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만 보고도 휘어짐을 안다

놀라운 정리: 곡률은 안에서 정해진다

주곡률을 재려면 곡면을 밖에서 내려다봐야 했다. 그런데 출발 문제의 개미는 밖을 보지 않고도 구면이 휘었다는 것을 알았다. 개미가 아는 휘어짐과 밖에서 잰 κ1\textcolor{#b8860b}{\kappa_1}, κ2\textcolor{#b8860b}{\kappa_2}는 어떤 관계일까?

역사: 법선으로 잰 곡률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도 처음에는 밖에서 쟀다. 그는 곡면의 작은 조각에서 점마다 법선(곡면에 수직인 화살표)을 세우고, 그 화살표를 모두 반지름 1인 보조 구의 중심으로 옮겨 화살표 끝이 구 위에 찍히는 자리를 보았다. 조각이 많이 휠수록 법선이 넓게 퍼져, 구 위에 찍힌 조각도 넓다. 가우스는 구 위에 찍힌 조각의 넓이를 곡면 위 조각의 넓이로 나눈 값을 그 점의 「곡률의 척도」라 불렀고, 이 값이 두 주곡률의 곱과 같다는 것도 보였다. 반지름 2인 공에서는 이 비가 1/41/4이고, 원기둥에서는 길이 방향으로 법선이 모두 나란해 구 위에 선 하나만 찍히므로 0이다.

가우스가 곡률을 잰 방법. 곡면 조각의 법선을 반지름 1인 보조 구의 중심으로 옮긴다. (가) 반지름 2인 공의 조각은 법선이 퍼져 구 위에도 조각이 찍힌다(넓이 비 1/4). (나) 원기둥의 조각은 길이 방향으로 법선이 나란해 구 위에 선 하나만 찍힌다(넓이 비 0). 그림은 한 방향으로 자른 단면이다
가우스가 곡률을 잰 방법. 곡면 조각의 법선을 반지름 1인 보조 구의 중심으로 옮긴다. (가) 반지름 2인 공의 조각은 법선이 퍼져 구 위에도 조각이 찍힌다(넓이 비 1/4). (나) 원기둥의 조각은 길이 방향으로 법선이 나란해 구 위에 선 하나만 찍힌다(넓이 비 0). 그림은 한 방향으로 자른 단면이다

이 정의는 법선, 곧 곡면이 바깥 공간(곡면을 담고 있는 3차원 공간)에 어떻게 놓였는지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가우스는 이 값을 곡면 위의 거리를 재는 양으로 끝까지 계산해 나가다가 뜻밖의 결론에 닿았다. 1827년 10월 괴팅겐 왕립 학회에 낸 논문 Disquisitiones generales circa superficies curvas(곡면에 관한 일반 연구, 이듬해 펴냄)에서 그는 그 결론을 「놀라운 정리(Theorema Egregium)」라 불렀다. 무엇이 놀라웠는지는 종이를 말아 보면 보인다.

안에서 아는 것과 밖에서 아는 것

종이 한 장을 반지름을 바꿔 가며 말아 보자. 종이는 늘어나지 않으므로, 종이 위의 개미가 자로 재는 거리와 각도는 네 경우 모두 똑같다.

종이 κ1\textcolor{#b8860b}{\kappa_1} κ2\textcolor{#b8860b}{\kappa_2} 합 κ1+κ2\textcolor{#b8860b}{\kappa_1} + \textcolor{#b8860b}{\kappa_2} 곱 κ1κ2\textcolor{#b8860b}{\kappa_1}\textcolor{#b8860b}{\kappa_2}
펼친 종이 0 0 0 0
반지름 2로 만 원기둥 0.5 0 0.5 0
반지름 1로 만 원기둥 1 0 1 0
반지름 0.5로 만 원기둥 2 0 2 0

주곡률 하나하나도, 그 합도 얼마나 세게 말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개미의 자로는 이 차이를 알 수 없으니, 이 수들은 곡면이 바깥 공간에 어떻게 놓였는지에 따라 정해지는 외재적 양(밖에서 봐야 아는 양)이다. 네 경우에 똑같이 남는 것은 곱 하나뿐이다. 가우스가 보인 것은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곱 K=κ1κ2\textcolor{#b8860b}{K} = \textcolor{#b8860b}{\kappa_1} \textcolor{#b8860b}{\kappa_2}는 언제나 자로 재는 정보, 곧 계량 텐서 gij\textcolor{#d62728}{g}_{ij}와 그 1차, 2차 편미분만으로 계산된다. 계량은 곡면 위 점마다 거리와 각도를 재는 눈금이고, 텐서는 좌표를 바꿀 때 성분이 정해진 규칙대로만 바뀌는 양이다(PyTorch의 tensor와는 이름만 같다). 곡면이 바깥 공간에 어떻게 묻혀 있는지(임베딩, embedding — ML의 단어 임베딩과는 이름만 같다)와 무관하다. 1827년 논문은 이것을 이렇게 적었다. 「곡면을 다른 곡면 위에 펼쳐 놓으면, 각 점의 곡률의 척도는 변하지 않는다.」 펼쳐 놓는다는 것은 종이를 말듯 늘이지 않고 구부려 옮긴다는 뜻이다.

