약 78°야. 같은 고리, 같은 지구인데 옮기는 규칙만 바꾸니 0°와 78°로 갈렸어.
선생님
그럼 「지구가 휘었다」는 건 무엇의 성질이에요?
이서연
돌리지 않고 옮기는 규칙, 곧 레비-치비타를 택했을 때의 성질이에요. 나침반 규칙으로 보면 곡률이 0이고요. 그런데 나침반 규칙도 길이와 각도는 지키잖아요. 그럼 이 규칙은 무엇을 포기한 거예요?
선생님
나침반을 보며 북쪽으로 1,000 km 간 뒤 동쪽으로 1,000 km 가는 것과, 동쪽 먼저 가고 북쪽으로 가는 것은 같은 곳에 닿을까요?
이서연
위도가 높아질수록 같은 1,000 km가 경도로는 더 큰 각이니까, 순서에 따라 닿는 곳이 어긋나요. 순서를 바꾸면 어긋나는 것, 비틀림이네요. 나침반 규칙은 곡률 대신 비틀림을 가진 접속이에요.
김민준
폴더 정리 규칙을 바꾸면 같은 파일들이 깔끔해 보이기도 하고 엉망으로 보이기도 하던 거랑 같네요. 깔끔함이 파일이 아니라 규칙 쪽에 있었어요.
문제 10 — 평탄한 두 접속의 평균은 평탄한가
킬러 정규분포족에서 e-접속과 m-접속은 둘 다 평탄하다(곡률 0). 레비-치비타 접속은 두 접속의 크리스토펠 기호를 반씩 더한 것이다(α=0은 α=±1의 한가운데). (가) 피셔 계량 ds2=σ2dμ2+2dσ2의 가우스 곡률을 직접 구해 K=−1/2을 확인하라. (나) "곡률 0인 두 접속을 반씩 더했으니 그 곡률도 0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가 틀렸는가?
같이 풀기 세션 10
김민준
본문은 −1/2이라는데 저는 납득이 안 돼요. 곡률 0짜리 두 개를 반씩 더했으니까 결과도 0이어야죠. 선형 결합이니까요. 본문 계산이 틀린 거 아니에요?
이서연
나는 직접 계산해 봤는데 본문대로 나왔어. 직교 계량 E=1/σ2, G=2/σ2에 가우스 곡률 공식을 넣으면 K=−1/2야. 그런데 민준이 논리도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어.
선생님
서연 학생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요. 다른 길로도 확인해 볼까요? μ=2u로 바꿔 보면 계량이 2σ2du2+dσ2가 되는데, 이게 어떤 공간이죠? 윗반평면 y>0에 ds2=(dx2+dy2)/y2을 준 공간과 비교해 보세요.
이서연
푸앵카레 윗반평면의 계량을 2배 한 거예요. 윗반평면은 곡률이 −1이니까, 2배 늘리면 −1/2. 맞았네요. 정규분포족은 피셔 계량으로 보면 쌍곡 평면이에요.
선생님
그럼 민준 학생 논리의 어디가 새는지 찾아볼까요? 곡률 텐서를 크리스토펠 기호로 쓰면 어떤 항들이 들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