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률 텐서는 모든 방향의 휘어짐을 빠짐없이 담지만, 4차원이면 숫자가 20개다. 곡면에서는 「이 점은 구면처럼 휘었다, 말안장처럼 휘었다」를 가우스 곡률 하나로 바로 말했다. 고차원 공간에서도 어느 방향으로 뻗은 측지선들이 모이는지 벌어지는지를 물을 때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어진다. 한 방향 평면의 휘어짐만 궁금할 때, 그것을 숫자 하나로 뽑아낼 수는 없을까?
역사: 방향 평면을 따라 뻗은 측지선의 곡면
리만은 1854년 교수 자격 강연에서 이 물음에 답을 내놓았다. 한 점에서 출발하는 측지선(곡면 위의 곧은 길)은 처음 방향만 정하면 완전히 정해진다. 그러니 한 점에서 평면 하나를 고르고, 그 평면 안의 모든 방향으로 측지선을 뻗으면 곡면이 하나 생긴다. 리만은 이 곡면이 그 점에서 갖는 곡률을 「그 점, 그 면 방향의 곡률」이라 불렀다. 그리고 n차원이면 n(n−1)/2개의 면 방향에서 이 곡률을 알면 거리를 재는 법이 모두 정해진다고 하면서, 단서를 하나 달았다. 그 값들 사이에 늘 성립하는 관계가 없다면.
리만의 교수 자격 강연 「기하학의 기초에 놓인 가설에 대하여(Ueber die Hypothesen, welche der Geometrie zu Grunde liegen)」가 강연 14년 뒤인 1868년 괴팅겐 왕립 학회 논문집 13권에 실린 142쪽. 가운데쯤에 「이 점에서 이 면 방향으로 일어나는, 평평함에서 벗어난 정도의 척도(Mass der in diesem Punkte in dieser Flächenrichtung stattfindenden Abweichung … von der Ebenheit)」가 보이고, 아래쪽에 n(n−1)/2개의 면 방향이 나온다. 출처: Abhandlungen der Königlichen Gesellschaft der Wissenschaften zu Göttingen 13권, Internet Archive(mobot31753002059225)의 스캔(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구면 × 직선에서 한 줄씩 읽기
곡률 텐서를 공간의 "성격표"라고 생각해 보자. 각 점에서 모든 방향 평면의 휘어짐을 빠짐없이 적은 종합 보고서다. 궁금한 평면이 하나뿐이면 보고서에서 그 줄만 읽으면 된다.
반지름 1인 구면의 각 점에 위아래로 곧은 직선을 하나씩 붙인 3차원 공간(구면 × 직선)에서 몇 줄을 읽어 보자. 한 점에서 방향은 동쪽·북쪽·위쪽 셋이다.
방향 평면
그 평면 안의 화살표가 그 평면 안에서 넓이 1당 돌아가는 양
동쪽-북쪽 (구면 방향 둘)
1
동쪽-위쪽
0
북쪽-위쪽
0
동쪽과, 북쪽·위쪽의 한가운데(45°) 방향
0.5
마지막 줄의 평면은 구면 쪽으로 반쯤 기울어 있어서 휘어짐도 중간값이 나온다. 이렇게 평면 하나를 골라 읽은 숫자를 단면곡률이라 부른다. 접선공간에서 두 방향 u, v가 펼치는 평면 σ에 대해, 곡률 텐서에서 이 숫자를 꺼내는 식은 다음과 같다.
분모는 u, v가 만드는 평행사변형 넓이의 제곱이다. 곧 단면곡률은 "미소 평행사변형을 한 바퀴 돌 때의 어긋남을 넓이로 나눈 값"이고, 그래서 u, v를 얼마나 길게 잡든 평면만 같으면 같은 값이 나온다.
단면곡률 (평면 조각의 휘어짐 / Sectional Curvature, K(σ)) — 접선공간에서 2차원 평면 σ를 하나 골라, 그 방향의 곡률만 추출한 스칼라값. 2차원 곡면의 가우스 곡률을 고차원으로 일반화한 것이며, 리만 곡률 텐서의 정보를 "방향별 단면"으로 읽는 방법이다.
2차원 곡면에서는 고를 수 있는 방향 평면이 하나뿐이라 성격표가 한 줄로 끝나는데, 그 한 줄이 바로 가우스 곡률이다.
따라 계산해 보기 1 — 구면의 곡률 텐서
반지름 r인 구면을 구면좌표 (θ,ϕ)로 쓰면 계량과 0이 아닌 크리스토펠 기호는 다음과 같다.
2차원에서는 독립 성분이 하나뿐이므로 Rθϕθϕ 하나만 구하면 된다. 곡률 텐서의 성분 공식은 Rijkl=∂kΓlji−∂lΓkji+ΓkmiΓljm−ΓlmiΓkjm이었다(같은 첨자가 위아래로 두 번 나오면 합한다). 여기에 i=θ,j=ϕ,k=θ,l=ϕ를 넣으면 네 항은 차례로 ∂θΓϕϕθ=−cos2θ, ∂ϕΓθϕθ=0, ΓθmθΓϕϕm=0, ΓϕmθΓθϕm=ΓϕϕθΓθϕϕ=−cos2θ이다.
