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에서 리치 텐서는 성분이 10개다. 20개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많다. 반 전체 성적을 총점 하나로 말하듯, 한 점의 휘어짐을 숫자 하나로 말할 수는 없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 수직인 방향마다 리치 값을 재어 모두 더하는 것이다. 반지름 1인 구면에서는 어느 방향이든 그 방향을 품는 평면이 구면 자신 하나뿐이라 리치 값이 1이고, 수직인 두 방향을 더하면 2다. 구면 × 직선(반지름 1인 구면의 각 점에 위아래로 곧은 직선을 붙인 공간)에서는 구면 쪽 두 방향의 1, 1과 직선 방향의 0을 더해 역시 2다. 성분으로 쓰면 리치 텐서를 계량으로 한 번 더 축약하는 일이고, 그렇게 나온 숫자 하나가 스칼라 곡률이다.
10개의 정보를 1개로 압축했으니 더 많은 것을 잃지만, 대신 "이 점에서 공간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휘어 있는가"라는 가장 거친 요약을 얻는다. 학급 전체의 성적을 총점 한 숫자로 요약하는 것과 같다. 같은 글자 R이 첨자 개수에 따라 세 가지 다른 대상을 가리킨다는 점에 주의하자. 이 장의 수식에서는 셋을 서로 다른 색으로 구분한다.
이 축약의 계층 — 리만(4차) → 리치(2차) → 스칼라(0차) — 은 곡률 정보의 자연스러운 압축 경로다. 단계마다 재는 것이 달라진다. 리만 곡률은 평면마다의 휘어짐을, 리치 곡률은 방향마다 측지선 묶음의 부피가 줄어드는 빠르기를, 스칼라 곡률은 아래에서 보듯 작은 공 전체의 부피가 평평한 공간보다 얼마나 모자라는지를 잰다.
스칼라 곡률 (전체 휘어짐의 한 숫자 요약 / Scalar Curvature, R=gijRij) — 리치 텐서를 계량으로 한 번 더 축약한 것. 한 점에서의 곡률을 하나의 숫자로 요약한다. 서로 수직인 방향마다 잰 리치 값의 합이다(평균이 아니라 합이며, 두 주곡률의 평균인 '평균곡률’과도 다른 양이다). 2차원에서는 스칼라 곡률이 가우스 곡률의 2배와 같으므로, 스칼라 곡률 하나로 곡률의 모든 정보가 담긴다. 하지만 3차원 이상에서는 정보 손실이 불가피하다.
측지 공의 부피로 읽기
반지름 1인 구면 위에 반지름 0.1인 원판을 그려 보자. 넓이는 2π(1−cos0.1)≈0.031390으로, 평면 위 같은 반지름의 원판 π×0.12≈0.031416보다 0.083% 작다. 이 0.083%는 0.12/12다. 스칼라 곡률은 이런 모자람을 한 숫자로 잰다.
곡면을 따라 잰 반지름 ε인 원판의 넓이를 평면 원판의 넓이 πε²로 나눈 값. 반지름 1인 구면(K = 1)에서는 1보다 작아져 ε = 1에서 0.919, 어디서나 말안장처럼 휜 곡면(K = −1)에서는 1보다 커져 1.086이다. 평면(K = 0)은 늘 1이다
한 점 p에서 모든 방향으로 거리 ϵ 이내인 점들을 모은 것을 측지 공(geodesic ball, 곡면 위에서는 측지 원판)이라 부른다. 기호로는 Bϵ(p)로 적고(B는 ball의 머리글자), 그 부피는 앞에 Vol을 붙여 적는다(Vol은 세 글자의 곱이 아니라 부피를 뜻하는 volume의 줄임이다). 평평한 공간에서 이 공의 부피는 ωnϵn이다(ωn은 n차원 단위공의 부피, ω는 오메가). 하지만 곡률이 있으면 부피가 달라진다:
스칼라 곡률이 양수이면 측지 공의 부피가 유클리드 공간에서보다 작다. 공간이 무언가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반지름 안에 들어가는 부피가 모자란다는 뜻이다. 반대로 곡률이 어디서나 같은 음수인 공간(쌍곡 공간)에서는 측지 공의 부피가 더 크다. 반지름 1인 구면은 n=2, R=2라 보정 항이 2ϵ2/(6⋅4)=ϵ2/12가 되어, 앞의 0.12/12와 맞는다.