외재적 양 두 개를 곱했더니 내재적 양이 된 셈이다. 주곡률 하나하나를 구하려면 법선 벡터, 곧 곡면이 바깥에 어떻게 놓였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곱을 계산하면 그 정보가 상쇄되어 gij\textcolor{#d62728}{g}_{ij}만 남는다.

피자 조각. 평평한 피자의 가우스 곡률은 K=0이다. 가로로 오므려 한 방향에 곡률이 생기면, K=0을 지키기 위해 끝을 향하는 방향은 휘어질 수 없다 — 피자 끝이 축 늘어지지 않는 이유다.
피자 조각. 평평한 피자의 가우스 곡률은 K=0이다. 가로로 오므려 한 방향에 곡률이 생기면, K=0을 지키기 위해 끝을 향하는 방향은 휘어질 수 없다 — 피자 끝이 축 늘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 사실의 일상적 응용이 있다. 피자 접기다. 얇은 피자 조각이 축 늘어질 때, 가로 방향으로 살짝 오므려 U자로 접으면 빳빳해진다. 접기 전 피자의 가우스 곡률은 K=0\textcolor{#b8860b}{K} = 0(평면)이고, 가로로 오므리면 그 방향의 곡률 κ1\textcolor{#b8860b}{\kappa_1}이 0이 아니게 된다. 도우는 거의 늘어나지 않으므로 K=κ1κ2=0\textcolor{#b8860b}{K} = \textcolor{#b8860b}{\kappa_1}\textcolor{#b8860b}{\kappa_2} = 0이 유지되어야 하고, 따라서 κ2=0\textcolor{#b8860b}{\kappa_2} = 0이다. 곧 끝을 향하는 세로 방향으로는 휘어질 수 없으니, 피자 끝이 아래로 처지지 않는다. 가우스 곡률 절의 위젯에서 「종이 모드」를 켜고 한 방향을 굽혔을 때 다른 방향이 0에 묶인 것이 이것이다.

이것은 또한 모든 세계지도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면의 K=1/r2≠0\textcolor{#b8860b}{K} = 1/\textcolor{#0561ff}{r}^2 \neq 0이고 평면의 K=0\textcolor{#b8860b}{K} = 0이다. 거리를 그대로 지키는 변환(등거리 사상. 사상은 점을 점으로 보내는 함수)은 가우스 곡률도 그대로 지키므로, 이런 변환으로는 구면을 평면으로 펼칠 수 없다. 메르카토르, 방위 등거리, 몰바이데 — 각도를 지키는 도법(메르카토르)이나 면적을 지키는 도법(몰바이데)은 있지만, 어떤 도법을 써도 거리만큼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틀린다. 이것은 도법을 잘못 골라서 생긴 한계가 아니라 수학적 불가능성이다.

ML에서: 바깥이 없는 매개변수 공간

평균 μ\textcolor{#1b9e77}{\mu}와 표준편차 σ\textcolor{#1b9e77}{\sigma}로 정해지는 정규분포 N(μ,σ2)N(\textcolor{#1b9e77}{\mu}, \textcolor{#1b9e77}{\sigma}^2)들을 모두 모으면, 점 하나가 분포 하나인 2차원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에 피셔 정보(매개변수를 조금 바꿀 때 분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재는 양)로 거리를 주면 계량은 ds2=(dμ2+2 dσ2)/σ2\textcolor{#d62728}{ds}^2 = (d\textcolor{#1b9e77}{\mu}^2 + 2\,d\textcolor{#1b9e77}{\sigma}^2)/\textcolor{#1b9e77}{\sigma}^2이다. 이 공간은 어떤 3차원 공간 안에 놓인 곡면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므로, 밖에서 내려다보며 주곡률을 잴 방법이 처음부터 없다. 그래도 "이 공간은 휘었는가"를 물을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정리 덕분이다. 곡률은 계량만으로 정해지므로, 계량만 있으면 된다. 여기서 공간 위를 움직이는 것은 분포, 곧 모델의 매개변수다. 분포 사이의 거리를 피셔 정보로 재자는 생각은 라오(C. R. Rao)의 1945년 논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제 4 — 종이 한 장으로 감쌀 수 있는 것

확인 종이 한 장을 찢거나 늘이지 않고(구기지도 않고) 빈틈없이 감쌀 수 있는 것을 모두 고르라. (가) 원기둥 옆면 (나) 원뿔 옆면(꼭짓점 제외) (다) 공 (라) 말안장. 공을 감쌀 수 없는 이유를 종이의 입장에서 설명하라.