안에서 잰 곡률 텐서와 밖에서 본 주곡률의 곱이 같은 답을 준다. 구면에서도 원기둥에서도 두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ML에서: 손실 풍경의 "곡률"과 공간의 곡률
ML에서 "손실 함수의 곡률"이라고 하면 보통 헤세 행렬(손실을 매개변수로 두 번 미분한 값을 늘어놓은 행렬)을 말한다. 그래서 안장점을 "음의 곡률"이 있는 곳, 그릇 모양 바닥을 "양의 곡률"이 있는 곳이라 부르곤 한다. 이 말의 곡률이 이 장의 곡률 텐서와 같은 것인지는 아래 문제 8에서 따져 본다.
문제 7 — 비스듬히 기운 평면의 단면곡률
계산 반지름 1인 구면 × 직선의 한 점에서, 동쪽 방향과 「북쪽에서 위쪽으로 60° 기운 방향」이 펼치는 평면의 단면곡률을 구하라. 같은 셈법이 본문 표의 45° 평면 값 0.5와도 맞는지 확인하라.
고르게 준다는 건 근거가 없어. 기운 평면을 구면 쪽 평면에 비추면 넓이가 cos60°=0.5배로 줄잖아. 그러니까 0.5야.
선생님
서연 학생 셈법을 45°에 넣어 보면 표와 맞아요?
이서연
cos45°≈0.707이에요. 표는 0.5인데요. 제 셈법이 틀렸네요. 민준이 셈법은 45°에서 0.5라 맞고요.
선생님
한 점에서 맞았다고 셈법이 맞는 건 아니죠. 식으로 셉시다. 동쪽을 u, 기운 방향을 v=cos60°×(북쪽)+sin60°×(위쪽)로 두면, 분자 g(R(u,v)v,u)는 얼마예요?
이서연
이 공간의 곡률 텐서는 구면 쪽 방향에만 걸리니까 v의 위쪽 성분은 빠지고 북쪽 성분 cos60°만 남아요. 그런데 v가 식에 두 번 들어가니까 cos60°가 두 번 곱해져요. 분자는 cos260°=0.25이고 분모는 1이에요. 45°면 cos245°=0.5로 표와 맞고요.
김민준
0.25요? 제 1/3은 45°에서만 우연히 맞았던 거네요. 서연이 말한 비춘 넓이가 cos 한 번이고, 평면 안의 화살표가 구면 쪽을 향한 몫이 cos 한 번 더라서 제곱이 되는군요.
이서연
보간 문제에서 점 두 개를 지나는 함수는 얼마든지 있다고 배운 게 이거네. 0°, 45°, 90° 세 점을 다 지나도 직선과 cos2은 60°에서 갈려.
문제 8 — 안장점이 있으면 매개변수 공간도 휘었나
확인 매개변수가 두 개인 모델의 손실이 원점 근처에서 f(x,y)=(x2−y2)/2 꼴이다. 동료가 「원점은 안장점이라 음의 곡률이니, 이 매개변수 공간은 원점에서 휘어 있다」고 말한다. 매개변수 공간의 거리를 보통 거리 ds2=dx2+dy2으로 잴 때 이 공간의 리만 곡률 텐서를 구하고, 동료가 말한 「음의 곡률」은 무엇의 곡률인지 가려라.
같이 풀기 세션 8
김민준
안장점은 한쪽으로는 오목하고 한쪽으로는 볼록하니까 음의 곡률 맞죠. 리만 곡률도 음수겠네요.
선생님
그 매개변수 공간에서 한 변 0.1 고리를 따라 벡터를 한 바퀴 옮기면 얼마나 돌아요?
이서연
계량 성분이 1, 0, 1로 전부 상수니까 크리스토펠 기호가 0이고, 곡률 텐서도 R=0이에요. 원기둥 문제랑 같아요. 하나도 안 돌아요.
김민준
그럼 말안장은 어디 간 거예요? 손실을 그려 보면 분명히 말안장인데요.
선생님
그 말안장은 어느 공간에 놓인 곡면이죠?
김민준
매개변수 두 개에 손실을 높이로 하나 더한 3차원 공간이요. 그 곡면 위에서 거리를 재면 오르내리는 높이까지 거리에 들어가는데, ds2=dx2+dy2에는 손실이 아예 안 들어가요.
이서연
같은 (x,y)를 두고 거리를 재는 법이 둘인 거네. 손실 곡면 위의 거리로 재면 원점에서 휘어 있고, 매개변수만의 보통 거리로 재면 평평해. 곡률은 점들이 정하는 게 아니라 거리를 재는 법이 정하는 거야.
선생님
그래서 ML에서 말하는 손실의 곡률은 손실 곡면이 휜 정도예요. 매개변수 공간 자체가 휘었다고 말하려면, 거리를 재는 법이 장소마다 달라야 해요. 예를 들어 매개변수를 조금 바꿨을 때 모델의 출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로 거리를 잰다면요.
김민준
지도 앱의 직선거리와 등산로 거리 같네요. 같은 두 지점인데 산을 오르내리는 길로 재면 거리가 달라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