아래 그림은 곡률 K인 곡면 위에 반지름이 같은 측지 원판을 그리고, 평면의 원판과 넓이를 비교한다. 곡률을 양수 쪽으로 밀면 원판이 모자라고, 음수 쪽으로 밀면 넘친다. 부피 공식의 보정 항 −24Rϵ2이 실제 넓이와 얼마나 잘 맞는지도 함께 보자. 차원을 3으로 바꾸면 3차원 공간의 측지 공 부피로 같은 비교를 한다.
따라 계산해 보기 — 구의 리치 곡률과 스칼라 곡률
리치 텐서 절의 문제 2에서 민준이 numpy로 뽑은 세 숫자(1, 0, sin2θ)가 어디서 나오는지 손으로 확인하고, 스칼라 곡률까지 가 보자. 반지름 r인 구면 S2(S는 구면을 뜻하는 sphere의 머리글자이고, 위의 숫자 2는 구면 자체의 차원이다)를 구면좌표 (θ,ϕ)로 쓰면 계량은 ds2=r2(dθ2+sin2θdϕ2), 즉 gθθ=r2, gϕϕ=r2sin2θ이다. 정의대로 리만 텐서를 계산하면 독립 성분은 하나뿐이고, Rθϕθϕ=sin2θ이다. 대칭성으로 Rϕθϕθ=1도 따라 나온다. 이제 첫째·셋째 첨자를 축약한다.
가우스 곡률이 K=1/r2이므로 "2차원에서는 스칼라 곡률이 가우스 곡률의 2배"라는 말이 그대로 확인된다. 부피 공식으로도 검산할 수 있다. 구 위에서 반지름 ϵ인 측지 원판의 넓이는 정확히 2πr2(1−cos(ϵ/r))이고, 이것을 전개하면 πϵ2(1−ϵ2/(12r2)+⋯)이다. 부피 공식에 n=2, R=2/r2를 넣으면 πϵ2(1−6⋅42/r2ϵ2)=πϵ2(1−ϵ2/(12r2))로 똑같다.
문제 4 — 평면 지도로 잰 땅 넓이
확인 지구를 반지름 6,371 km인 구로 보자. 한 도시를 중심으로 땅 위에서 잰 거리가 1,000 km 이내인 지역의 넓이를 평면 공식 π×10002 km²로 계산하면, 실제 넓이보다 몇 % 크게 나오는가? 넓이로는 몇 km²쯤인가?
위 그림 도구에서 「문제 4 불러오기」를 누르면 지구 반지름을 1로 줄인 값(K=1, ϵ=1000/6371)이 들어간다.
같이 풀기 세션 4
김민준
반지름 0.1이면 0.12/12만큼 모자란다고 했으니까, 10002/12 … 8만 3천 %요?
선생님
넓이가 8만 % 넘게 모자라면 땅이 음수가 되겠네요. 본문의 0.1은 반지름이 얼마인 구에서 잰 거리였죠?
이서연
반지름 1인 구요. 그러니 지구에서는 1000을 6371로 나눈 0.157을 넣어야 해요. 0.1572/12≈0.0021, 0.2% 조금 넘게 모자라요.
김민준
도구에서 불러오기를 누르니까 정확한 넓이 0.0772, 평면 공식 0.0774예요. 정말 0.2%쯤이네요. km²로는 π×10002×0.0021, 6,400 km²쯤 차이 나요.
선생님
정확히 계산하면 6,445 km² 정도예요. 비율은 작아도 넓이로는 꽤 크죠.
이서연
테일러 전개는 작은 수에서만 쓰라던 게 이거였네. 1000은 작은 수가 아니지만, 반지름으로 나눈 0.157은 작은 수야.
문제 5 — 3차원 구면의 스칼라 곡률
계산 반지름 r인 3차원 구면 S3(속이 찬 공이 아니라, 4차원 공간에서 한 점으로부터 거리가 r인 점들의 모임. 보통 공의 겉면은 2차원 구면 S2다)에서 리치 텐서는 Rij=r22gij이다. 스칼라 곡률 R을 구하고, 측지 공의 정확한 부피 V(ϵ)=πr3(r2ϵ−sinr2ϵ)를 ϵ에 대해 전개해 부피 공식과 맞는지 확인하라.
위 그림 도구에서 「문제 5 불러오기」를 누르면 반지름 1인 3차원 구면(K=1, n=3)이 들어간다. 스스로 구한 R을 칸에 넣어 부피 공식의 점선이 정확한 부피에 붙는지 비교해 보라.