문제 4의 보기 넷. (가) 원기둥 옆면 (나) 원뿔 옆면, 꼭짓점은 빈 동그라미로 표시해 뺐다 (다) 공 (라) 말안장
문제 4의 보기 넷. (가) 원기둥 옆면 (나) 원뿔 옆면, 꼭짓점은 빈 동그라미로 표시해 뺐다 (다) 공 (라) 말안장

같이 풀기 세션 4

김민준 M01
김민준

가우스 곡률이 0인 건 평면뿐이잖아요. 원기둥은 딱 봐도 휘었으니까 K≠0\textcolor{#b8860b}{K} \neq 0이고, 그러면 (가)도 안 되는데… 어, 그런데 원기둥은 종이를 말아서 만들잖아요?

이서연 S01
이서연

그러니까 원기둥은 K=0\textcolor{#b8860b}{K} = 0이야. 주곡률이 1/r1/\textcolor{#0561ff}{r}하고 00이라 곱하면 0이지. 원뿔도 모선 방향으로는 곧으니까 κ2=0\textcolor{#b8860b}{\kappa_2} = 0이고 K=0\textcolor{#b8860b}{K} = 0. 답은 (가), (나).

선생님 T01
선생님

민준 학생은 어디서 막혔을까요?

김민준 M07
김민준

"휘어 보인다"를 K≠0\textcolor{#b8860b}{K} \neq 0으로 읽었어요. 눈에 보이는 휘어짐은 주곡률 하나만 0이 아니어도 생기는데, K\textcolor{#b8860b}{K}는 곱이라 하나만 0이어도 0이네요. 휘어 보이는 것과 K\textcolor{#b8860b}{K}가 0이 아닌 건 다른 말이었어요.

김민준 M01
김민준

발표 자료를 조교님께 보냈더니 "그림은 화려한데 내용은 지난주랑 똑같네"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요. 겉모양이 바뀐 거랑 내용이 바뀐 건 다르다는 거죠.

선생님 T01
선생님

서연 학생, 그럼 공은 왜 안 될까요? "K\textcolor{#b8860b}{K}가 달라서"라는 답 말고, 종이를 공에 대고 누르면 종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지로요.

이서연 S04
이서연

음… K\textcolor{#b8860b}{K}가 보존되니까 1/r21/\textcolor{#0561ff}{r}^2인 곡면에 K=0\textcolor{#b8860b}{K} = 0인 종이를 붙일 수 없다, 말고는 잘 모르겠어요. 종이 입장이라는 게 뭔지.

선생님 T01
선생님

종이에 반지름 ρ\rho(로)인 원을 그리고, 그 원의 중심을 공의 꼭대기에 대고 감싼다고 해 봐요. 종이 위의 원 둘레는 2πρ2\pi\rho예요. 공 위에서 꼭대기로부터 거리가 ρ\rho인 점들이 이루는 원의 둘레는요?

이서연 S01
이서연

단위구라면 여위도(북극에서 잰 각도) ρ\rho인 위도선이니까 2πsin⁡ρ2\pi\sin\rho예요. sin⁡ρ<ρ\sin\rho < \rho라서 종이의 원보다 짧아요.

이서연 S07
이서연

아, 종이 가장자리가 공 위의 원보다 길어서 남는 거네요. 남는 종이가 갈 데가 없으니 겹치거나 주름이 져요. 반대로 말안장은 원 둘레가 2πρ2\pi\rho보다 길어서 종이가 모자라니까 찢어지고요.

선생님 T13
선생님

그게 선물 포장할 때 공 모양 선물만 유독 주름투성이가 되는 이유예요. 원기둥은 둘레가 정확히 맞아서 깔끔하게 말리고요.

이서연 S01
이서연

해석학에서 sin⁡ρ=ρ−ρ3/6+⋯\sin\rho = \rho - \rho^3/6 + \cdots를 외우기만 했는데, 그 ρ3/6\rho^3/6이 남는 종이의 양이었군요.

선생님 T01
선생님

그런데 (나)에는 「꼭짓점 제외」가 붙어 있었죠. 꼭짓점까지 넣으면 어떨까요? 공에서 한 것처럼 원의 중심을 꼭짓점에 대 봐요.

김민준 M01
김민준

원뿔은 K=0\textcolor{#b8860b}{K} = 0이라면서요. 꼭짓점도 원뿔의 한 점이니까 거기서도 원 둘레는 2πρ2\pi\rho겠죠.

이서연 S01
이서연

반원 모양 종이를 말아 만든 원뿔로 해 보자. 꼭짓점에서 거리가 ρ\rho인 점들은 반원의 호를 말아 붙인 거니까 둘레가 πρ\pi\rho야. ρ\rho가 1이든 0.001이든 언제나 2πρ2\pi\rho의 딱 절반이야.

김민준 M07
김민준

공처럼 ρ3\rho^3으로 조금씩 모자라는 게 아니라, 아무리 작은 원이라도 처음부터 절반이 모자라네요. 그럼 꼭짓점에는 종이 원판을 댈 수가 없어요. 고깔모자를 만들 때 원이 아니라 부채꼴로 오려 내는 게 바로 그 모자란 몫이었어요.

선생님 T01
선생님

그래요. 꼭짓점에서는 휘어짐이 한 점에 몰려 있어서 K\textcolor{#b8860b}{K}를 숫자 하나로 적을 수 없어요. 그 한 점을 빼면 나머지는 어디서나 K=0\textcolor{#b8860b}{K} = 0이라 종이로 감쌀 수 있고요. 단서 하나가 그 점을 가려 준 거예요.

문제 5 — 탁구공 껍질을 농구공에

계산 반지름 2 cm인 탁구공을 반으로 자른 껍질이 있다. (가) 이 껍질을 늘이거나 찢지 않고 반지름 12 cm인 농구공 겉면에 빈틈없이 붙일 수 있는가? (나) 두 공 위에서 한 점으로부터 겉면을 따라 1 cm 떨어진 점들이 이루는 원의 둘레를 각각 구해, (가)의 까닭을 설명하라. 원의 반지름을 1 mm로 줄이면 어떻게 되는가?

같이 풀기 세션 5

김민준 M01
김민준

이번엔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물 포장 문제에서는 평평한 종이라서 안 됐던 거고, 이건 둘 다 공이라 K>0\textcolor{#b8860b}{K} > 0이잖아요. 둘 다 볼록하니까 포개면 되죠.

선생님 T01
선생님

선물 포장 문제에서 쓴 방법을 그대로 써 볼까요? 두 공 위에 같은 거리로 원을 그려 둘레를 견줘 봐요.

김민준 M04
김민준

반지름 r\textcolor{#0561ff}{r}인 공 위에서 거리 ρ\rho인 원의 둘레는 2πrsin⁡(ρ/r)2\pi \textcolor{#0561ff}{r}\sin(\rho/\textcolor{#0561ff}{r})니까… 탁구공은 4πsin⁡0.5≈6.024\pi\sin 0.5 \approx 6.02 cm, 농구공은 24πsin⁡(1/12)≈6.2824\pi\sin(1/12) \approx 6.28 cm예요. 탁구공 쪽이 0.25 cm 짧아요.

이서연 S01
이서연

그럼 탁구공 껍질에 그린 원이 농구공 위에서는 0.25 cm 더 길어져야 해. 늘어나지 않는 껍질이니 가장자리가 벌어지거나 찢어져야 하고.

김민준 M07
김민준

부호만 같다고 되는 게 아니었네요. 탁구공은 K=1/4\textcolor{#b8860b}{K} = 1/4, 농구공은 1/1441/144로 값이 다르면 원 둘레가 달라지니까 못 붙여요.

선생님 T01
선생님

원을 1 mm로 줄이면요? 작게 자른 조각이면 거의 평평하니 붙지 않을까요?

이서연 S07
이서연

계산하면 탁구공 0.628057 cm, 농구공 0.628311 cm로 차이가 0.00025 cm예요. 반지름을 10분의 1로 줄였더니 차이는 1000분의 1로 줄었어요. ρ3\rho^3으로 줄어드는 거죠. 한없이 작아지지만 0은 아니에요. 가까이서 보면 비슷해 보여도 정확히 포개지지는 않아요.

이서연 S01
이서연

해석학 시간에 "충분히 가깝다"와 "같다"를 구별하라고 배웠는데, 곡률이 다른 두 곡면이 딱 그 사이에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